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소리 거슬려”… 뮤지컬 ‘시체관극’ 악습에 팬들 “억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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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뮤지컬 업계의 '시체관극' 문화가 논란이 되는 가운데, 뮤지컬 마니아 팬들이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시체관극의 주 원인은 개인 관객들의 이기심이 아닌,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비싼 티켓값에 있다는 것이다.
이어 "이렇게 높은 티켓값을 기꺼이 감당하는 사람들은 그만큼 뮤지컬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높다고 해석할 수 있다"며 "이런 관객들이 예민하고 왜곡된 관람문화 선도자로 낙인찍히는 것이 정당한가"라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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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 팬덤 “진상은 소수… 근본원인은 티켓값”
한국 뮤지컬 업계의 ‘시체관극’ 문화가 논란이 되는 가운데, 뮤지컬 마니아 팬들이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시체관극의 주 원인은 개인 관객들의 이기심이 아닌,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비싼 티켓값에 있다는 것이다.
16일 공연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뮤지컬 업계를 중심으로 시체관극 문화가 유행하고 있다. 시체관극이란 뮤지컬 공연을 관람하며 사소한 움직임이나 소리조차 내지 않은 채 ‘시체’처럼 자세를 유지하는 문화를 뜻한다. 다른 나라가 아닌 우리나라에서만 유독 유행하고 있다.
특히 최근 한 문화전문 기자가 작성한 ‘뮤지컬 리진을 볼 필요가 없는 이유’라는 기사가 논란에 불을 붙였다.
이 기자는 뮤지컬 ‘리진’의 관람평 기사를 쓰기 위해 공연장을 방문했는데, 옆자리 관객이 “메모하는 펜 소리가 거슬린다”며 항의했다고 한다. 실랑이를 벌이던 끝에 해당 관객은 공연장 직원에게 민원을 넣었고, 결국 기자는 후방 좌석으로 쫓겨났다고 한다.
논란이 커지자 온라인상에서는 시체관극 문화를 겪어봤다는 경험담이 줄을 이었다. 청각장애인이 인공와우를 착용한 채 공연을 보다가 “‘기계 소리가 시끄러우니 공연을 보지 말라’는 얘기를 들었다”는 사례부터 “자세를 바로잡기 위해 잠깐 뒤척였더니 핀잔을 주더라” “손목시계 초침 소리가 거슬려 공연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짜증을 들었다” 등 사연이 알려졌다.
반면 ‘연뮤덕’들은 이 같은 비판에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연뮤덕이란 ‘연극뮤지컬 덕후’의 줄임말로, 연극이나 뮤지컬에 큰 관심을 가진 마니아층 팬덤을 일컫는 업계 은어다.
자신을 뮤지컬 마니아로 소개한 한 관객 A씨는 국민일보에 보낸 이메일에서 “말도 안 되게 비싼 티켓값을 소비해준 사람들이 왜 타인에게 상처를 줄 정도로 예민한 사람으로 낙인찍혀야 하는지 너무 황당하고 참담한 심경”이라고 말했다.
A씨는 “알려진 ‘극성 관객’의 사례는 관객 중에서도 매우 예민한 케이스”라며 “진상 고객이 있었다고 해서 나머지 고객들까지 진상 고객처럼 취급하는 게 맞냐”고 반문했다.
A씨는 일반적으로 봤을 때 작은 소리일지라도 뮤지컬 공연장 내에서는 관람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관객 입장에서는 옆사람이 장애인이든 아니든 그 사람이 공연 중에 지속적으로 움직이거나 소리를 내면 관람에 방해를 받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라며 “이것은 제대로 된 공간이나 장치, 정책을 갖추지 않은 제작사와 공연장 측의 과실”이라고 주장했다.
‘연뮤덕’들의 이 같은 행동들이 개인 이기심 때문이 아니라 비싼 티켓값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A씨는 “현재 대극장 기준으로 VIP석 가격이 17만~19만원 선으로 책정돼 있다”며 “그냥 좀 비싼 수준이 아니라, 한국 국민의 평균 소득 대비 과하게 비싸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높은 티켓값을 기꺼이 감당하는 사람들은 그만큼 뮤지컬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높다고 해석할 수 있다”며 “이런 관객들이 예민하고 왜곡된 관람문화 선도자로 낙인찍히는 것이 정당한가”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물론 공연계 관람 매너를 보며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며 “일부 무리한 클레임에도 공연장 측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것은 그런 진상 고객들에게 대응할 만한 매뉴얼을 갖추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뮤지컬계 시스템을 어떻게 개선하고 어떤 방향으로 대처할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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