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다이어리]내 돈을 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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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 한국인이 미국에서 가장 답답해하는 것 중 하나는 단연 고객서비스(CS)일 것이다.
지난해 케이블TV를 해지하는 과정에서는 CS콜센터와 통화까지 총 1시간 이상이 소요됐다.
미국의 유명 시트콤 '프렌즈'에서는 피비가 CS 상담사와 통화하기 위해 전화기를 들고 한참 시간을 보내는 에피소드가 나온다.
현지언론들은 팬데믹을 거치며 많은 기업이 CS센터를 폐쇄하거나 대규모 해고를 단행했다면서 '기술 발전'보다는 '비용 절감'을 위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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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 한국인이 미국에서 가장 답답해하는 것 중 하나는 단연 고객서비스(CS)일 것이다. 지난해 케이블TV를 해지하는 과정에서는 CS콜센터와 통화까지 총 1시간 이상이 소요됐다. 하지만 10여일 후 장비를 반납하기 위해 매장에 갔더니 정작 서비스는 해지돼 있지 않았다. 그리고 당혹스럽게도 그사이 달이 바뀐지라 요금도 일부 청구된다고 했다. 부랴부랴 지난달 해지 신청을 했다고 상황을 설명하자 돌아온 답변은 "지금 여기서 바로 해지해줄 수 있다. 하지만 (청구된 요금을 취소하기 위한) 날짜 백업은 ‘전화로만’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또다시 전화기를 들고 대기하기 싫었던 나는 그냥 그 돈을 포기했다.
최근에는 인내심의 한계를 느낀 일도 있었다. 개인 신용카드에서 한 전자상거래업체 A사 이름으로 259달러가량 무단 결제된 것을 뒤늦게 발견한 것이다. 난생처음 겪는 일이기에 신용카드사에 분쟁(Dispute) 요청을 했더니, AI 챗봇을 거쳐 겨우 연결된 상담사는 "정상적인 결제로 보인다"며 A사에 문의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A사와의 연결이 쉽지 않았다. 한참을 기다리게 한 후 겨우 연결된 상담사는 몇 가지를 확인한 후 또 다른 곳으로 연결해주겠다고 한다. 이렇게 반복하길 7~8명째, 결론은 "신용카드사에 연락하라"는 것이었다. 이후 약 2시간에 걸친 채팅 끝에 마침내 제법 책임자인 듯한 이가 장문의 사과와 함께 "걱정하지 말라. 48시간 내 분쟁 관련 메일을 보내주겠다"고 답했다.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이렇게 해결된 건 줄 알았다.
결론적으로 A사로부터 메일은 받지 못했다. 대신 신용카드사로부터 A사측에 문의하라는 메시지를 또 받았다. 다시 A사에 연락했고, 2시간 반 이상 똑같은 절차를 반복했다. 받은 답변의 순서도 동일했다. 신용카드사에 연락하라, 곧 관련 메일을 보내주겠다. 물론 메일은 또 오지 않았다. 이렇게 신용카드사와 A사 간 CS 핑퐁에 오가길 5차례, 약 3주의 시간이 지나서야 259달러를 환불받았다.
사실 이런 에피소드는 미국에서 특별할 게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의 유명 시트콤 ‘프렌즈’에서는 피비가 CS 상담사와 통화하기 위해 전화기를 들고 한참 시간을 보내는 에피소드가 나온다. 곧 연결될 것이라는 자동응답 목소리만 들으면서 지칠 때까지 대기하고 있는 피비의 모습은 미국인들이 자주 겪는 전형적인 에피소드를 녹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개인적으로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CS 상담사와의 연결이 한층 어려워졌다는 느낌도 받는다. 대표번호로 전화를 걸어도 당장 응답하는 것은 인공지능(AI) 상담사다. ‘사람’인 상담사와 통화, 채팅으로 연결되기까지는 한참 동안 자동화 옵션을 살펴야만 한다. 웬만하면 AI로 대체하겠다는 회사측의 적극적인 방어가 느껴질 정도다. 현지언론들은 팬데믹을 거치며 많은 기업이 CS센터를 폐쇄하거나 대규모 해고를 단행했다면서 ‘기술 발전’보다는 ‘비용 절감’을 위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AI 챗봇 등으로 CS를 대체하고 인력을 줄이는 것은 분명 기업 수익성에는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의문은 남는다. CS가 중요한 이유는 고객에 대한 신뢰의 문제여서다. 고객 신뢰가 악화할 정도로 CS 질이 떨어진다면, 그 대가는 무엇으로 돌아올까. 나는 해당 케이블업체의 인터넷 서비스까지 추가로 해지했다. A사도 다시 이용할 생각이 없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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