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 하원용'으로 어린이집 등록? 法 "챠량 이용은 보육 아냐"

어린이집 관련 이미지. 사진은 본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전민규 기자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는 것처럼 꾸며 부모와 함께 서로 득 보던 어린이집 원장이 덜미를 잡혔다. 구청은 받은 보조금을 되돌려 달라고 했고, 원장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지만 졌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 최수진)는 강남구의 한 어린이집 대표 A씨가 강남구청장이 내린 반환명령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지난 10월 선고했다.

보육료 지원 대상 어린이 B양은 서류상 A씨 어린이집에 다니는 것으로 돼 있었다. 어린이집은 B양을 보육대상 아동으로 등록하고, B양을 포함해 원생 수에 따른 지원금을 받았다. 전자출결시스템출석현황상 B양은 오후 두세시쯤 등원해 네다섯시쯤 하원한 것으로 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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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석은 했지만 어린이집엔 없었다? “낯 가려서…”

그런데 같은 기간, B양은 송파구에 있는 영어유치원을 다녔다. 강남구 어린이집과 송파구의 학원을 동시에 다닐 수 없다고 본 강남구청이 조사에 나섰다. A씨는 B양이 유치원 둘 다를 다녔다고 주장했다. “영어유치원 하원 후 어린이집 차량을 이용해 오후 2시에 등원했다” “낯을 가리는 친구였고 코로나19 때문에 실내에 안 들어오고 마당서 놀다 하원했다”는 설명이었다.

A씨의 해명에도 구청은 아동 허위등록이라 결론 내렸고, 일 년 간 이 아이 이름을 대고 타낸 지원금 493만원을 반환하라고 했다. 애초에 영어유치원 같은 다른 시설 기관을 정기적으로 다니는 아동은 보육료 지원 제외 대상이다. A씨는 이에 불복해 법원을 찾았다.

서울 행정법원. 연합뉴스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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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교사들 증언에 덜미…“영어유치원 하원, 픽업 목적”

하지만 소송 과정에서 유령 아동 출석 위조의 경위와 방법만 더 자세히 드러났다. 해당 어린이집 전직 교사들이 불리한 탄원서·사실확인서 등을 냈다. “B양은 어린이집 차량을 이용해 영어유치원을 하원 했을 뿐” “B양의 어린이집 등록 목적은 어머님의 픽업 편의를 위한 것” “ 전자출결은 B양 태그를 1층 현관 입구에 달아 놓고 차량동승교사가 찍었다” 등이다.

재판부는 A씨가 C양의 전자출석부를 허위등록해 강남구청으로부터 지원금을 받았다고 보고, 이를 돌려달라는 구청의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A씨는 “어린이집 차량 이용도 보육의 일환”이라고도 주장해봤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영유아보육법상 보육이란, 영유아를 건강하고 안전하게 보호·양육하고 교육을 제공하는 서비스인데 어린이집의 차량만을 이용하는 것이 보육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A씨는 항소하지 않았고, 이번 1심 판결이 확정됐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