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 극찬 ‘돼지국밥’ ... 주인장 누구?[신기방기 사업모델]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2023. 12. 17.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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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음식 칼럼니스트 ‘피트 웰스’가 지난 6월 뉴욕타임스에 소개한 옥동식. 그는 “국물을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을 것”이라 평했다.(뉴욕타임스 기사 캡처)
최근 뉴욕타임스(NYT)가 ‘2023년 뉴욕시 최고 요리 8선’ 중 하나로 한 한식당의 돼지곰탕을 선정해 화제다. 미국 뉴욕 맨해튼 30번가에 위치한 ‘옥동식’ 돼지 곰탕이다. 메뉴명도 한국서 부르는 그대로 돼지곰탕(Dweji Gomtang)이라 쓴다. 돼지 곰탕 한 그릇은 18달러(약 2만3000원)인데 현지인 사이에서 ‘예약전쟁’이 치열하다는 후문.

NYT는 “매일 먹어도 좋은 국물, 기분 좋은 행복감을 준다. 나쁜 소식을 접한 날에는 특히 더 위로가 된다”고 극찬했다.

뉴욕 ‘옥동식’은 현지인 사이에 예약전쟁이 있을 정도로 맛집이 됐다.(옥동식 제공)
옥동식은 주인장 옥동식 셰프의 이름을 딴 한식당으로 2016년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본점을 낸 후 지난해 11월 뉴욕에 진출했다. 문 연 지 1년 남짓, 단촐한 메뉴만 파는 한식당인데도 현지 주요 언론, 미식가의 극찬이 이어지고 있다. 수소문 끝에 뉴욕 현지에 있는 옥동식 셰프와 연락이 닿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옥동식 셰프(옥동식 제공)
Q. 한국은 물론 미국 뉴욕에서도 ‘맛집’으로 인정받았다니 축하합니다. 간단히 본인 소개 부탁합니다.

경희대 조리과를 졸업하고 호텔, 레스토랑에서 근무하다 2017년 옥동식(돼지곰탕 전문점)을 오픈했습니다. 요리사로 근무하면서 오랫동안 써 오던 버크셔K 돼지고기를 이용해 돼지곰탕을 개발했고 독립하는 시점에 돼지곰탕 한가지 메뉴로 한식당 ‘옥동식(屋同食)’을 열었어요. 옥동식은 제 이름이자 식당 상호인데 뜻이 다른 한자를 씁니다. 상호명에는 ‘한가지 음식을 파는 집’ 또는 ‘함께 식사하는 집’이란 뜻을 담았습니다. 함께 식사한다는 의미에서 바 테이블을 사용하고 모두 한자리에서 함께 식사하며 오롯이 한 그릇에 집중해 음식을 음미하기 바라는 마음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Q. 한국, 미국 등 다양한 곳에서 사업한다고 들었어요.

네. 서울 마포에 서교 본점, 뉴욕 맨해튼에 2호점, 내년에 일본, 하와이에 추가 매장을 열 예정입니다. 내년 3월에는 파리에서 팝업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한국에서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대규모 곰탕집 규모는 아니에요. 10석에서 20석 정도의 바테이블로 운영하는 작은 식당입니다. 다른 나라에 오픈하는 곳도 비슷한 규모가 될 겁니다.

Q. 한국에서는 이미 줄서야 하는 ‘맛집’으로 인정받고 있는데요. 뉴욕타임스 기사 보니까 현지에서도 ‘예약하기 어려운 곳’이 됐더군요. 비결이 따로 있을까요?

한가지 메뉴에 집중한 덕분이 아닐까 싶어요. 불필요하고 비효율적인 요소를 모두 배제했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한가지 메뉴이기에 단순하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하지만 국밥 한 그릇에 디테일한 요소가 아주 많습니다. 그만큼 한그릇의 품질에 집중했고, 좋은 식재료를 사용하고 있고 손님과의 거리를 좁혀 손님께서 느끼기에 좀더 따뜻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했습니다. 한국인에게 소울푸드인 곰탕(국밥)을 좀 더 세련되게 표현하려고 노력했고, 가장 중요한 진심과 간절함을 담았습니다.

뉴욕 현지 옥동식 전경. 소규모 바 테이블 방식으로 내년에 일본, 하와이에도 추가 매장을 낼 예정이다.(옥동식 제공)
Q. 미국 진출할 생각은 어떻게 했나요?

