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점슛 5위' 이명관, 전화위복 된 트레이드
[양형석 기자]
우리은행이 안방에서 하나원큐를 가볍게 제압하고 공동선두 자리를 되찾았다.
위성우 감독이 이끄는 우리은행 우리WON은 16일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은행 우리WON 여자프로농구 3라운드 하나원큐와의 홈경기에서 60-48로 승리했다. 3쿼터까지 스코어를 51-29로 크게 벌리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은 우리은행은 4쿼터 중반부터 주전들을 빼고 벤치멤버들을 대거 투입하는 여유를 부리며 KB스타즈와 함께 다시 공동선두로 올라섰다(11승 1패).
우리은행은 에이스 김단비가 16득점 9리바운드 3어시스트 2스틸로 좋은 활약을 선보이는 등 주전 4명이 두 자리 수 득점을 올리는 고른 활약을 펼치며 하나원큐를 가볍게 제압했다. 다만 우리은행은 이날 3점슛 성공률이 29.17%(7/24)로 다소 아쉬웠는데 이 선수 만큼은 5개의 3점슛을 시도해 3개를 적중시키며 뛰어난 슛감을 자랑했다. 이제는 공수에서 우리은행의 확실한 옵션으로 자리 잡은 이적생 이명관이 그 주인공이다.
▲ 이명관은 이번 시즌 개막 3경기 만에 버저비터 결승골을 기록하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
ⓒ 한국여자농구연맹 |
여자프로농구는 매년 25명 내외의 고교 및 대학졸업 예정자들, 실업구단 소속 선수들, 그리고 해외교포 선수들이 WKBL 진출을 위해 신인 드래프트의 문을 두드린다. 그리고 구단들은 팀에 필요한 옥석을 골라 매년 2~3명의 선수를 지명한다. 그래도 최근엔 염윤아(KB)와 강유림(삼성생명 블루밍스), 김지영(신한은행 에스버드) 등 2라운드 지명을 받았던 선수들이 리그에 정착하는 경우가 늘어난 편이다.
하지만 여전히 3라운드 지명 선수들이 리그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보이는 사례는 매우 적다. 대부분의 3라운드 지명 선수들은 퓨처스리그를 전전하다가 유니폼을 벗는 경우가 허다하고 어렵게 1군 무대에 데뷔하더라도 주력 선수로 성장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심지어 최근에 열린 3번의 신인 드래프트 중 두 차례는 아예 2라운드까지만 선수를 선발하고 3라운드 지명 없이 드래프트가 종료되기도 했다.
하지만 3라운드 출신선수 중에서도 좁디 좁은 바늘구멍을 뚫고 리그에서 자리 잡은 선수가 있다. 바로 2015-2016 시즌 신인 드래프트 3라운드 4순위 출신의 포워드 김예진(KB)이다. 춘천여고 시절 꾸준히 연령별 대표팀에 선발될 정도로 촉망 받는 유망주였던 김예진은 윤예빈(삼성생명), 진안(BNK 썸) 등 장신 유망주들에 밀려 좀처럼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6순위로 하나원큐에 지명됐다.
프로 입단 후 4시즌 동안 경기당 평균 10분의 출전시간도 얻지 못하면서 벤치를 전전하던 김예진은 2021-2022시즌 어깨 부상에도 경기당 평균 21분을 소화하며 서서히 존재감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시즌 프로 데뷔 후 가장 많은 경기당 평균 24분 23초를 소화한 김예진은 4.2득점 3.8리바운드 1.9스틸을 기록하며 스틸 1위에 올랐고 시즌이 끝난 후 FA자격을 얻어 계약기간 3년, 연봉 8000만 원의 조건에 KB 유니폼을 입었다.
연봉 총액 4억 원이 넘는 김단비(우리은행)나 신지현(하나원큐)에 비하면 사실 김예진의 계약규모는 초라한 수준이다. 하지만 3라운드 출신 선수의 FA계약은 하위라운드 출신 선수들에게 희망을 주기 충분했다. 그리고 최근 또 한 명의 선수가 신인 드래프트 하위 라운드, 그리고 리그에서 상대적으로 적은 대졸 출신 선수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 시즌을 거듭할수록 우리은행에서 점점 입지를 넓히고 있는 이명관이다.
▲ 시즌 36.4%의 3점슛 성공률을 기록하고 있는 이명관은 이번 시즌 우리은행에서 가장 위협적인 3점슈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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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성고를 거쳐 단국대에 진학한 이명관은 2017년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 대표팀에 선발될 정도로 대학 무대에서 돋보이는 기량을 자랑했다. 하지만 졸업반이 되던 2019년 전방십자인대 부상을 당하면서 수술대에 올랐고 이 때문에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지명을 장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부상 당하기 전, 이명관의 기량을 눈 여겨 보던 삼성생명에서 3라운드 6순위(전체 18순위)로 이명관을 지명했다.
2019-2020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가장 늦게 지명된 이명관은 루키 시즌에 식스우먼으로 활약하면서 챔프전 우승멤버가 되는 행운을 누렸다. 이명관은 2021-2022 시즌 23경기에서 평균 15분 26초, 지난 시즌 27경기에서 14분 44초의 출전시간을 기록하며 삼성생명의 식스우먼으로 자리를 잡는 듯했다. 하지만 이명관은 지난 5월 184cm의 센터 방보람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디펜딩 챔피언' 우리은행으로 이적했다.
김단비와 박혜진, 박지현, 최이샘 등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즐비한 우리은행으로의 이적은 꾸준한 출전시간이 필요했던 이명관에게 썩 좋을 게 없어 보였다. 하지만 개막전에서 유승희가 무릎을 다치면서 이명관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그리고 이번 시즌 우리은행이 치른 12경기 중 11경기에 출전한 이명관은 경기당 평균 27분 2초를 소화해 7.73득점 3.7리바운드 1.4스틸(6위)을 기록하며 기대를 훌쩍 뛰어 넘는 활약을 해주고 있다.
지난 11월 15일 KB와의 시즌 첫 맞대결에서 짜릿한 버저비터 결승골을 기록하면서 농구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이명관은 16일 하나원큐전에서도 알토란 같은 활약으로 우리은행의 5연승에 크게 기여했다. 김단비(34분 42초)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32분 27초의 출전시간을 기록한 이명관은 3점슛 3개를 포함해 13득점 7리바운드 1어시스트 2스틸을 기록하며 공수에서 하나원큐를 괴롭혔다.
이번 시즌 우리은행은 김단비(17.75점)와 박지현(16.08점), 최이샘(11.08점)으로 이어지는 국가대표 트로이카가 팀 내 득점 1~3위를 기록하고 있다. 당연히 이명관을 비롯한 나머지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수비의 압박을 덜 받게 되는데 이명관은 이 틈을 타 이번 시즌 36.4%(16/44, 5위)의 3점슛 성공률을 기록하고 있다. 전 시즌 우승팀으로 이적한 후 오히려 더 많은 출전기회를 얻고 있는 이명관이 프로 입단 네 시즌 만에 첫 번째 전성기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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