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눈, 장관님 닮았다"…순직 군인 母 말에 눈물 흘린 한동훈

김현정 2023. 12. 16.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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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홍정기 일병 모친에 "열 번이고 사과"
국가배상법 개정안 조속 통과 약속

“장관님 안경 너머로 보이는 눈과 아들의 안경 너머로 보이는 눈이 비슷하네요”

15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순직 군인의 모친 박미숙씨와 면담 중 이런 말을 듣고 눈물을 보였다.

눈물을 닦고 있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미지 출처=법무부 유튜브 캡처]

이날 한 장관과 박씨의 '국가배상법 개정안' 관련 면담은 약 1시간가량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박씨는 아들의 억울한 죽음을 호소하면서 군 의문사로 자녀를 잃은 부모들의 심정을 전했다. 이날 박씨의 품에는 군복을 입은 아들의 영정사진이 안겨 있었다. 박씨 아들은 2016년 군 복무 중 급성 백혈병에 걸리고도 제때 치료받지 못해 세상을 떠난 고(故) 홍정기 일병이다.

박씨는 "아들 영정사진을 들고 거리를 헤매는 일을 국가가 멈출 수 있도록 해주셔야 한다. 그게 국가를 믿고 아이를 보낸 부모들에게 해줘야 할 최소한의 책무"라며 "장관님께서 그 아픔을 아시고 법까지 개정하겠다고 하신 걸 보면서 굉장히 위로를 받았다. 이제 국가가 바르게 돌아가는가, 위안을 받고 살아도 되는 건가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기 할머니가 암 말기로 의식이 희미하시다. 그런 어머님에게 '편하게 가서 정기 만나세요. 정기 명예는 온전히 회복했습니다'는 말을 드리고 싶다. 이 자리에 오면서 그 욕심을 갖고 왔다"며 "법무부 장관에게 가장 먼저 사과받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했다.

이에 한 장관은 "제가 열 번이고 (사과) 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국가배상법 개정안 신속 통과를 약속하면서 "나라가 젊은이들을 대하는 태도를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 일병은 2015년 입대 후 급성 골수성 백혈병에 걸렸지만, 상급병원 이송 등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다가 입대 7개월 만인 2016년 3월 사망했다. 유족 측은 군 당국이 올바른 진단과 치료를 제공하지 않은 책임을 져야 한다며 사망보상금 외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그러나 법원은 "이중 배상이 될 수 있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려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한 장관은 이날 국가배상법 개정안이 신속하게 통과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여러 차례 약속했다. 개정안은 전사·순직한 군인·경찰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 장관은 "보통 법이 바뀌면 그전에 있었던 일은 해당되지 않지만 부칙을 넣어 소송 중인 사건도 적용되게 했다. 홍 일병을 생각해 만든 법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이 법이 중요한 이유는, 홍 일병도 그렇지만 개정안 발의 후 비슷한 사정에 처한 분들의 감사 편지를 많이 받았다. 이 법을 기다리고 기대를 거시는 분들이 많다"며 "분명히 답을 낼 거라는 약속을 드린다. 저는 이 법이 우리나라가 젊은이들을 대하는 태도를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5일 법무부에서 고(故) 홍정기 일병 모친 박미숙씨를 만난 한동훈 법무장관[사진출처=법무부 제공, 연합뉴스]

한 장관은 박씨의 이야기를 듣던 중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박씨는 "장관님 안경 너머로 보이는 눈과 아들의 안경 너머로 보이는 눈이 비슷하다"며 "참 올바른 아이였다. 올곧은 아이다. 아들이 엄마에게 이런 일들의 종지부를 찍으라고 말하는 것 같고, 그걸 장관님이 받아주신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그러자 한 장관은 홍 일병 사진을 향해 "저랑 비슷하다"고 답하며 눈물을 닦았다.

이어 한 장관은 "지금까지 고생하셨고 이 문제는 해결될 거다. 법이 개정되는 것은 시작이고 법이 개정되면 소송에서도 고려될 것"이라며 "이 법을 빨리 통과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재판부도 법률 개정 속도와 상황을 이해해 주실 것"이라고 했다. 이 말을 들은 박씨는 "어느 분도 믿고 해주겠다고 한 적 없었다. 처음이다"며 미소를 보였다.

한편 법무부는 국가배상법 개정안을 두 달 전(10월 25일) 발의해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법안은 아직 법사위에 상정되지 못하고 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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