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심장' 양효진, 남녀부 최초 1500블로킹 '금자탑'
[양형석 기자]
현대건설이 적지에서 정관장에게 짜릿한 역전승을 따내며 선두 자리를 탈환했다.
강성형 감독이 이끄는 현대건설 힐스테이트는 16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정관장 레드스파크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2(17-25, 20-25, 29-27, 25-21, 15-11)로 승리했다. 세트스코어 0-2의 열세를 3-2로 뒤집으며 승점 2점을 적립한 현대건설은 파죽의 8연승과 함께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승점 35점)를 승점 2점 차로 제치고 이틀 만에 선두 자리를 되찾았다(12승 4패).
현대건설은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가 46.03%의 공격성공률과 서브득점 1개, 블로킹 3개를 기록하며 33득점으로 공격을 주도했고 이다현이 블로킹 3개를 포함해 12득점, 위파위 시통도 11득점으로 힘을 보탰다. 그리고 '간판스타'라는 표현으로도 부족한 현대건설의 '심장' 양효진은 이날 또 하나의 의미 있는 기록을 세웠다. 바로 남녀부 합쳐 통산 1500개의 블로킹을 성공시킨 역대 최초의 선수에 등극한 것이다.
▲ 양효진은 프로 데뷔 후 16번의 시즌을 치르면서 12번이나 블로킹 1위 자리를 차지했다. |
ⓒ 한국배구연맹 |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여자배구 최고의 미들블로커로 군림하던 장소연(SBS 스포츠 해설위원)이 V리그 출범과 함께 현역생활을 마감하면서 여자부의 블로킹 경쟁은 정대영(GS칼텍스 KIXX)과 김세영의 2파전이 됐다. 1981년생 동갑내기로 V리그 출범 전부터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던 정대영과 김세영은 프로 출범 후에도 최고의 미들블로커와 최고의 블로커 자리를 두고 경쟁했다.
정대영은 리그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통산 50호 블로킹부터 300호 블로킹까지 기록을 쌓아 나갔고 이에 질세라 김세영도 1~2달 후 리그에서 두 번째로 기록을 세우며 추격했다. 그리고 2008-2009 시즌이 끝난 후 정대영이 V리그 최초로 '출산휴가'를 받고 2009-2010 시즌을 통째로 거르자 김세영은 2010년 2월 리그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350블로킹 고지를 밟았다. 김세영은 400블로킹과 450블로킹 기록도 정대영보다 먼저 도달했다.
하지만 정대영과 김세영이 서로 치열하게 경쟁을 하는 사이, 2007-2008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4순위로 현대건설에 입단한 양효진은 야금야금 두 선배들을 추격했다. 사실 양효진은 미들블로커로는 축복 받은 190cm의 좋은 신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체력이 약하고 웨이트가 부족해 프로무대에서는 성공하기 힘들 거라는 시선도 적지 않았다. 양효진의 지명순번이 4순위까지 밀려난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양효진은 루키 시즌부터 정대영이 떠난 현대건설의 주전 미들블로커로 활약했고 28경기에서 36.18%의 공격성공률과 세트당 0.57개의 블로킹을 기록하며 308득점을 올리는 기대 이상의 활약을 선보였다. 비록 신인왕은 루키 시즌에 챔프전 우승을 달성했던 배유나(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에게 돌아갔지만 '역대급 드래프트'로 꼽혔던 2007-2008 시즌에 입단한 신인 중에서 양효진보다 많은 득점을 올린 신인은 없었다.
루키 시즌과 2년 차 시즌에 연속으로 블로킹 부문 3위에 올랐던 양효진은 3년 차가 되던 2009-2010 시즌 세트당 0.98개의 블로킹을 기록하며 데뷔 후 처음으로 블로킹 여왕에 등극했다. 그렇게 꾸준히 블로킹 부문의 양대산맥이었던 정대영과 김세영을 추격하던 양효진은 2013년 2월 19일 도로공사전에서 역대 그 어떤 선수보다도 빠르게 500블로킹 고지를 점령했다. V리그 역대 최고 블로킹 여왕의 간판이 바뀌는 순간이었다.
▲ 양효진은 16일 정관장과의 경기에서 남녀부 최초로 통산 1500개의 블로킹을 기록했다. |
ⓒ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
널리 알려진 것처럼 양효진은 2009-2010 시즌부터 2019-2020 시즌까지 무려 11시즌 연속으로 블로킹 여왕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당연히 통산 블로킹에서도 이렇다 할 경쟁자 없이 리그에서 가장 먼저 600, 700, 800, 900, 1000블로킹을 기록했다. 양효진이 2018년 2월에 통산 1000블로킹 고지를 밟은 반면에 역대 2위 정대영은 양효진보다 3년이나 늦은 2021년 11월에야 1000블로킹을 기록할 정도로 양효진의 기록은 다른 선수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빨랐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프로에 입단해 루키 시즌부터 주전으로 활약한 양효진은 언제부턴가 남자선수를 능가하는 기록을 세우고 있다. 실제로 양효진은 남자선수 최초의 1000블로킹 기록을 가지고 있는 이선규(한국전력 빅스톰 코치, 2018년 2월11일)보다 5일 먼저 1000블로킹을 기록했다. 양효진이 2019년 2월에 달성한 1100블로킹은 남자부에선 올해 1월 신영석(한국전력)이 최초로 기록했다.
11시즌 연속 블로킹 1위를 달리다가 2020-2021 시즌 한송이(정관장)에게 블로킹 1위 자리를 내준 양효진은 지난 시즌에도 한수지에게 밀려 통산 13번째 블로킹 1위 등극에 실패했다. 양효진은 이번 시즌에도 기량이 부쩍 성장한 최정민(IBK기업은행 알토스, 세트당 0.90개)에 이어 블로킹 2위(세트당 0.84개)에 올라있고 '리틀 양효진'에 가장 근접하다는 3위 정호영(정관장, 세트당0.77개) 역시 호시탐탐 양효진의 자리를 노리고 있다.
하지만 블로킹 1위 자리를 내줬다고 해서 양효진의 전성기가 꺾였다고 말하는 배구팬은 아무도 없다. 양효진은 이번 시즌 16경기에서 49.46%의 공격성공률로 239득점을 기록하며 득점 11위(국내 선수 3위)에 올라있다. 미들블로커로 포지션을 좁히면 단연 득점 1위이고 미들블로커 득점 2위 정호영(159점)과도 80점이나 차이가 난다. 양효진은 여전히 리그에서 가장 높은 효율로 가장 많은 득점을 기록하는 미들블로커라는 뜻이다.
현대건설은 지난 두 시즌 동안 코로나19로 인한 시즌 조기종료와 외국인 선수 야스민 베다르트(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의 부상이라는 불운 속에 우승의 문턱에서 좌절한 바 있다. 하지만 현대건설은 파죽의 8연승으로 이번 시즌 흥국생명과 선두 경쟁을 하면서 다시 한 번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프로 17번째 시즌에도 현대건설을 든든하게 지탱하고 있는 '기둥' 양효진이 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