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과 트럼프, 나란히 WP '올해의 거짓말쟁이' 불명예

김형구 2023. 12. 17.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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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 팩트체커 팀이 꼽은 ‘올해의 피노키오’ 명단에 나란히 올랐다. 사진은 2020년 10월 22일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의 벨몬트 대학에서 열린 마지막 대선 토론회에 참석한 바이든(왼쪽)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AFP=연합뉴스

미국 워싱턴포스트(WP) 팩트체커 팀이 15일(현지시간) 2023년 한 해를 돌아보며 사실과 다른 거짓말을 쏟아낸 인사들을 추려 ‘올해의 피노키오’ 명단을 내놨다. 내년 대선에서 재대결 가능성이 높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롯해 공화당 대선 경선전에서 치열한 2위 싸움을 벌이고 있는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와 니키 헤일리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 민주당을 탈당한 무소속 대선 주자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등이 줄줄이 이름을 올렸다. 여야를 막론하고 대선 레이스에 뛰어든 정치인들이 올해 최고의 거짓말쟁이라는 오명을 쓴 셈이다.

대중 연설 등에서 개인사로 이야기를 시작하기를 즐겨하는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이 경험했다는 몇 개의 에피소드가 WP 팩트체커 팀에 의해 ‘거짓말’ 판정을 받았다. WP는 “많은 정치인처럼 바이든 역시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 공감을 호소하지만 이야기를 과장하거나 꾸미는 성향은 진실성에 대한 의구심을 자아낸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집 화재로 부인 잃을 뻔?…“금방 진화”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월 소방관 간담회와 지난 8월 하와이 화재 현장 연설 등을 통해 2004년 자신의 집에서 발생한 화재를 거론하며 “아내와 67년식 콜벳(차), 고양이를 잃을 뻔했다” “소방관 두 명을 잃을 뻔했다”고 했지만, WP는 “취재 결과 당시 화재는 일찍 발견돼 20분 만에 꺼졌고 부상자는 없었다”고 보도했다. 그는 부통령 시절 공군 비행기보다 철도(암트랙)를 더 많이 이용해 철도 기관사가 이 사실을 들려줬을 정도라고 했지만, 해당 기관사는 부통령 취임 16년 전인 1993년 은퇴했고 해당 대화를 나눴다는 2016년의 2년 전에 이미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바이든 대통령이 동성애 얘기를 하다 10대 시절인 1960년대 초반 윌밍턴 시내에서 두 남자의 키스 장면을 목격했다고 했지만, WP는 “당시 동성애자들이 공공장소에서 키스하진 않았다”며 “믿기 힘든 얘기”라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지난 4월 “취임 후 2년간 1조7000억달러의 적자를 줄였다”고 했지만, 이 역시 WP가 “거짓”이라고 보도했다. WP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종식되면서 적자 감소는 이미 예상됐던 상황이고 바이든의 정책은 오히려 국가 부채를 당초 예상보다 약 8500억달러 증가시켰다”고 보도했다. 그의 ‘아픈 손가락’인 차남 헌터 바이든에 대해서도 “내 아들은 중국과 관련된 일로 돈을 번 적이 없다”고 말했지만, 이는 헌터 바이든의 법정 진술을 통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헌터 바이든은 2017년 240만달러, 2018년 220만달러의 소득을 신고했는데 이 중 대부분은 중국이나 우크라이나에서 얻은 소득이었다고 인정했다.


