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낙연 “민주당 ‘근본적 변화’ 없으면 ‘신당 열차’ 계속 간다”
지금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지배하는 인식과 감정은 두 가지로 보였다.
하나는 거대 여야가 만들어놓은 현재 정치상황에 대한 절망이었다. 다른 하나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강한 불신이었다.
이 두 가지가 결합된 결과가 신당 창당 결심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 전 대표는 특히 ‘이재명 사법리스크’에 대해 “그게 하도 오래되다 보니까 무뎌졌는지, 그냥 없는 것처럼 여기고 지나가려고 하는 것인지, 아니면 뭉개자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을 경우 신당 창당 움직임을 멈출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것에 대한 확인이 안되는 상태라면 이 신당 열차는 계속 가는 것”이라며 “그것을 기다려 열차가 멎어 있는 그런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또 ‘신당 창당과 관련해 1월 초 국민들에게 보고하겠다는 시간표는 무슨 뜻이냐’는 물음에 “민주당에 그만큼 시간을 드린 것”이라며 “그걸 아직도 못알아 들었다면 참 답답한 일”이라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친명(친이재명) 지도부가 민주당을 장악한 상황에서 근본적 변화에 대한 마지막 기대를 내비치면서도 가능성이 낮은 변화를 기다리기 위해 신당 창당 속도를 늦출 의사는 없다는 뜻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 전 대표는 이른바 ‘김건희 특검법’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정권의 최대 위기가 닥칠 것이고 그것은 정권의 명운과 관련될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배우자의 비리 혐의에 대한 국회의 결정을 거부하는 사태가 온다면 아마도 폭발음이 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 전 대표는 윤 대통령에 대한 조언으로 “말을 줄이시고, 많이 들으십시요”라며 “먼저 말하기보다는 국민들과 좋은 참모들의 말을 많이 들으십시요”라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신당 창당 관련된 고민을 말한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지난 6월 24일) 미국에서 귀국한 이후 두 번 뵌 적은 있다”면서 “그러나 예의가 아니기 때문에 대화 내용은 제가 한 번도 밝힌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 비주류 의원모임인 ‘원칙과 상식’이 ‘통합 비상대책위원회’로 체제를 전환할 것을 촉구한 데 대해 “공감한다. 그 충정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 전 대표는 ‘‘통합 비대위’의 전제조건이 이 대표의 사퇴인데, 이것을 요구할 의향은 없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나는 구체적인 요구를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낙연 신당’에 대한 최근 언론 보도에 대해 “강물의 흐름을 보이지 못하고, 물방울만 보고 있다”고 답답함을 드러냈다.
국민일보는 15일 이낙연 전 대표와 국민일보 회의실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다음은 일문일답.
-앞으로도 정국에 대격변이 예상된다. 2023년 대한민국을 평가한다면.
“대한민국은 추락의 한해였다. 경제성장률 1%대, 잠재성장률 1%대, 합계출산율 0.7명대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한·미·일 관계 개선에 치중한 나머지, 남북 관계가 악화되고 한·중 관계가 악화돼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경제의 중국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중국발 경제타격을 가중시키는 그런 한해였다.
부산엑스포 유치전의 ‘119대 29’ 결과는 대한민국이 국제무대에서 경쟁한 역사상 전례 없는 참패였다.
연말에는 ‘김건희 특검법’이 뇌관이다.”
-국민의힘에서 장제원 의원의 불출마 선언, 김기현 전 대표의 사퇴 선언이 나온 이후 민주당 내부에서도 친명계의 희생과 이재명 대표에 대한 사퇴요구 주장이 분출하는데.
“당연히 정권을 잡은 사람들은 심각성을 본능적으로 알 것이다. 최악의 불행만은 피하자는 몸부림으로 당대표를 퇴진시키고 최측근을 주저앉힌 것은 거센 변화의 시작에 불과할 것이다. 앞으로 국민의힘 내부에서 피비린내 나는 공천변화가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될 경우 민주당의 미적거리는 상태가 국민들에게 더욱더 안 좋게 비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 내에서 여러 요구가 분출하고 있는데, 더 늦기 전에 올바른 응답을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한국의 양당체제에서 야권 성향의 제3지대 정당이 필요한 것인가.
