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리그서 다시 만난다…이정후-김하성, ML 맞대결 예고 "신기하고 설렌다"
(엑스포츠뉴스 최원영 기자) 절친한 선후배가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적으로 다시 만난다.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과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진검승부를 펼칠 예정이다.
이정후는 1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파크에서 샌프란시스코 입단 기자회견을 가졌다. 빅리그 선배 김하성의 이름이 자연스레 언급됐다.
김하성은 야탑고 졸업 후 2014년 2차 3라운드 29순위로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었다. 휘문고 출신인 이정후는 2017년 1차 지명으로 넥센에 발을 내디뎠다. 둘은 김하성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기 전인 2020년까지 4년 동안 영웅 군단에서 함께 야구했다. 깊은 우정을 쌓았다.
내년부터 실력을 겨뤄야 한다. 김하성의 샌디에이고와 이정후의 샌프란시스코는 모두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 속해있다. 2024시즌 13차례 맞대결을 치른다. 내년 메이저리그 공식 개막전은 3월 20~21일(이하 한국시간) 한국 서울의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다. 미국 본토 개막전은 3월 29일이다. 샌디에이고와 샌프란시스코는 29일부터 4월 1일까지 샌디에이고 펫코 파크에서 4연전을 펼친다. 김하성과 이정후가 나란히 출격할 전망이다.
이날 입단식서 이정후는 "(김)하성이 형은 한국에서 팀 동료로 지내며 내게 정신적 지주가 됐다. 한국에 있을 때부터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줘 큰 꿈을 키울 수 있었다. 형 덕분에 이렇게 성장했다"며 "맞대결을 자주 할 텐데 이렇게 붙게 돼 신기하고 설렌다. 형에게 많이 물어봐야 할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김하성을 지도하던 밥 멜빈 감독이 샌디에이고를 떠나 샌프란시스코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이정후는 "형이 (샌프란시스코행) 소식을 들은 뒤 '정말 축하한다'고 해주셨다. '좋은 감독님 아래서 야구를 할 수 있게 됐다'고도 말씀해 주셨다"고 전했다.
김하성은 이정후에게 나침반 같은 존재였다. 한국인 야수의 위상을 끌어올렸다. 2020시즌 종료 후 김하성은 샌디에이고와 4년 보장 2800만 달러(약 365억원), 4+1년 최대 3900만 달러(약 508억원)의 조건에 계약했다.
빅리그 첫해였던 2021시즌엔 다소 고전했다. 대신 수비에서 내야 멀티플레이어로서 능력을 증명했다. 유격수, 2루수, 3루수를 두루 책임졌다. 지난 시즌엔 유격수로 자리매김하며 발전을 이뤘다. 올 시즌을 앞두고 샌디에이고가 특급 유격수 잰더 보가츠를 영입해 김하성은 2루로 향했다. 3루수, 유격수로도 출전했다. 올해 총 152경기에 출전해 타율 0.260(538타수 140안타) 17홈런 60타점 38도루를 선보였다.
올 시즌 종료 후 김하성은 포지션별 최고의 수비를 펼친 선수에게 주어지는 골드글러브를 거머쥐었다.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부문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한국 선수이자 아시아 출신 내야수 최초로 역사에 이름을 새겼다. 포지션별 최고 타자에게 주는 상인 실버슬러거 후보에도 들었다. 수상으로 이어지진 않았으나 의미 있는 행보였다.
김하성은 지난 10월 귀국하며 이정후에 관해 "완성형에 가까운 타자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공을 많이 보고 적응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며 "(이)정후는 타격, 수비, 주루가 다 되는 선수다. 그게 강점이다. 해외 선수들과 경쟁하더라도 밀리지 않을 것이다. 좋은 팀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달 말 골드글러브 수상 기념 기자회견서는 "정후에게 많은 조언을 해줬다. 개인적으론 마이너리그 거부권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연봉이 어느 정도 되면, 너무 못하지 않는 한 마이너리그로 내리기 쉽지 않은 듯하다"며 "정후도 미국에 진출하면 돈을 적게 받진 않을 것이다. 마이너리그 거부권보다 옵트 아웃(구단과 선수 합의로 계약 파기) 조항을 넣는 게 더 낫다고 본다"고 밝혔다.
김하성은 "정후는 한국에서 무척 잘했다. 미국 도전은 많은 선수들에게 귀감이 될 것이다"며 "내가 알기론 아마 영어를 못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조금씩 공부하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웃음을 터트렸다. 그는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갔으면 한다. 미국에서 우리는 이방인이라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많이 다가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지난 4일 열린 2023 일간스포츠·조아제약 프로야구대상 시상식서 특별상을 수상한 김하성은 한 번 더 후배들을 독려했다. 그는 "올해 KBO 리그 경기를 많이 찾아보지는 못했지만 하이라이트는 꾸준히 봤다. 뉴스도 챙겨 읽었다"며 "노시환(한화 이글스), 이정후, 김혜성(키움)을 비롯해 젊은 선수들이 너무 잘해줘 뿌듯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앞으로 이 선수들이 한국 야구를 이끌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 큰 꿈을 가지고 메이저리그에 하루빨리 도전해 좋은 결과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선배의 여러 도움 속 이정후는 대형 계약을 맺는 데 성공했다. 샌프란시스코와 계약 기간 6년 총액 1억1300만 달러의 조건에 합의했다. 2027시즌 종료 후 옵트 아웃 할 수 있는 조항도 포함했다. 김하성의 조언대로였다.
이정후는 내년에 700만 달러, 2025년 1600만 달러, 2026년과 2027년 각 2200만 달러, 2028년과 2029년 각 2050만 달러를 받는다. 계약금 500만 달러는 별도로 지급받는다. 구단과 자선 기부 계획도 세웠다. 내년에 6만 달러, 2025년 8만 달러, 2026년과 2027년 각 11만 달러, 2028년과 2029년 각 10만2500달러를 기부한다.
샌프란시스코 입단식서는 정성과 유머 감각을 뽐냈다. 먼저 입단 소감을 영어로 준비해 왔다. 투박한 발음에 유창한 실력은 아니었지만 진심을 담았다.
이정후는 "헬로 자이언츠, 마이 네임 이즈 정후 리"라고 자기소개를 한 뒤 계속해서 영어로 "나는 한국에서 온 '바람의 손자'다. 나를 영입해 준 샌프란시스코 구단주, 사장, 단장과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에게 감사하다. 빅리그의 꿈을 이룰 수 있게 도와주신 아버지, 어머니께도 감사를 전하고 싶다. 나는 이곳에 이기기 위해 왔다. 팀 동료들과 팬들을 위해 언제나 최선을 다하겠다. 레츠 고 자이언츠!"라고 말했다. 박수가 터져 나왔다.
또한 등번호 51번이 적힌 유니폼을 입고 모자를 쓴 뒤 취재진에게 "핸섬?"이라고 물었다. 멋지냐는 의미였다. 취재진이 조용하자 이정후는 마이크에 대고 다시 한 번 "핸섬?"이라며 되물었다.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현지의 반응은 뜨거웠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디애슬레틱은 "이정후는 무척 재미있는 장면을 연출했다. 소감을 영어로 말할 의무는 없었지만 그렇게 했다"며 "매력적이고 재치 있는 첫인상을 남겼다. 언어 장벽도 이정후의 개성이 빛나는 것은 막지 못했다"고 극찬했다.
이제 빅리그 그라운드에서 날개를 펼칠 일만 남았다. 김하성과 함께 각자의 자리에서 날아오르려 한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SNS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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