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도 9개월만에 퇴장…'용꿈'의 무덤이 된 보수당 대표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가 중도 하차하면서 ‘임기 못 채우는 보수당 대표’ 흑역사가 또다시 반복됐다.
3·8 전당대회에서 당선한 김 전 대표는 지난 13일 페이스북에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당의 안정과 총선 승리를 위해 이바지하고자 한다”며 전격 사퇴했다. 내년 4·10 총선 지휘는커녕 2년 임기의 절반도 수행하지 못한 9개월 만의 퇴장이었다.
거대 양당 체제의 한 축인 보수당 대표는 보수 진영 정치인 누구나 선망하는 자리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대부분 말로가 좋지 않았다. 치열한 전당대회를 뚫으면 당의 의사 결정과 공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그만큼 당 안팎의 정치적 표적이 돼 희생양이 될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특히 책임을 강조하는 보수 진영의 정서상 선거 패배 등 정치적 위기를 겪으면 대표가 책임지고 물러나는 경우가 많았다.
한나라당부터 역대 대표 16명…완주는 2명뿐
1997년 창당한 한나라당까지 거슬러 올라가도 임기를 모두 채운 대표를 찾기는 쉽지 않다. 26년간 16명의 역대 대표 중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2006년 7월~2008년 7월)와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2012년 5월~2014년 5월) 두 명을 제외하곤 모두 중도 하차했다. 황 전 대표를 끝으로 불명예 퇴임 기록이 근 10년째 이어지는 셈이다.
대체로 사퇴 사유는 선거 패배였다. 2015년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서 28주 연속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잘 나가던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2016년 4월 20대 총선 참패 책임으로 사퇴한 게 대표적이다. 김 전 대표는 친박계와의 공천 갈등으로 ‘옥새 파동’까지 벌였는데, 총선 결과 122석에 그쳐 민주당(123석)에 한 석 차이로 1당 자리를 내주자 스스로 물러났다. 이후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는 등 정치 가도에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앞서 ‘친박계 좌장’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도 2002년 12월 16대 대선에서 이회창 당시 후보가 패하자 임기 8개월 만에 물러났다. 안상수 전 한나라당 대표는 2011년 4·27 재·보궐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임기 10개월 만에 퇴장했고,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 참패하자 임기 11개월 만에 직을 던졌다.
정국 악재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경우도 많았다. 2004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노무현 당시 대통령 탄핵 역풍으로 물러난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가 대표적이다. 총재직 폐지 후 최초의 단일 지도 체제 대표로 당선된 그는 9개월 만에 마침표를 찍었다. 2016년 8월 당선한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는 그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자 임기 3개월 만에 사임했다. 이 밖에 이회창·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등은 대선 출마 등의 이유로 스스로 자리를 내놨다.
尹 정부에서도 이준석·김기현 2연속 중도 하차
현 정부 들어서도 두 명의 국민의힘 대표가 중도 사퇴하며 기록을 이어갔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과거 사례와는 조금 다른 측면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1년 6월 당선한 이준석 전 대표는 임기 중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모두 승리했지만, 지난해 당 중앙윤리위에서 당원권 정지 중징계를 받으며 쫓겨났다. 김기현 전 대표도 공식 일정을 중단하고 잠행하던 중 페이스북을 통해 사의를 표하면서 ‘원하지 않은 사퇴’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지난 13일 사의 표명 당일 이 전 대표와 회동한 사실이 공개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됐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2일 “선출된 대표 두 명이 등 떠밀려 임기를 마치지 못하는 것이 대표들이 별나서 그런 건지, 아니면 같이 일하는 대통령이 별나서 그런 건지 되짚어 봐라”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성수(정치외교학) 한양대 교수는 “정당 대표는 막강한 권한이 있기에 그에 따른 책임도 지는 것”이라며 “다만, 이준석·김기현 전 대표는 특별한 권력도 받지 못한 채 분란의 책임자로 지목됐다는 점에서 과거와는 다른 측면이 있어 보인다”고 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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