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한 '교황의 오른팔'…바티칸 추기경, 부동산 비리로 중형

최승우 2023. 12. 17. 11:57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바티칸 공금을 유용해 부동산을 매매하는 등 비리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기소된 죠반니 안젤로 베추(75·이탈리아) 추기경이 법원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바티칸 법원은 16일(현지시간) 횡령·직권남용·위증교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베추 추기경에게 상당수 혐의 사실을 유죄로 판단, 징역 5년 6개월을 선고했다.

그런데 교황청이 런던 부동산에 투자한 시기는 베추 추기경이 국무원 국무장관으로 재직하던 시기였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헌금으로 부동산 투자했다가 막대한 손실
모든 직책에서 경질…브로커 등과 함께 기소

바티칸 공금을 유용해 부동산을 매매하는 등 비리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기소된 죠반니 안젤로 베추(75·이탈리아) 추기경이 법원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바티칸 법원은 16일(현지시간) 횡령·직권남용·위증교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베추 추기경에게 상당수 혐의 사실을 유죄로 판단, 징역 5년 6개월을 선고했다.

베추 추기경에게 제기된 주요 혐의는 영국 런던 고급 부동산 투자 실패와 관련한 비리 혐의다. 교황청은 2014∼2018년 사이 총 3억5000만유로(약 4947억원)를 투자해 런던 부촌인 첼시 지역의 고급 건물을 매입·관리해오다 1억4000만유로(약 1979억원) 이상의 손실을 안은 채 지난해 이 건물을 매각했다.

죠반니 안젤로 베추 추기경 [이미지 출처=AFP 연합뉴스]

애초에 가치가 높지 않았던 부동산을 교황청이 국무원 주도로 무리하게 투자했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그런데 교황청이 런던 부동산에 투자한 시기는 베추 추기경이 국무원 국무장관으로 재직하던 시기였다. 베추 추기경은 2011∼2018년 교황청 국무원 국무장관, 2018∼2020년에 시성성 장관을 지냈다.

해당 사건으로 인해 교황청의 고질병인 불투명한 재정 운영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특히 신자들의 헌금으로 조성돼 빈곤층 지원에 쓰이는 베드로 성금’이 투자 밑천이 됐다는 점에서 교계 안팎의 비난이 쏟아졌다. 또 부동산 중개인들에게 정상적이지 않은 거액의 수수료가 건네진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며 파장이 커졌다.

이에 교황청 국무원은 아랍에미리트(UAE)와 영국, 조세피난처로 유명한 저지 섬, 룩셈부르크, 슬로베니아, 스위스 금융감독 기관과 협력해 광범위한 수사를 펼쳤다. 그리고 2021년 9월 “교황의 개인 자선사업에 쓰일 자금을 비롯해 교황청 재정에 큰 손실을 끼쳐 온 시장 조작자들의 거대 네트워크를 밝혀냈다”고 밝혔다.

바티칸 검찰은 2021년 7월 베추 추기경의 투자 비리 개입 사실이 인정된다고 보고 그를 재판에 넘겼다. 부동산 매매 브로커를 비롯한 다른 피의자 9명도 함께 기소됐다. 한때 차기 교황으로 거론될 정도로 교황청의 실세 중의 실세로 꼽혔던 베추 추기경은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오른팔로 통하며 근대 이후 바티칸 재판에 회부된 최고위 인물이다.

바티칸에 있는 성 베드로 대성당의 모습 [이미지출처=픽사베이]

지난 7월 바티칸 검찰은 베추 추기경에게 징역 7년 3개월을 구형하는 한편, 자산 1400만유로(약 198억원)를 몰수하고 평생 공직을 맡지 못하도록 하며, 1만유로(약 1413만원) 이상의 벌금을 부과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한편 교황청은 이번 재판을 앞두고 전례 없이 이탈리아와 해외 부동산 투자 내역을 상세히 밝혔다. 이탈리아에만 4051건,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 스위스 제네바와 로잔에 1120건 등 교황청이 소유한 부동산은 모두 5171건이다.

사도좌재산관리처(APSA)가 공개한 이탈리아 부동산의 92%는 바티칸시국을 품은 로마와 그 주변에 집중돼 있으며, 86%가량은 교황청 사무실로 쓰이거나 교황청에서 일하는 사제·평신도들의 숙소로 이용된다. 수도원과 병원, 학교 등 공공 성격의 부동산도 다수 있었다. 반면 외신은 “해외 부동산은 대부분 투자 성격이 강하다”고 전했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