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 선 시인들, 기후 위기 심각성을 고발하다
[윤성효 기자]
▲ 객토문학동인회는 기후위기를 다룬 동인지 <설마, 우리 대까지는 괜찮겠지>를 펴내고 16일 오후 창원 용호문화거리에서 출판기념 시낭송, 시화전을 열었다. |
ⓒ 윤성효 |
기후위기·환경재앙을 고발하는 시를 창작해 동인지로 묶어 낸 시인들이 찬 바람이 부는 거리에서 시민들과 함께 시낭송을 하고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객토문학동인들이 열아홉 번째 동인집 <설마, 우리 대까지는 괜찮겠지>를 펴내고, 16일 오후 경남 창원 용호문화거리에서 출판회·시화전을 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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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대, 노민영, 박덕선, 배재운, 이규석, 이상호, 정은호, 최상해, 표성배, 허영옥 시인이 '기후위기와 환경'을 주제로 각자 시를 썼다.
시인들은 "지구촌의 한 사람으로 해마다 기후이상 현상과 자연재해 소식을 접하며 살고 있지만, 기후와 환경 전문가가 아니라는 일반적인 생각 때문이었는지 세상을 향해 목소리를 낸다는 것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보았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문학이 삶 속에서 피듯이 인류는 물론 온 지구생명 삶의 바탕이 되는 지구가 기후와 환경오염으로 위기에 닥쳐가고 있고, 재앙을 겪는 일이 해마다 빈번해가고, 그 강도도 더욱 거세져서 지구촌의 숱한 생명들이 목숨을 잃어가고 있는 마당에 시인으로서 무언가는 몫을 해야겠다는 시점에 이르렀다"라고 했다.
동인들은 "짧은 시의 부족한 한계가 있겠지만 지구와 생명의 공생을 위해 당대의 안일함을 되돌아보고 막연한 미래의 염려를 좀 더 가깝게 당겨보고자 하였다"라고 했다.
시인들은 기후위기·자연재앙을 막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행동해야 한다'고 시로써 외쳤다.
노민영 시인은 인사말을 통해 "날씨가 변덕이 심하다. 어제까지만 해도 여름 날씨 같았는데 오늘은 매우 쌀쌀하다. 길거리에 모여 행사를 여는 게 쉽지가 않지만 함께 해주어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그는 "객토문학동인들은 해마다 동인지를 내면서 공통 주제로 작품을 써서 실어왔다. 이번에는 기후위기를 다루기로 했는데, 우리가 환경 전문가도 아니라서 처음에는 주춤거렸다"라고 했다.
이어 "기후위기는 많은 사람들이 알아야 하고, 외쳐야 한다는 생각에 어려움을 극복하고 시를 썼다"라며 "이런 때에 시인들이 무엇인가 해보아야 하고, 관심을 갖고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를 진행한 박덕선 시인은 "기후위기라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무감각하고, 남의 일처럼 생각한다"라며 "어느 나라는 핵 오염수를 바다에 투기하고, 어떤 사람은 핵발전소를 더 지어야 한다고 하는데, 이런 문제들에 대해 사람마다 생각하고 그 위험함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용 창원기후위기비상행동 대표는 "기후위기, 환경재앙이 점점 심각해 지고 있다. 이전에는 환경운동가나 농사 짓고, 기상청 사람들을 비롯해 이해관계되는 사람들만 생각하던 문제로 여겨졌다"라며 "이제는 문인뿐만 아니라 음악, 미술 등 예술가에다 연예인들도 관심을 갖고 그 심각성을 알려내야 할 만큼 시급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북극 얼음이 녹으면 북극곰만 아니라 바로 우리한테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불과 며칠 사이에 날씨가 극한으로 변하고 있는 현상을 목도하고 있다"라며 "기후위기, 환경재앙은 식량위기로 이어지고 그것은 곧 우리 생존을 위협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모든 사람들이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고 대응해야 한다. 지금 당장 우리 집에 불이 난 것처럼 행동해야 하는 게 기후위기다"라며 "그런 차원에서 객토동인들이 기후위기를 고발하는 시집을 내 의미가 있다"라고 했다.
객토문학동인들은 "지구 온도가 계속 상승하고 있는 지금 위기에 대해 무감각하고 설마설마 자기최면을 걸면서 오늘을 지탱하고 있는 현실이 참으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할 수 있다"라며 "이제라도 어떤 형태, 방식이든 혁명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다시는 되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깨우치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했다.
객토문학동인은 1990년
마산창원에서 노동자들이 중심이 되어 시를 쓰는 모임으로 출발했고 이후 여러 직업을 가진 시인들이 모였으며, 해마다 동인지를 펴내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는 크로마하프(김영희)·플룻(최상해) 축하 연주에 이어 정선호 한국작가회의 경남지회장, 강종철 마창진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이 축사를 했으며, 동인들이 시를 낭송했다.
그들도 받은 만큼 돌려준다
배재운
강가에서 기웃거리던 물새 한 마리
기우는 햇살을 가로질러 멀리 날아갑니다
깨끗하게 정수한 수돗물도 사람들은 잘 먹지 않는데
저 강물
짐승은 먹어도 괜찮은 것일까
녹조 범벅인 물을 먹고 자란 저 쌀은 무사한 걸까
괜한 생각들에
뒷골이 서늘해집니다
아무런 의심 없이 그냥 그렇게
밥그릇 국그릇 접시 숟가락 머리핀에서 옷 신발까지
거리낌 없이 써온 친숙한 플라스틱이
어느 날 갑자기
미세플라스틱이란 이름으로 돌아와
우리에게 창을 겨누듯
뉘 알았겠습니까
저 녹조 속의 독소가
돌고 돌아
밥숟갈 위에서 우릴 노려볼지
▲ 객토문학동인회는 기후위기를 다룬 동인지 <설마, 우리 대까지는 괜찮겠지>를 펴내고 16일 오후 창원 용호문화거리에서 출판기념 시낭송, 시화전을 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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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객토문학동인회는 기후위기를 다룬 동인지 <설마, 우리 대까지는 괜찮겠지>를 펴내고 16일 오후 창원 용호문화거리에서 출판기념 시낭송, 시화전을 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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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객토문학동인회는 기후위기를 다룬 동인지 <설마, 우리 대까지는 괜찮겠지>를 펴내고 16일 오후 창원 용호문화거리에서 출판기념 시낭송, 시화전을 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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