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영입인재 이수정 "그때, 민주당 안 가길 참 잘했다" [4류 정치 청산 - 연속 인터뷰]
방송출연으로 대중적 인지도 쌓아
24년 총선 경기 수원정 출마 선언
"정치 아닌 입법활동 하러 가는 것"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기업은 2류, 행정은 3류, 정치는 4류"라고 말해 큰 파장을 일으켰던 1995년 '베이징 발언'으로부터 30년에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과연 그 사이에 우리 정치는 4류에서 조금이라도 랭크가 올랐을까. '헌정사상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는 21대 국회의 모습을 보며, 일말의 기대마저 내려놓는다는 국민이 적지 않다.
과연 우리 정치, 우리 국회, 우리 정당은 무엇이 문제이며, 어떻게 해야 '4류 정치'를 청산하고 선진 정치로 나아갈 수 있을까. 데일리안은 '4류 정치 청산'을 주제로 하는 연속 인터뷰를 통해 그 길을 찾아보고자 한다. 서른네 번째 순서로 지난 12일 서울 광화문 한 카페에서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를 만났다.
1964년 서울에서 태어난 이 교수는 예일여고를 거쳐 연세대학교 심리학 학사, 사회심리학 석·박사를 마쳤다. 1세대 프로파일러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등 방송 출연을 하며 대중적 인지도를 쌓았다.
그는 국민의힘 1차 영입 인재로 선정돼 지난 13일 내년 총선 경기 수원정(영통) 지역구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수원정은 박광온 민주당 전 원내대표가 3선을 한 지역구다. 수원은 갑·을·병·정·무 5개 지역구를 모두 민주당이 차지한 곳으로, 국민의힘에게는 험지 중의 험지로 손꼽히는 지역이다.
이 교수가 수원정을 지역구로 선택한 것은, 이곳에 위치한 경기대에서 25년간 교수생활을 하며 수원 지역을 스스로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앞서 21대 총선을 앞둔 지난 2020년에는 민주당에서 영입제안을 했지만 거절했다. 그는 "지금 생각하면 그 때 민주당에 안 가길 진짜 잘했다"며 "민주당은 지금 민생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옛날 민주당 같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지난 대선 때는 윤석열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을 역임했다. 총선 출마를 선언한 지금도 여전히 정치인이 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는 "정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는데 입법 구멍을 막고 싶다는 생각은 언제나 했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교수와 일문일답.
Q. 정치권 입문 결단의 계기.
"정치인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뛰어든 건 아니다. 25년 동안 범죄를 쫓아다니는 일을 하다 보니, 내가 보는 사건들은 대부분 피해자가 약자들이었다. 주로 아이들이나 여성 노인들 사건을 쫓다 보면 법에 구멍이 뚫린 것이 보인다. 그 구멍 뚫린 법들을 뜯어고치고 싶다는 마음에서 출발한 것이다."
Q. 예를 들면.
"출생은 했는데 출생 신고는 안 된 아이들이 지난 10년 동안 거의 9000명 정도 된다는 것 아니냐. 과거에 있었던 '구미 3세 여아 사건'에서도 애가 하나 없어졌는데 제대로 입증도 하지 못하고 엄마는 유죄 인정이 안 됐다. 최근에 언론 탐사보도에서 나오는 것을 보면 아이를 사고 파는 브로커가 있고, 지금 아이들이 거래되고 있다고 한다.
그런 보도들이 나오면서, 국회에서 관련 민생입법이 나올 줄 알았다. 결국 디지털 거래인데 디지털 암시장에 대한 제재를 해야 되는데, 아무도 입법 발의를 안 했다. 그래서 나에게 (정치할) 기회가 왔길래, 나는 그런 입법을 하고 싶다고 생각한 것이다.
정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는데 구멍을 막고 싶다는 생각은 언제나 했었다."
Q. 수원정은 국민의힘에 험지 중의 험지인 지역이다. 왜 선택했나.
"수원에 유달리 애정이 있다. 수원 개발 전부터 나는 그 동네 사람이었고 '오원춘 사건' 때 그 젊은 여성이 야근하고 돌아오다가 사라진 그 골목길을 몇 번이나 왔다 갔다 했었다. '강호순 사건' 때 피해자들이 실종됐던 그 지역을 돌아다녔다.
결론적으로 그냥 그 지역을 지켰었기 때문에 출마하지 뭐 그런 생각을 한 거다. 어차피 입법활동 하러 여의도 가는데, 내가 잘 아는 지역에서 내 용도가 나름대로 있는 지역을 택하는 게 잘 사는 서초(현재 거주 지역)를 가는 것보다 훨씬 낫지 않겠냐는 생각을 한 거다. 서초는 가로등도 많고 내가 할 일이 별로 없다(웃음)."
Q. 수원 5개 지역구가 모두 민주당이다. 수원정에서 당선될 수 있다는 확신이 있나.
"그런 확신이 있으면 나에게까지 차례가 왔겠느냐. 나는 유불리를 따지지 아니하고 내가 제일 잘 아는 지역을 택한 것 뿐이다. 광교는 신도시가 됐고 반면 옛날 구 도심권은 아직 좋은 지역이 되지 못했다. '나라는 사람이 이 지역의 안전을 위해 유용한 사람일 수 있겠구나'라는 확신이 있어서 이 지역을 선택했다.