“정치 양극화는 세계 공통의 고민이다. 더구나 과거에는 서로 ‘사랑의 경쟁’을 했다. ‘양김(김영삼·김대중) 시대’ 때는 ‘DJ가 더 좋다’, ‘아니야. YS가 더 훌륭하잖아’ 이런 경쟁이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미움의 경쟁’이 됐다. 정치 양극화는 국민을 심리적인 내란상태로 몰아간다.
지금 여야 양당은 합법의 옷을 입은 힘자랑을 하지만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아무것도 나지 않는 ‘불모의 정치’가 계속되고 있다. 이것을 끊어줘야 한다.
제가 아니라도 누군가는 해야 한다.”
-민주당을 나올 수 있다는 결심을 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제 아버지가 무명의 민주당 지방 당원이셨다. 2대에 걸쳐서 민주당은 저의 집이고 사랑이었다.
그런데 그 민주당이 변했다. 간판은 남은 것 같은데 우리가 자랑스럽게 여겼던 민주당의 정신·가치·품격 이런 게 잘 보이지 않는다.
이것을 누군가는 되살려야 한다. 간판만 붙들고 있다고 민주당이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야권 분열을 우려해 ‘이낙연 신당’이 창당될 경우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에는 후보를 내지 않고, 호남에서 민주당과 대결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있다.
“그렇게 디테일한 것은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야권 분열이라고 하는데, 저는 오히려 ‘진정한 민주세력’을 키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정치에 정답이 없다고 생각하는 ‘정치소외자’들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함으로써 그분들을 정치과정에 다시 모셔오는 것이다. 그분들이 ‘민주당이 싫다’면 나라도 ‘민주세력의 힘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이건 분열이 아니라 증강이다.”
-지금의 민주당이 ‘진정한 민주세력’을 키우지 못하고 있다고 보는 것인가.
“(민주당이) 자꾸 배척하고 있지 않은가. 비례대표제도 ‘병립형으로 회귀하겠다’는 것은 다당제가 가능한 제도를 포기하겠다는 얘기 아닌가. 비례대표마저도 기성 거대정당들이 나눠먹기 하겠다는 그 얘기 아닌가.
이제까지 민주당은 시민 또는 재야세력들을 끊임없이 영입해 세력을 키우는 아름다운 전통이 있었다.
지금 민주당은 획일화돼 있다. 소수 의견이라도 품고 존중하고 반영해야 하는데, 그것을 거부하고 있지 않은가.”
-민주당이 지금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압도적으로 큰 문제는 ‘사법리스크’로 나와 있다. 대표뿐만 아니라 많은 의원들이 연루돼 있다. 그걸 없는 척하면서 딴 얘기만 자꾸 하고 있으니 국민들이 답답하게 느끼는 것 아닌가.
나는 윤석열정부가 검사 본능으로 가득 차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뭔가 이상한 일을 꾸밀 것 같다. 그런 일이 없기를 바라면서도, ‘김건희 특검’으로 위기에 몰리면 민주당을 향해 검찰의 칼을 마구 휘두르려고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정권이 위기를 느낀 나머지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을 치면서 민주당에 대해 무언가를 들이대려고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그런 고민이 잘 안 보인다. 그래서 윤석열정권과 검찰을 향해서가 아니라 국민을 향해서 ‘우리도 변화하고 있다’ 이런 것을 보여줘야 한다.”
-신당 창당 움직임이 비명(비이재명)계 공천 학살을 막기 위한 의도라는 얘기도 있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자꾸 그런 식으로 폄하한다. 그러니까 새로운 정치를 갈망하는 국민들에게 민주당이 외면받는 것이다. 본질을 일부러 안 본다.
지금은 ‘대한민국이 추락하는 상황에서 그대로 침몰하게 둘 것인가’, ‘아니면 이 추락의 물결을 되돌려서 지속가능한 나라로 돌려놓을 것인가’의 마지막 기회이고 마지막 기로라고 생각한다.”
-이재명 대표와의 회동과 관련해 ‘사진찍기 회동은 의미 없다’고 밝혔다. 회동과 관련해 이 전 대표의 조건이 까다로운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데.
