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확정 판결 인정 않는 일본, 국제법 무지 드러내"

조정훈 2023. 12. 16.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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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법원 확정 판결 이후 과제 논의하는 국제 세미나, 대구에서 열려

[조정훈 backmin15@hanmail.net]

 16일 오후 대구 중구 국채보상운동기념도서관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법원 판결 이후 남은 과제'에 대한 국제세미나가 열렸다.
ⓒ 조정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승소했지만, 우리 정부와 일본 정부 모두 무관심한 가운데 남은 과제를 논의하는 국제세미나가 대구에서 열렸다.

16일 오후 대구 국채보상운동기념도서관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법원 확정판결 이후 남은 과제는 무엇인가' 국제 세미나는 사단법인 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 대구경북전문직단체협의회, 국채보상운동기념사업회, 동북아평화센터가 공동 주최했다.

세미나에는 소송에 직접 참여한 이용수(96) 할머니와 박필근(96) 할머니가 참석했고,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았다.

토론회 1부에서 김영호 동북아평화센터 이사장(경북대 명예교수)이 '한일지식인 1000인 공동선언에서 샌프란시스코 체제 평화회의 종결까지'를 주제로, 와다 하루키 일본 도쿄대 명예교수가 '샌프란시스코 체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이어 2부에서는 알렉시스 더든(Alexis Dudden) 미국 코네티컷대 교수가 '샌프란시스코 체제를 넘어 : 주요 기념일을 통해 본 주권에 관한 질문'을, 백태웅 미국 하와이대 교수가 '일본군 위안부와 태평양전쟁기의 강제 실종, 일제하 반인도 범죄 피해와 1965년 한일청구협정,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 한국 고등법원 판결의 국제적 의미'를 주제로 발표했다.

"샌프란시스코 조약은 유엔 원칙 위배, 대체할 더반 시스템 촉구해야"
  
 김영호 동북아평화센터 이사장
ⓒ 조정훈
   

김영호 교수는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은 조약 전문에 UN 헌장 존중과 세계인권선언 존중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식민지주의 범죄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어 스스로 밝힌 UN 원칙 존중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한일청구권 협약에 대해서도 "2차대전 결과로 한일 국토의 지리적 분할에 따른 민사적 재산청구권 문제에 국한된 것으로 식민 지배에 따른 위안부나 징용자 등의 인권 피해는 설정하지 않은 조약이었다"며 "식민지 범죄를 다음의 과제로 남겨놓은 (미완의) 조약인 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일지식인 1000인의 공동성명과 같은 세계지식인들의 공동성명으로 샌프란시스코 조약을 UN에 규탄 고발하고 동아시아판 샌프란시스코조약 시스템을 대체할 더반 시스템을 촉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와다 하루키 일본 도쿄대 명예교수.
ⓒ 조정훈
 

와다 하루키 교수는 1951년 9월 8일 체결된 샌프란시스코 조약은 미국과 영국 등 서방 6개국, 인도와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5개국 등이 서명했지만 소련은 서명을 거부했고 중국과 중화민국, 남한과 북한은 조약에 초대도 받지 못했다며 "처음부터 불완전한 조약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5월 미국, 한국, 일본 정상이 함께 소위 '캠프 데이비드 헌장'을 발표했는데 핵심은 '우리는 자유롭고 평화로운 하나의 통일된 한반도를 지지한다'는 것으로 북한에 대한 적개심과 함께 냉전을 선포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샌프란시스코 체제를 넘어서는 유일한 길은 일본이 북한과 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이라며 ▲ 납치된 일본인들을 모두 일본에 돌려보내야 한다는 '아베 원칙'을 공식적으로 폐지할 것 ▲ 북한과 외교적 관계를 먼저 확립하고 이후 경제협력과 핵, 미사일, 납치 문제를 다룰 것 ▲ 북한의 비핵화는 이후에 요구할 것 ▲ 관계 정상화가 이뤄지면 재미 조선인의 지위를 증진시키는 조치가 따를 것 등의 과제를 제시했다.

