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2000명 성매매…철거 앞둔 집창촌 완월동, 지원은 1억 뿐[르포]
지난 14일 오후 부산 완월동 집창촌. 한때 국내 최대 규모 성매매 집결지로 불렸던 곳이다. 1970~1980년대 ‘전성기’엔 2000명이 넘는 여성이 이곳에서 일했다고 한다. 태동시기는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깊다.
완월동의 정식 행정구역명은 충무동이다. 하지만 집창촌이 자리한 이곳은 여전히 완월동으로 불린다. 완월(玩月)은 ‘달을 희롱하다’는 의미다. 2004년 성매매방지법이 시행되면서는 완월동 역시 다른 집창촌처럼 규모가 크게 줄었다. 부산시는 현재 26개 업소에 여성 종사자 60여명이 남은 것으로 추산한다.
‘낮에도 불법영업’이 이뤄진다는 소문도 있으나 이날 눈에 띄는 영업장은 모두 닫혀 있었다. 5~6층짜리 건물이 쭉 들어서 있는데 1층은 안이 훤히 보이는 통유리창 구조다. 일명 ‘유리방’이다. 위층은 성매매가 이뤄지던 방으로 추정된다.
곳곳 ‘철거’ 붉은칠… 120년 완월동 문 닫는다
120년 묵은 성매매 집결지 완월동은 완전한 폐쇄를 앞두고 있다. 지난 7월 부산시가 이곳에 최고 46층 높이 주상복합 오피스텔 등 건물 6동을 짓는 재개발 계획을 승인하면서다. 현재 관련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날도 대부분 영업장 건물 1층 통유리창엔 ‘철거 예정’ 등 붉은 글씨가 새겨진 게 눈에 띄었다. 두꺼운 커튼으로 내부를 완전히 가린 곳이 많았지만, 일부 영업장에선 1층 유리창 너머로 소파와 책상 등이 널브러진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오랫동안 사람 손길이 닿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반면 주상복합아파트 개발사업 사무실엔 사람들이 드나들었다. 철거를 앞둔 영업장 건물의 스산한 분위기와 대조를 이뤘다. 사무실 외벽엔 ‘어두운 과거를 지우고 부활의 새로운 미래 건설을 축하한다’는 내용의 현수막도 걸려 있었다.
부산시 “피해자 지원” vs 시의회 “신중해야”
완월동 폐쇄를 앞두고 성매매 종사 여성에 대한 구호 및 지원 문제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부산시는 성매매 피해자 자립ㆍ자활 지원 조례를 근거로 내년에 관련 예산 1억1000만원을 편성했다. 완월동에 남은 이들 중 어쩔 수 없이 이 일을 시작했거나, ‘탈성매매’ 의지를 지닌 여성에게 직업훈련과 생계비 일부를 지원하는 예산이다.
부산시가 국비 이외에 자체 재원을 들여 이 같은 사업 예산을 편성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성매매 여성 중엔 어린 시절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이 일에 발을 들이고, 일할수록 빚이 쌓여 그만두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며 “이들의 굴레를 벗겨주잔 취지에서 예산을 편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에 따르면 그간 완월동에서 성매매하다가 벗어난 여성들의 회고록엔 “‘고액 일자리’란 말에 속아 가라오케에서 일을 시작했고, 빚이 늘어 완월동까지 오게 됐다. 자활 지원 덕분에 새로운 삶을 찾았다”는 등 내용이 기록돼 있다. 살림은 최근 21살에 완월동에서 성매매를 시작하게 된 여성이 “(완월동은) 창살 없는 감옥”이라며 괴로움을 호소하는 편지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반면 성매매 여성을 온정적으로만 바라볼 수 없으며, 지원 사업은 신중하게 추진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완월동을 지역구로 둔 부산시의회 최도석 의원은 “성매매 피해자가 있다면 당연히 구제해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실제로 그런 이들이 있는지, 증빙은 어떤 방식으로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부산시의회는 본래 3억6200만원으로 책정한 성매매 종사 여성 지원 예산을 1억1000만원으로 깎았다. 지난해엔 완월동 역사 기록을 위해 책정한 1억2800만원도 전액 삭감했다. “보존하기 부적절한 역사”라는 이유에서다.
“성매매 지원 첫 예산, 효용 증명할 것”
부산시는 완월동 성매매 피해자 지원을 위한 예산이 일부나마 편성된 것을 중요한 변곡점으로 본다. 부산시 관계자는 “성매매 여성 중 자활 의지를 지닌 이들을 대상으로 심층 상담 등을 통해 대상자를 선정할 것”이라며 “대상자가 규정에 맞지 않게 행동하면 사후 지원비를 반환받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의회 지적대로 증빙과 지원요건을 엄격히 챙기고, 꼭 필요한 이들을 지원해 예산 효용성을 입증하겠다”며 “필요하다면 추경 등도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산=김민주 기자 kim.minju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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