"회식 불참하면 타 부서로 전출"…여전한 '회식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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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에서 회식비 명목으로 매달 몇만 원씩 걷고 있어요. 저는 몇 년 전부터 회식에 불참하고 회식비도 내지 않는데, 얼마 전 부서장이 이를 언급하면서 타 부서로 전출시킬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직장갑질119가 지난 6월 9~15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직장인 1000명의 갑질 감수성 지표 조사(점수가 높을수록 감수성 높음)를 한 결과 '팀워크 향상을 위해 회식과 노래방이 필요하다'는 질문에 대한 지표 점수는 작년 73.6점에서 올해 71.2점으로 2.4점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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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식 강요가 대부분…회식 배제도
"부서에서 회식비 명목으로 매달 몇만 원씩 걷고 있어요. 저는 몇 년 전부터 회식에 불참하고 회식비도 내지 않는데, 얼마 전 부서장이 이를 언급하면서 타 부서로 전출시킬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만 4년이 넘었음에도 아직도 '회식 갑질'을 저지르는 상급자와 사업주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올해 1월부터 지난 12일까지 신원이 확인된 이메일 상담 1703건 중 회식 참여와 관련 있는 내용은 48건으로, 이중 회식 강요가 30건으로 62.5%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나머지 18건(37.5%)은 회식 배제 사례다.
회식 강요 사례는 모두 상급자가 수직적 위계관계를 이용해 회식을 강제로 참석하게 한 것이었으며, 제보자들은 회식 참여 여부가 업무 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상의 협박까지 받았다.
한 제보자는 "술자리 회식이 너무 잦다"며 "직원들과 술자리에서 친목 도모를 해야 하고, 그런 자리에 많이 참여할수록 적극적인 직원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반면 회식에서 일방적으로 배제돼 괴로움을 호소한 직장인들도 있었다.
한 제보자는 "한 달째 투명 인간 취급받으며 업무를 하고 있다. 점심시간에 같이 가자고 하지 않는 것은 기본이고, 저를 빼고 회식까지 했다"고 말했다. 자신을 공무원이라고 밝힌 또 다른 제보자는 "저를 괴롭히는 상급자가 어느 날 제게 와서 '앞으로 회식에 나오지 말라'고 말했다"고 털어놓았다.
직장갑질119는 여성 직장인들은 회식 강요로 인한 성희롱 등에도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한 여성 제보자는 "부장이 2차 회식이 끝난 뒤 단둘이 3차 회식을 가자고 제안했다"며 "다른 직원과 함께 가자고 했지만 부장이 무조건 단둘이 가야 한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갔더니 그 자리에서 제 외모와 몸매를 평가해 굉장한 수치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러한 피해 사례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직장인들 상당수가 '조직문화를 위해 회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직장갑질119가 지난 6월 9~15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직장인 1000명의 갑질 감수성 지표 조사(점수가 높을수록 감수성 높음)를 한 결과 '팀워크 향상을 위해 회식과 노래방이 필요하다'는 질문에 대한 지표 점수는 작년 73.6점에서 올해 71.2점으로 2.4점 떨어졌다. '직장생활을 원만하게 하려면 술이 싫어도 한두 잔 정도는 마셔줘야 한다'는 질문에 대한 지표점수도 같은 기간 80.6점에서 73.3점으로 하락했다.
전체 직장인 중에서 50대, 남성, 관리자급은 회식과 노래방, 음주가 조직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더 강했다. 남성의 회식문화 점수는 67점으로 여성(76.6점)보다 9.6점 낮았고, 음주 강요 점수도 68.6점으로 여성(79.5점)보다 10.9점 낮았다.
연령별로 보면 20대의 회식문화 지표 점수는 73.4점으로 평균보다 높았으나, 50대의 회식문화 지표 점수는 66.3점을 기록해 20대와 격차가 7.1점에 달했다. 직급별로는 관리자급이 일반사원, 실무자급보다 전반적으로 점수가 낮았다.
직장갑질119 이상운 노무사는 "회식을 강요하거나, 회식에서 일방적으로 배제하는 행위는 분명한 직장 내 괴롭힘"이라며 "회식을 통해서만 소통과 단합이 가능하다는 고리타분한 관점, 술과 회식을 당연시하는 낡은 조직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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