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GDP 3%"…베트남, 16조원대 금융사기 수사 마무리

주동자 란 회장 등 86명 기소
공무원들에 뇌물로 67억 뿌려

베트남 당국이 16조원대 금융사기 사건에 대한 전방위 수사를 벌인 끝에 주동자와 공무원 등 총 86명을 기소했다.

16일 현지 매체인 VN익스프레스에 따르면 베트남 검찰은 부동산 개발업체 반 틴 팟 홀딩스의 쯔엉 미 란(67) 회장을 횡령 및 뇌물 공여 혐의로 기소했다. 란 회장에 대한 재판은 호찌민 인민법원에서 열린다.

당국에 따르면 란 회장은 측근들과 공모해 계열 은행인 사이공상업은행(SCB)에서 304조동(약 16조3000억원)을 횡령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이 횡령한 금액은 베트남 GDP(국내총생산)의 3%를 넘는다.

부동산 개발업체인 반 틴 팟 그룹의 쯔엉 미 란 회장[이미지출처=연합뉴스]

수사 당국은 란 회장이 사실상 SCB 지분의 91.5%를 소유한 최대 주주로, 측근들을 통해 허위 대출 신청을 한 뒤 돈을 빼낸 것으로 파악했다. 란 회장은 작년 10월 공안에 체포된 뒤 조사를 받아왔다.

검찰은 전직 국영은행 관계자와 감사 담당 공무원 등 이번 사건에 연루된 85명도 함께 기소했다. 이들 가운데 공무원들은 란 일당의 범죄 사실을 눈감아주는 대가로 약 520만달러(약 67억원)에 이르는 뇌물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검찰은 이 사건 수사를 통해 현행 금융 및 대출 관련 규정에 허점을 다수 발견해 향후 유사 범죄를 막기 위해 금융 당국과 함께 문제가 있는 규정 보완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베트남 공산당 지도부는 최근 부패 척결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다시 한번 표명했다.

지난달 23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베트남 권력 서열 1위인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은 이날 "반부패 캠페인을 장기화하겠다"고 밝혔다.

쫑 서기장은 "부패 척결을 위해서는 보다 효과적인 방식으로 빠르게 대처해야 한다"면서 "멈추지 않고 오랜 기간 작업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쫑 서기장의 발언은 란 회장의 대규모 금융 사기 행각이 드러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베트남 당국은 지난해 11월 18일 열린 반부패 중앙 운영위원회에서 쫑 서기장이 부패 범죄 척결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뒤 공직사회를 대상으로 한 대대적인 사정을 진행해 왔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