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 방치하란 거냐”… 거센 괴롭힘에 넥슨 노동자들 눈물

김지훈 2023. 12. 16.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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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게임 홍보 영상에 남성혐오성 이미지를 삽입했다는 의혹을 받은 게임사 넥슨이 여전히 이 사건의 여진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앞서 게임업계에서는 넥슨이 메이플스토리 캐릭터 '엔젤릭버스터' 홍보영상에 남성혐오를 상징하는 '집게손' 이미지를 삽입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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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시민단체, ‘넥슨이 혐오에 동조’ 공세
노동자들 ‘고객민원 무시하란 거냐’ 반발
혐오에 지친 게이머들 ‘기부 릴레이’ 주목


주요 게임 홍보 영상에 남성혐오성 이미지를 삽입했다는 의혹을 받은 게임사 넥슨이 여전히 이 사건의 여진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시민단체에 이어 정치권까지 가세해 공세를 이어가며 노동자들의 고뇌가 깊어지고 있다.

16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화섬노조 산하 넥슨지회는 최근 조합원 공지를 통해 “콘텐츠 검수는 일의 영역이고, 의도를 가졌느냐 그렇지 않으냐를 떠나 이용자에게 불편함을 줄 수 있는 콘텐츠를 수정하려는 노력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노조는 국내 게임업계에서 최초로 결성된 ‘1호 노동조합’으로 꼽힌다.

노조가 반발에 나선 배경에는 민주노총과 여성민우회 등 노조·시민단체가 지난달 28일 경기도 성남 넥슨코리아 사옥 앞을 찾아와 진행한 규탄 기자회견이 있다.

이들은 넥슨을 향해 “억지 논란에 굴복했다”며 “시대착오적이고 반민주적인 혐오 몰이에 동조를 멈추고 엎드려 사죄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게임업계에서는 넥슨이 메이플스토리 캐릭터 ‘엔젤릭버스터’ 홍보영상에 남성혐오를 상징하는 ‘집게손’ 이미지를 삽입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이 영상은 넥슨의 외주업체 ‘스튜디오 뿌리’가 제작한 것인데, 이 회사 소속 임직원이 과거 소셜미디어(SNS)에 혐오성 게시글을 게재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논란이 확산했다. 집게손은 2015년 탄생한 페미니즘 커뮤니티 ‘메갈리아’의 상징이다. 남성 신체의 특정 부위를 조롱하는 목적으로 사용된다.

기자회견 이후 정치권까지 넥슨을 압박하고 나섰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과 여성민우회, 한국게임소비자협회 등은 지난 8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4간담회실에서 ‘온라인 집게손가락 억지논란’ 토론회를 열고 넥슨의 대응이 ‘사상검증’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토론회에서 “사회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모양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고 인권을 침해하도록 두는 국가는 민주주의 국가라고 볼 수 없다”며 “과거 엄혹한 시기를 이겨낸 민주사회가 앞으로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반민주·반인권·반노동적인 억지논란과 사상검열을 끝내야 한다”고 했다.

게임업계 종사자들은 시민단체의 이런 공격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을 내비친다. 게임업계에 종사하는 개발자 A씨는 “불쾌하다는 감정은 주관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기업으로서는 비슷한 지적을 하는 민원이 다수 들어오면 이에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혐오표현이 들어갔다는 민원이 대거 들어오는데 이를 방치할 수도 없지 않느냐.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대응하는 것이 사상검증이라는 주장은 억지”라고 토로했다.

판교 출신 게임 개발자 B씨는 “넥슨이 누군가를 해고한 것도, 신상을 털거나 뿌리에 손해배상을 물은 것도 아닌데 혐오에 동조했다는 주장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고객들이 상품에 대해 동시다발적으로 불쾌감을 표출하는데 기업이 애써 무시해야 한다는 거냐”고 되물었다.

한편 거듭되는 남성혐오 논란에 피로감을 느낀 게이머들은 게임산업에 대한 혐오 논란을 선행으로 맞대응하자는 취지에서 ‘릴레이 기부’를 이어가고 있다.

네티즌들은 이달 초부터 넥슨이 발달장애 어린이를 위해 2016년 개원한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에 후원금을 전달하고 이를 ‘인증’하며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이날 기준 이미 수억원이 병원 측에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이 같은 기부 릴레이를 방해해야 한다는 움직임을 보여 논란이 되기도 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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