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이 청년들의 특별한 ‘사랑愛 나눔’

최경식 2023. 12. 16.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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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발이 흩날리고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진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교남동 주민센터 대강당에 약 170명에 달하는 청년들이 모였다.

청년들이 한 자리에 모인 이유는 교남동에 있는 소외된 이웃들에게 온정의 손길을 베풀기 위해서다.

앞으로 온누리교회 청년들의 나눔 행사는 교남동 주민센터와 긴밀히 협력하며 더욱 확대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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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교회 청년부
교남동 소외 이웃들에 온정의 손길
온누리교회 청년들이 16일 서울 종로구 교남동에서 소외 이웃들에게 나눔 물품을 전달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눈발이 흩날리고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진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교남동 주민센터 대강당에 약 170명에 달하는 청년들이 모였다. 단상에 놓여진 여러가지 물품들을 앞에 두고 저마다 열띤 표정으로 뭔가를 준비하고 있는 이 청년들은 온누리교회(이재훈 목사) 청년부에 소속된 형제자매들이었다. 올해 가장 매서운 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었지만, 대강당 안을 가득 매운 청년들의 열기는 식힐 수 없었다.

청년들이 한 자리에 모인 이유는 교남동에 있는 소외된 이웃들에게 온정의 손길을 베풀기 위해서다. 지난 2014년 말부터 매년 진행된 온누리교회의 ‘사랑愛 나눔(사랑애)’ 행사였다. 청년들은 나눔 물품 포장에서부터 배달까지 모든 과정에 동참했다. 다만 온누리교회의 이름으로 나눔을 하는 것은 아니다. 드러내지 않고 나눔을 수행하기 위해 해당 지역 교회의 이름을 빌렸다.

청년들은 그룹별로 나눠 현장에 나갔다. 그들의 손에는 쌀과 라면, 반찬 등 식품과 생필품이 가득 있었다. 나눔할 물품이 너무 많아 손으로 들기 어려울 때에는 구루마로 날랐다. 기자가 동행한 그룹이 방문한 곳은 80대 노부부가 생활하는 허름한 단칸방이었다. 이곳은 요즘엔 좀처럼 볼 수 없는 연탄불 집이었다. 노부부는 연탄불에 의지해 추운 겨울을 녹이고 있었다.

청년들이 80대 노부부의 단칸방을 방문해 축복 기도를 하고 있다.


할아버지는 청년들이 방문해도 침대에서 일어날 수 없었다. 3년 전 의료 사고로 대소변 기능을 상실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한쪽 눈도 실명 상태였다. 평생의 반려자인 할머니는 할아버지 곁을 굳건히 지키고 있었다. 할머니는 “남편이 그동안 처자식들 먹여살리느라 고생을 많이 했는데, 불쌍해서라도 요양원에 보내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매년 찾아와 도움의 손길을 건네는 청년들이 있어 그나마 살아가고 있다”며 “신앙과 희망을 잃지 않고 꿋꿋이 이겨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청년들과 이 목사는 나눔 물품을 전달한 후 할머니의 시린 손을 꼭 부여잡고 위로했다.

다음으로 한 빌라 꼭대기에 있는 작은 단칸방에서 살아가는 80대 노부부를 만났다. 앞선 경우와 반대로 여기선 할머니가 녹내장으로 실명을 해 거동이 불편한 상태였고 할아버지가 이를 보필하며 생활을 꾸려나가고 있었다. 할머니는 눈이 보이지 않았지만 청년들이 왔다는 얘기를 듣자 환하게 웃으며 일일이 인사를 나눴다. “우리가 살아있을 때 계속 와라”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청년들은 오랜만에 고향 어르신을 만난 것처럼 화기애애하게 담소를 나누고 물품을 전달했다.

현장 나눔이 끝난 후 청년들은 다시 주민센터로 복귀했다. 주말에 쉬지 않고 의미있는 일을 한 청년들의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했다. 황정아(37·여) 씨는 “누군가를 섬길 수 있다는 생각에 거리낌없이 참여했다”며 “주님이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의 마음을 전한 것처럼 우리도 물건보다 더 소중한 사랑의 마음을 전했다”고 고백했다. 구혜현(39·여) 씨는 “어릴 적 할머니 집에 가는 게 기다려졌듯 항상 이맘 때가 기다려진다”며 “이런 사역을 매개로 매년 어르신들을 만나 도움을 드릴 수 있다는 게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청년들이 나눔을 진행한 곳은 총 200 가구였다. 앞으로 온누리교회 청년들의 나눔 행사는 교남동 주민센터와 긴밀히 협력하며 더욱 확대될 예정이다. 조상현 교남동장은 “이곳에 있는 어려운 분들이 일반 단체나 사람들에게 위로받는 것보다 종교적으로, 그리고 믿음으로 위로받을 때 더 큰 평안을 누리는 것 같다”며 “향후 이 같은 나눔이 더욱 확대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글·사진=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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