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살 아들 버린 친모, 장례식 나타나 3억을 챙겨갔습니다”

김지훈 2023. 12. 16.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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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살 된 자식을 버리고 수십년간 동안 잠적했던 친모가 54년 뒤 장례식장에 나타나 '목숨값'을 챙겨간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다.

종선씨는 "54년 동안 엄마 대신 고모와 할머니가 우리 삼남매를 키웠다"며 "보상금을 받아도 그분들이 받아야지, 양말 한 켤레, 사탕 하나 안 보내놓고 이제 와서 생모라고 자식 목숨값을 챙기는 게 법이고 정의인가"라고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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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세~8세 삼남매 버리고 집 나간 엄마
54년 뒤 장례식 나타나 ‘목숨값’ 요구
구하라법, 여야 입씨름에 아직도 국회 계류


두 살 된 자식을 버리고 수십년간 동안 잠적했던 친모가 54년 뒤 장례식장에 나타나 ‘목숨값’을 챙겨간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다. 친모가 3억원 넘게 챙겨가는 동안 아이를 키운 할머니와 고모에게는 한 푼도 돌아가지 않았다고 한다.

16일 한국일보는 선원으로 일하던 김종안(56·실종당시)씨의 실종 소식에 54년 전 연락이 끊겼던 친모가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친모는 당시 두 살이던 종안씨를 비롯해 다섯 살, 여덟 살이었던 삼남매를 버리고 새 가정을 꾸렸다.

장례식에 나타난 친모는 “위로하러 왔다”고 말했지만 고인의 명복을 빌기도 전에 돈 얘기를 꺼냈다. 새로 꾸린 가정에서 낳은 아들과 딸, 사위와 함께 종안씨 장례식장에 들이닥친 그는 “내가 두 살까지 키웠으니 나한테 권리가 있다”며 자신이 종안씨 ‘목숨값’의 정당한 주인이라고 주장했다. 종안씨 형제 김종선(61)씨는 “처음에는 무슨 권리를 말하는 것인지도 몰랐는데, 나중에 보니 돈 얘기였다”며 울분을 토했다.

친모는 실종된 아들의 수색과정이나 그의 생사 여부에는 전혀 관심을 갖지 않고 보상금에만 집착했다고 한다. 선박회사가 보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성화를 부리다, 사고 발생 1년이 지나자마자 아들의 실종 신고를 했다. 그렇게 친모는 사망 보험금과 보상금을 합쳐 3억원을 챙겼다. 종안씨 명의로 돼 있던 부동산과 통장도 자신 앞 명의로 바꿨다.

두 살배기 아들을 버리고 떠났던 엄마가 종안씨 목숨값을 챙길 수 있었던 이유는 현행법상 그가 가장 높은 상속순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민법 제1004조를 보면 유언 강요, 살인 등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직계존속 등 법정 상속인의 상속이 가능하다. 종안씨의 경우 배우자와 자녀가 없어 직계존속인 생모가 상속 우선자가 됐다. 사실혼 관계 배우자가 있었지만 혼인신고를 하지 않아 상속 대상이 되지 못했다.

종선씨는 “54년 동안 엄마 대신 고모와 할머니가 우리 삼남매를 키웠다”며 “보상금을 받아도 그분들이 받아야지, 양말 한 켤레, 사탕 하나 안 보내놓고 이제 와서 생모라고 자식 목숨값을 챙기는 게 법이고 정의인가”라고 눈물을 흘렸다.

비슷한 일은 과거에도 있었다. 2019년 11월 가수 구하라씨가 세상을 떠나자 20년간 연락도 없던 친모가 뒤늦게 나타나 재산 상속을 요구했다.

이에 ‘부모 자격이 없는 자’에 대한 상속을 막아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며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일명 구하라법(민법 일부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여전히 국회에 잠들어있다.

발의된 개정안은 상속 결격 사유에 ‘양육 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자’를 추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 법이 통과되면 종안씨 친모나 구하라씨 친모같은 경우 상속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 법은 국회와 정부, 여야가 힘겨루기를 하는 동안 국회에서 수년째 계류 중이다. 상속 박탈 여부에 대해 법무부는 법정이,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가정법원이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올해 안에 통과될지도 미지수다.

종선씨는 지난 3년간 국회와 법원을 쫓아다니며 이 법 통과를 촉구하는 동안 생계마저 막막해졌다고 한다. 그는 “(종안씨가) 그 추운 바다에서 얼마나 애타게 누나를 불렀을지 생각하면 지금도 억장이 무너진다”며 “그래서 저는 끝까지 할 것이다. 죽어도 법을 꼭 바꾸고 죽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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