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 생일광고 주인공은 '버튜버'… 인기만큼 성희롱도 는다

“슈네 생일 축하해. from 슈딩이”
지난 14일, 서울 합정역 환승통로 곳곳에 가상 캐릭터의 생일을 축하하는 대형 광고판이 걸렸다. 광고판에는 작은 쪽지도 붙었다. “언제나 행복하고 즐거운 방송 해주셔서 감사해요. 생일인 만큼 더 좋은 하루 되기를 바라요”는 내용이었다.
광고판의 주인공은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아닌, 버추얼 유튜버(Virtual Youtuber·버튜버)다. 유튜브 등 동영상 플랫폼에서 방송을 하는 건 여느 유튜버와 같지만, 버튜버들은 자신이 직접 등장하는 대신 2D·3D로 된 가상 캐릭터를 앞세운다. 한 버튜버 기획사 관계자는 “실명과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활동하려는 수요가 늘 있었는데, 기술 발전으로 가격 접근성 등이 좋아져 버튜버 수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버튜버 시장은 빠르게 성장 중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마켓워치는 지난해 2조8000억원에 이른 세계 버튜버 시장 규모가 2030년 17조원 수준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유튜브 통계 분석 업체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슈퍼챗(후원금)을 가장 많이 받은 유튜버 상위 10명 중 7명이 버튜버였다(2020년 1월~2023년 12월 15일 누적 기준). 특히 지난해 2월 활동을 중단한 일본 버튜버 ‘우루하 루시아’는 2021년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슈퍼챗 수입(21억7623만원)을 올린 유튜버가 되기도 했다.
버튜버들은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3월 데뷔한 버추얼 아이돌 그룹 ‘플레이브’가 지난 12일 신고 발표 하루 만에 음원차트(멜론) 7위에 오른 게 대표적 사례다. 다른 버추얼 아이돌 ‘이세계아이돌’이 9월 개최한 오프라인 메타버스 페스티벌은 입장권 1만석이 8분 만에 매진됐다. 서울 강서구에서 2월 전국 최초 공무원 버튜버 ‘새로미’를 선보이는 등 공공기관도 버튜버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버튜버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버튜버를 향한 악성 댓글(악플)이나 성희롱 등도 덩달아 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온라인 커뮤니티 루리웹의 공식 버튜버 ‘남궁루리’ 캐릭터에 수영복을 입힌 성희롱성 2차 창작물이 논란이 됐다. 남궁루리를 연기한 A씨는 당시 “캐릭터 뒤에는 사람이 있다”는 글을 올리며 불쾌감을 표했다. 버추얼 아이돌 그룹 ‘스텔라이브’ 측은 8월 팬카페를 통해 “명예훼손, 허위사실 유포, 모욕, 성희롱 등 불법행위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하고 있다. 약 100건의 고소를 진행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성희롱·악플의 대상이 가상 캐릭터인 만큼, 실제 처벌을 두고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이버범죄연구회장을 지낸 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가상 캐릭터(아바타)와 연기자의 인격을 동일시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다. 현행법상 아바타에게는 법인격이 부여되지 않아 추가 입법 없이는 처벌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성범죄 전문 민고은 변호사는 “사회적 논의와 입법으로 두 인격을 동일시할 수 있다는 전제가 성립되어야 통신매체이용음란죄와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협박 등이 적용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버튜버를 보호하는 입법도 섣부르다는 반응이 나온다. 정준화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은 “다른 분야처럼 규제 조항이 많아지면 리스크가 큰 시장으로 분류되고 투자자들도 투자를 꺼리게 될 것”이라며 “창작자와 플랫폼, 이용자가 버추얼 생태계만의 기준에 대해 먼저 합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영근 기자 lee.youngk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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