"국제 인권침해 구제할 아시아판 인권 법원 만들자"
 
 알렉시스 더든 미국 코네티컷대 교수.
ⓒ 조정훈
  

알렉시스 더든 교수는 제주 4.3 대학살과 노근리 양민학살사건 등을 거론하며 "이 모든 사건들의 바탕이 되는 일본에 법적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1945년 이후의 지역 구도와 미국에 의해 저질러진 사건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라고 물었다.

그는 "1945년 이후의 동북아시아 지형 구도는 공산주의를 축출하고 팍스 아메리카를 구축하기 위한 미국의 전략에 기인한다"며 "샌프란시스코 조약은 적대심과 전쟁을 종식시키려는 절차가 아닌 미국의 이익을 위해 벌인 영원한 전쟁의 법적 뒷받침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백태웅 미국 하와이대 교수.
ⓒ 조정훈
 

백태웅 교수는 지난 2021년 이용수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들과 유족 20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서울중앙지법이 '대한민국 법원은 이 사건에 대한 재판권을 갖지 않는다'는 판결과 일제 강점하에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낸 소송에 대해 '개인청구권은 청구권협정에 의해 소멸되거나 포기되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소송으로 이를 행사하는 것은 제한된다'고 각하한 것에 대해 "보수적 접근은 한국 법조계가 넘어서야 할 한계가 무엇인지를 선명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군 위안부 사건과 관련한 일본의 주권면제는 부정되지 않는다는 매우 부적절한 판단을 하고 있다"며 "한국 법원이 사상 유례없는 반인도범죄 피해자의 구제 수단을 마련하는 과제는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데서 출발하고 있어 인권을 도외시하고 있는 기계적인 판결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백 교수는 일본군 위안부 및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요구에 대해 "일본 정부의 입장은 법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차지하고 있는 현재의 위상에 비해 매우 부끄러운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오늘날 국제법의 중요한 원칙 중의 하나는 반인도 범죄나 전쟁범죄 등 중대한 인권침해의 피해자들은 진실규명, 배상과 보상, 재발 방지 등의 조치를 요구할 권리를 가진다"며 '가해자는 합당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음에도 인권침해에 대한 피해 배상과 보상을 요구할 수 없다고 우기는 것은 국제법의 기본을 모르는 무지한 대응"이라고 주장했다.

백 교수는 "인권침해를 당한 개인이나 비정부기구가 해당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지역 차원의 인권 법원을 아시아에도 만들어야 한다"며 "일본은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아시아 각국의 과거사 문제를 다루는 일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인권 보호에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가 아름다운 나라를 만들고자 한다면 군국주의를 강화하는 대신 전쟁범죄와 인권침해의 상처부터 치유해야 한다"면서 "일본은 인권을 진정 문제 해결의 중심에 놓고 새로운 방식으로 과거의 문제에 접근해 가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재판 끝났는데 우리 정부 아무 말 없어,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다"
  
 16일 오후 대구시 중구 '희움'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에서 이용수 할머니, 박필근 할머니가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교수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 조정훈
 
토론회에 앞서 이용수 할머니와 박필근 할머니가 위안부 역사관 '희움'에서 조우했다. 두 할머니는 이날 토론에 나서는 교수들에게 "위안부 문제를 잊지 않고 한일의 젊은이들이 평화롭게 풀어갈 수 있도록 도와 달라"며 꽃다발을 건네기도 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최근 2차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한 것과 관련해 "재판이 끝났는데도 우리 정부는 아무 말이 없으니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다"며 "너무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이 사과하고 화해해서 한국과 일본 청년들이 오고 가면서 평화를 이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박필근 할머니는 "일본으로부터 사과도 받고 배상도 받아야 할 텐데 지금 몸도 제대로 움직이기 힘들 정도"라며 "죽기 전에 진정한 사과라도 받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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