트럼프, 9년 연속 ‘피노키오’ 올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9년 연속 ‘올해의 피노키오’ 리스트에 올랐다. WP는 “재임 시절 그랬듯이 트럼프 혼자만으로도 이 (보도) 목록을 모두 채우는 것이 가능하다”며 특히 이란과 관련된 거짓말이 단연 도드라진다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과거 이란을 상대로 반격을 가하자 이란이 큰 충격을 받았고 다음 공습에서 미 군사기지를 (위협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빗맞히겠다고 경고해 왔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미국의 대(對)이란 공격이 취소됐고 이란이 경고를 해 오거나 미 군사기지를 빗맞히는 일 없이 대부분 기지에 명중했다고 WP는 보도했다. 그러면서 “당시 사망자는 없었지만 이는 잘 계획된 대피 때문이지 이란의 표적 공격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트럼프 대항마’로 한창 주가를 높이던 때 트럼프 정부 당시 대(對)중국 관세 부과 조치와 관련해 “디샌티스는 중국 공산주의자들 편에 섰다. 나는 미국 농부 편에 섰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디샌티스는 트럼프 정부의 대중국 관세에 반대하거나 미국 농민 지원에 반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디샌티스ㆍ헤일리, 중국 관련 공방서 ‘거짓말’


미국 니키 헤일리(왼쪽)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와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지난 6일 미국 앨라배마주 터스칼루사 앨라배마대학에서 열린 ‘2024 미국 대선 공화당 후보 4차 토론회’에서 논쟁을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공화당 경선전 내 라이벌 구도인 디샌티스 주지사, 헤일리 전 주지사와 그 지지자들은 중국 문제를 놓고 공방을 벌이는 과정에서 거짓말을 주고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헤일리 전 주지사 측은 디샌티스 주지사가 과거 연방 하원의원 재직 당시 버락 오바마 정부의 중국 무역 협정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에 올리는 데 찬성투표를 했다고 공격했지만, WP는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 디샌티스 주지사 측은 헤일리 전 주지사가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로 있을 때 중국 유리섬유 공장 유치를 환영해 국가안보를 저해했다고 공격했지만, WP는 이 역시 사실과 다르다고 보도했다.

무소속 대선 주자인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는 “블랙록ㆍ스테이트스트리트ㆍ뱅가드가 미국인들의 집 소유 기회를 빼앗고 있다”는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다. WP는 “사악한 기관 투자가들이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그의 음모론은 완전히 근거 없는 것”이라며 “세 업체는 단독주택 매입 사업조차 하지 않고 수동적 투자를 하는 인덱스 펀드 매니저”라고 지적했다.

무소속 대선 주자인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가 지난 10월 9일 미국 필라델피아의 인디펜던스 몰에서 열린 한 캠페인 행사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밖에 “바이든이 불법 체류자 가족에게 매달 2200달러와 무료 비행기 티켓 등을 퍼주고 있다”는 소셜미디어 글을 올려 약 250만건의 조회수를 올린 로렌 보버트 공화당 하원의원, 바이든 부통령 시절 차남 헌터에게 우크라이나 사업과 관련해 비밀 메시지가 담긴 이메일을 보냈다고 주장한 제임스 코머 공화당 하원의원, 경제학자 및 컨설팅회사 운영 커리어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나타난 앤드류 오글스 공화당 하원의원 등도 올해의 피노키오 명단에 올랐다. 아울러 헌터 바이든의 임대료 세금 신고와 관련된 가짜뉴스를 소셜미디어에 인용한 엘리스 스테파닉 공화당 하원의원, 워싱턴 DC에서 번 모든 돈을 퇴역 군인에게 기부하겠다고 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 토미 터버빌 공화당 상원의원 등도 불명예를 안았다.

WP는 ‘올해의 3대 거짓말’로 ▶“적자 1조7000억달러를 줄였다”는 바이든 대통령 ▶경제학자라는 이력을 내세웠지만 대학생 때 경제학을 한 과목만 수강했고 C학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난 앤드류 오글스 하원의원 ▶기부 약속을 식언한 토미 터버빌 상원의원을 꼽았다. 2007년 9월 처음 출범한 WP 팩트체커 팀은 국내외 주요 사안에 대한 정치인 등 공인들 발언의 진위를 판별해 보도하며 매년 말 ‘올해의 피노키오’를 선정해 발표해 왔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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