2018년 뉴욕에 여행 차 왔다가 대학 동기인 박정현의 ‘아토믹스’ 셰프의 소개로 지금의 파트너인 핸드호스피탈리티의 이기현 대표를 만났습니다. 여러 논의를 하던 중 뉴욕 진출 제안을 받았어요. 곧바로 결정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5년 동안 꾸준히 연락을 하며 준비한 끝에 지난해 뉴욕에 문을 열게 됐습니다.

* 아토믹스는 올해 7월 ‘월드 50 베스트 레스토랑(The World’s 50 Best Restaurants)’에서 미국 1위, 전 세계 33위 식당에 선정됐다. 박정현 셰프는 요식업계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제임스 비어드상의 ‘뉴욕 지역’ 최고의 요리사에도 이름을 올렸다.(편집자 주)

Q. 뉴욕 현지 호평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기대했는지요.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다만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봤습니다. 그동안 외국인에게도 국물요리(아시안 푸드)에 대한 경험치가 많이 쌓였다고 봤습니다. 한식의 인기가 많은 요즘 기존 한식당에서 먹던 음식과는 차별화된 맛과 시스템을 제공했던 것이 주효했다고 생각합니다. 한식에 대한 벽이 사라졌고, 오히려 찾아 먹는 시대가 된 요즘 한국인에게도 사랑받는 메뉴이기에 뉴욕이라는 세계 문화의 중심지에서도 사랑받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뉴욕 옥동식은 현지인 예약전쟁에 힘입어 연일 만석 행진 중이다.(옥동식 제공)
Q. 본인이 생각하는 한식이란?

가장 어려운 질문인데요, 아주 오래 전의 전통음식부터 지금 우리가 먹는 먹고 있는 먹어왔던 음식 모두가 한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궁중음식이니 반가음식이니 향토음식이니 모두가 가치가 있고 소중한 우리의 유산입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지금 우리가 많이 먹고 사랑받는게 요즘의 한식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식이라는 말을 쓰는 이유가 세계 속에 알리려는 목적이 강한 부분이 있기에 더욱 한식은 한국인이 사랑하고 많이 먹는 음식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국에서 사랑받지 못하는 음식이 타국에서 사랑받는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Q. 해외에서 한식이 호평받으면서 ‘한식 세계화’ 시대가 본격 열렸다는 얘기가 많습니다. 뉴욕 가기 전과 가보고 나서 달라진 생각이 있다면?

이제 시작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한식 세계화’라고 거창하게 얘기할 건 아니라고 봅니다. 불고기의 세계화, 비빔밥의 세계화, 곰탕의 세계화 등 세분화해서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김치의 경우는 이미 충분히 세계화됐다고 보는데요. 이처럼 대표적인 우리나라 개별 음식이 세계화되고 나면 자연스레 한식 세계화는 이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일식이 유명해진 게 아니라 스시가 유명해져 일식이 많이 알려졌고, 베트남식이 아니라 포(쌀국수)가 유명해져 베트남음식이 유명해 진 것 처럼요. 또한 한식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고추장, 된장과 같은 ‘장’을 현지에서 만들어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류가 발달함에 따라 한국에서 들여오는 장류가 많습니다. 하지만 현지인이 먹기에는 다소 불편할 수 있습니다. 장이란게 대표적인 발효음식인데 미생물이 관여하죠. 하지만 그 미생물들은 한국에서 자란 것들이기에 현지인들에게는 맞지 않죠. 이들도 살면서 여기 음식을 통해 미생물을 섭취했을텐데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란 미생물을 접한다면 당연히 맞지 않을거라 생각합니다. 실례로 한국에서 가져온 청국장으로 만든 찌개를 여기 백인 몇 명에게 먹여 봤는데 다들 역하다며 못 먹었어요. 여기서 제가 띄운 청국장으로 찌개를 만들어 먹였더니 두세 번 리필해 먹을 정도로 잘 먹는 걸 경험했습니다. 이렇듯 한식이 현지인들에게 수용되려면 현지에서 나는 재료로 현지의 미생물들로 발효한 장이라면 자연스레 세계화는 이루어질거라 생각합니다.

Q. 앞으로 국내외 사업 전개 계획, 목표는?

국내에서는 서교본점만 운영할 계획이고 어느 정도 해외 진출이 안정되면 국내에 추가로 확장할 계획입니다. 해외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일본, 하와이, 파리 등 계속 늘려갈 예정입니다. 미국 내에서도 확장 계획은 있습니다. 개인적인 목표는 서울, 뉴욕, 도쿄, 파리에 매장을 오픈하는게 목표였는데 이미 절반은 이룬 상태이고 곧 모두 이룰 것 같네요. 이제 글로벌로 옥동식은 나아가서 한국의 국밥으로 세계인들에게 진짜 한식을 알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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