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 화석연료 퇴출 빠졌다…'메탄 제로' 선언에 엇갈리는 이유 [세계 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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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기후총회의 가장 중요한 결과물일까. 화석연료 퇴출을 막으려는 연막 작전일까. 아랍에미리트(UAE)에서 개최된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남긴 ‘메탄 퇴출 서약’에 대한 상반된 평가다.
최종 합의문에 국제환경단체 등이 주장했던 ‘화석연료 퇴출(phase-out)’ 문구가 빠지면서 메탄 퇴출 서약에 대한 관심이 한층 커졌다. 일부에선 탈 메탄이라도 이뤄진다면 뜨거운 지구를 다소 식힐 수 있다고 기대한다. 하지만 석유·가스 기업이 나선 ‘메탄 퇴출 서약’의 실효성에 의구심을 품는 이들도 많다.
메탄은 가장 강력한 온실가스다. 대기 중 메탄의 농도는 이산화탄소의 200분의 1에 그친다. 하지만 지구온난화에 끼치는 영향은 발생 이후 20년을 기점으로 약 84배 높다.
미국 사이언스에 따르면 석유와 천연가스의 이동 통로인 송유관·가스관에서 누출되는 메탄은 2000만대의 자동차가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양과 맞먹는다. 즉, 같은 양을 감축했을 때 메탄의 온실가스 저감 효과가 가장 크다.
또다른 장점도 있다. 메탄은 온실가스 가운데 가장 수명이 짧다. 즉 노력만 한다면 단기간에 성과를 볼 수 있다는 의미다. 과학계에선 2030년까지 메탄 배출량이 50% 줄면 지구온난화 속도를 25% 이상 늦출 수 있다고 본다. 국제기후보건연합(GCHA)은 “메탄 퇴출이 기후 대책 가운데 가장 빠른 효과”라고 주장했다.
지난 2일 COP28 회의장에서 ‘메탄 퇴출 서약’이 합의됐을 때 찬사가 나온 이유다. 당시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UAE의 국영석유공사(ADNOC)·미 엑손모빌 등 50개 글로벌 석유·가스 기업은 5년 내로 생산 과정에서 메탄 배출량을 80% 이상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외신들은 이러한 약속이 탄소배출 주범인 화석연료 기업 손에서 이뤄졌다는 데 주목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예상치 못한 약속”이라며 “COP28의 가장 중요한 결과물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회의가 진행될수록 환경 단체 사이에선 석유·가스 업계의 ‘그린 워싱(Green Washing·위장 환경주의)’ 아니냐는 의구심도 커졌다.
안토니오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의 발언이 시작이었다. 구테헤스 사무총장은 합의 발표 후 COP28 회의장을 방문해 “화석연료 배출 중단은 아무런 언급이 없다.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의 여지가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선 이들 업계의 앞뒤 행동이 다르다며 ‘연막(smokescreen)’이란 지적도 나왔다. AP에 따르면 일부 환경단체들은 기후총회 개최 몇 달 전부터 “메탄 누출은 운영 방식 변화·기술 활용을 통해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며 글로벌 석유·가스 기업에 대응을 촉구해왔다.
하지만 대다수 요구가 반영되지 않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절반에 가까운 메탄 제거할 수 있는 기술 있었지만 대부분 활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한발 나아가 “사실상 모순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2015년 파리기후협약부터 2년 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기후총회(COP26)까지 메탄 퇴출 논의는 꾸준히 있었지만, 메탄 배출량은 오히려 늘어났다는 이유다.
매체는 “지구온난화의 효과적인 대책은 두바이의 COP28 회의장보다 오스트리아 빈의 석유수출국기구(OPEC) 본부에 있는지도 모른다”며 “유일한 해결책은 화석연료의 퇴출뿐이다”고 짚었다.
이런 우려는 지난 13일 발표된 COP28 최종 합의문에도 고스란히 묻어났다. 메탄 퇴출을 언제·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표현이 들어가지 않았다. 초안에는 온실가스 종류별로 2030년, 2035년 각각의 감축 목표를 명시됐다. 하지만 최종안은 “비이산화탄소 배출, 특히 메탄 배출의 저감을 가속하고 2030년까지 실질적 감축을 달성한다”는 문장으로 바뀌었다.
전문가들은 메탄 퇴출을 기후 위기의 대응책으로 만들려면 한층 강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글로벌 메탄 허브(Global Methane Hub) 대표인 마르셀로 메나는 “메탄 배출에 세금을 매기거나 누출에 엄격한 환경 기준을 적용하는 시장 환경을 조성하는 방법 없이는 변화를 강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상혁 기자 moon.sanghy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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