내 인생의 유불리를 따졌으면 나는 범죄심리학자가 안 됐을 것이다. 조금 더 안온한 곳에서 아름다운 노년을 임상심리학자 등으로 보내지 않았을까."
Q. 국민의힘 입당 전후 시민들 시선 변화가 있는가.
"차갑다. 원래는 마트에서 아주머니들이 아는 척하고 친근하게 다가오시고 했는데, 이제 빨간 옷만 입고 나가면 외면한다.
이수정이라는 사람은 빨간 옷을 입기 전이나 후나 달라진 것이 없다. 이걸 내가 어떻게 시민들을 설득하고 확신시키느냐가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Q. 국민의힘을 향한 수도권 민심이 좋지 않다. 당에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는가.
"일단 무슨 변화든 필요하다. 국민의힘 가장 큰 문제는 기득권층이다. 국민은 국민의힘에 거리감이 있다.
국민을 대표하는 정당은 국민에게 거리감을 느끼게 해서는 안된다. 그래서 민생 속으로 파고 들어야 하고, 국민의 어려움을 어떻게든 법이나 제도를 통해 해결해야 하는 임무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국민의힘이 그 역할에 충실하지 못했던 부분을 인정하는 게 먼저 필요하다."
Q. 지난 21대 총선에서는 민주당에서 영입제안을 받았다.
"그 때는 민주당에서 '위성정당 비례'를 제안했다. 그 때만 해도 국회의원을 하겠다는 생각도 정치권에 입문할 할 생각도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 때 민주당에 안 가길 진짜 잘했다."
Q. 왜 그런가.
"민주당은 지금 민생을 전혀 지금 신경쓰지 않는다. 옛날 민주당 같지 않다. 그래서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때 위성정당에 갔으면 큰일 날 뻔했다."
Q 국민의힘은 민주당에 비해서 민생 정책을 하고 있다고 느끼는가.
"못 한다. 그런데 민주당과 큰 차이가 있다.
2020년 국민의힘 성폭력대책 TF에 합류한 적이 있다. 그 때 내가 당에 요구했던 법안이 2개가 있는데 스토킹처벌법과 보호수용법이다. 보호수용법이 지금의 제시카법(아동 성범죄자가 출소하면 학교·보육시설 등으로부터 500m 이내 거주할 수 없도록 하는 법)이다. 입법이 된 것이다.
이분(국민의힘 의원)들이 어려움을 잘 몰라서…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상황을 이해하면 실행하고, 약속은 지키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Q. 그래서 국민의힘을 선택했나.
"몰랐는데, 내가 '엄벌주의자'더라. 그걸 '조두순 사건' 때 알았다. 왜 피해 아동인, 나영이 인권보다 피의자인 조두순 인권을 더 보호해야 하는가.
민주당엔 인권주의자들이 많다. 인권침해가 발생할 수 있는 법률들은 입법하지 않는다. 그러면 약자들은 누가 어떻게 보호하는가. 민주당과는 이런 철학의 차이가 있다. 나는 피의자의 인권보호는 못 하겠더라. 엄벌주의자들은 민주당과 같이 일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옛날에 군사정부 시절엔 민주주의를 위해 인권을 위해 싸웠는데 문제는 세상이 바뀌었다. 그런데 세상이 바뀐 부분을 386세대는 여전히 군사정부 시절이라고 생각하고, 군사정부가 아닌 검찰 정부라고 주장하면서 법치와 싸우고 있다. 이게 말이 되는 것인가.
민주화는 자기네들만 운동한 것이 아니다. 우리 세대는 다 같이 시위에 나갔다. 나도 마찬가지고. 그런데 그 공적을 왜 그들만 독점하는가. 여전히 하나도 바뀌지 않은 채 지금도 '암컷'이라고 그 당시 쓰던 용어로 여성을 비하하는지 난 정말 이해가 안 된다.
그래서 내 마음이 민주당이 (입당)제안을 해도 제안이 별로 매력적으로 여겨지지 않더라. 위성정당이라는 것도 싫었고."
Q. 21대 총선의 결과로 현재 국회는 역대 최악의 평가를 받는다. 왜 그럴까.
"다수당인 민주당이 민생에 신경은 안 쓰고, '이재명 방탄'에만 신경 쓰니까 그렇다. 그리고 나는 누구를 위해 싸우거나 줄 서는 것을 할 생각이 없다."
Q. 한동훈 법무부 장관 '청년보좌역'에 홍정윤 경기대 범죄교정심리학과 겸임교수가 임명됐다. 교수님 제자라고 하던데?
"몇백대 일 경쟁률 뚫고 들어갔다고 하더라. 형사정책연구원으로 눈에 띄는 업적을 냈던 능력이 출중한 친구다. 많이 아끼는 제자고.
기사를 보니 내가 추천한 것이 아니냐는 댓글이 보이던데. 지원한 줄도 몰랐고 추천서 한 장 써준 적 없다."
Q. 마지막으로 국민과 유권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
"유권자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우리 정치권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이런 정치밖에는 하지 못해서. 내게 기회를 달라. 수원은 지금까지 내가 헌신했던 지역이다. 이번에는 나를 믿어 달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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