“그렇지 않다. (회동 조건을) 구체적으로 말한 적이 없다.
다만, 이런 상황에서 (아무런) 변화도 없고 ‘이대로 갈 테니까 따라오세요’ 그러면 ‘네. 따라가겠습니다’라고 답한다면 국민들이 박수 치고 민주당의 인기가 올라갈까. 그건 아니라고 본다.”
-만약 비대위원장 제안이 오면 수용할 가능성은.
“그럴 리가 없다.”
-신당을 창당할 경우 이 전 대표가 출마해야 신당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데.
“국회의원 출마 생각이 없다는 말씀을 여러 차례 드렸고, 지금도 변함이 없다.
제가 출마를 해야만 도움되는지 그건 잘 모르겠으나, 나를 위해서 이런 일을 하고 있다는 오해를 눈곱만큼도 받고 싶지 않다.”
-국민의힘에서 ‘한동훈 비대위원장’ 체제를 세워 내년 총선을 ‘한동훈 대 이재명’ 구도로 몰고 가려는 움직임도 있는데.
“가정을 전제로 한 질문이어서 답하기 힘들다.
다만, 그렇게 될 경우 민주당으로서는 상당히 불편해질 것 같다. 그분이 검사스러운 말을 많이 하니까.
(한동훈 비대위원장 체제가) 국민의힘에 꼭 보탬이 될지도 별개의 문제다.
만약에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현실화된다면 ‘세상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곧 알게 될 것’이라는 말은 하고 싶다.”
-신당 창당과 관련해 ‘다양한 스펙트럼’을 시사했는데,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도 그 스펙트럼에 포함되는가.
“이준석 전 대표와는 지금 연대나 협력을 생각하고 있지 않다. 지금은 그 단계가 아니다.
유승민 전 의원은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그분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다만, 유 전 의원이 ‘지금의 대한민국을 어떻게 걱정하고 있는가’ 이런 것은 꼭 한번 듣고 싶다. 유 전 의원은 대한민국에 참 귀한 분이라는 생각을 한다.”
-정세균·김부겸 전 국무총리와의 문재인정부 ‘3총리’ 연대 가능성은.
“그 얘기도 변한 것이 없다. 저를 포함해 세 사람이 함께 모인 적은 없다. 두 전직 총리와 ‘일대일’로 만나서 민주당과 대한민국에 대한 걱정을 공유했다.
그러나 행동을 논의한 적 없다. 지금도 그 상태에 변함이 없다.”
-신당을 창당할 경우 민주당 현역의원들의 동참 가능성은.
“현역의원들은 총선을 치러야 하기 때문에 본인들의 판단이 매우 중요하다. 기성정치인 중심의 사고라면 신당이 (선택지가) 아니다.
저는 ‘정치소외층을 정치과정에 어떻게 모실 것인가’ 이게 국가적 과제라고 생각한다.”
-신당 인적구성과 관련해 ‘전문가’를 중시하는데, 명망가들이 안 오니까 전문가 얘기를 하는 것은 아닌가.
“보는 것은 자유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하고, 또 정치 과정에 수혈이 필요한 대표적인 집단이 젊은 전문가 그룹이라고 생각한다. 정치가 큰 고비를 맞을 때마다 그런 분들이 정치과정에 투입되면서 변화를 이끌어 왔다.”
하윤해 정치부장 justice@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해변서 300m… 헤엄쳐 5명 살린 ‘그의 사투’ [아살세]
- ‘7억 달러 사나이’ 오타니 고척돔 오나 “개막전 준비”
- “걸그룹 뺨치는 미모”… 조민 셀카에 野지지자들 열광
- 6세 딸 앞서 살해당한 엄마… “보복 아냐” 변명에 유족 울분
- 남현희 산부인과 쫓아온 전청조…간호사 “엇, 아드님이”
- “Is this you?”…황의조 형수, 외국인인척 피해女 협박
- “현송월과 기싸움 썰 푼다”… 백지영이 말한 北 뒷얘기
- 왼발 수술인데 오른발 절단…환자 “양다리 못써, 절망”
- 이스라엘군, 자국 인질 3명 오인해 사살…“우리 책임”
- “한동훈 데려와야” vs “그러다 망해”…국힘, 의총서 격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