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표식’ 홍창현, “나를 증명하기 위해 한국에 돌아왔다” [쿠키인터뷰]

차종관 2023. 12. 16. 13: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KT 롤스터 로고 앞에 선 ‘표식’ 홍창현. 사진=차종관 기자

“표식이가 어딜 가든 행복했으면 좋겠다.”

‘표식’ 홍창현에 대한 ‘리그 오브 레전드(LoL)’ 팬들의 사랑은 각별하다. 밑바닥에서부터 T1을 꺾고 ‘2022 LoL 월드 챔피언십(월즈)’을 우승한 정글러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한 게임 한 게임 일희일비하며 진심으로 LoL을 대하고, 유쾌한 세레모니를 하는 모습이 팬들의 마음을 열었다.

월즈 우승 이후 북미 ‘LoL 챔피언십 시리즈(LCS)’에서 1년을 보낸 홍창현이 한국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로 돌아왔다. 친정팀 DRX가 아닌 KT 롤스터에서 2024 시즌을 보내게 된 홍창현을 13일 서울 영등포 KT 롤스터 연습실에서 만났다.

홍창현은 “비수기 때는 ‘거상’만 많이 하며 지냈다. ‘메이플스토리’는 돈을 몇 억씩 써야 고점을 찍을 수 있는데 거상은 하나하나 차근히 올리는 재미가 있다”며 비수기 근황을 전했다.

그는 2023 시즌 북미 무대로 향하게 된 배경에 대해 “이유만 놓고 보면 진짜 갈 곳이 없어서 간 것이다”라고 밝혔다. 조건에 맞는 팀 중에서 자신에게 1순위인 팀이 없었다는 뜻이다.

스프링 시즌을 시작하기 전에는 전승 우승을 하고 월즈에 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북미는 쉽지 않은 무대였다. 홍창현은 “처음에는 적응을 못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힘겹게 월즈를 가서 좀 더 기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월즈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스위스 스테이지에서 0승 3패를 기록하며 제일 빨리 탈락한 것이다. 홍창현은 “북미 무대를 한국 팬들은 챙겨보기 어렵기 때문에 월즈에서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단 3게임만 하고 집에 갔다. 딱히 보여준 게 없어서 너무 아쉬웠다”고 소회를 전했다.

얼마나 아쉬웠으면 그랬을까. 마지막 경기가 끝난 뒤 홍창현은 오열하기도 했다. 그는 “월즈에 오는 과정이 ‘미라클런’급은 아니었지만 정말 힘들었다. 그런데 너무 허무하게 져서, 보여줄 게 많은데 탈락해서 아쉬웠다”고도 말했다.

아쉽게 탈락했지만, 월즈는 계속 시청했다. 홍창현은 “T1대 징동전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징동이 거의 이긴 경기를 T1이 역전하는 걸 보면서 ‘진짜 잘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홍창현은 2023 시즌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비에고’ 펜타킬 순간을 꼽았다. 그는 “팀 리퀴드 창단 후 첫 펜타킬이고 LCS 역사 중 첫 정글러 펜타킬이다. LCK에서도 펜타킬을 기록했는데 이 역시 ‘캐니언’ 김건부와 나 밖에 없다. 그래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

북미에서 활동은 홍창현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그는 “인게임에서 잡기술 등 스킬들을 많이 배웠다. 한국은 어느 순간 딜레마에 빠지면 여유가 없어지는데 북미는 ‘괜찮아 다음에 잘하면 되지’라는 분위기가 있어 부담감에서 훨씬 자유로웠다”고 말했다. 이어 “북미는 특정 단어를 팀원 모두가 약속처럼 기억하고 전술에 활용하는 것도 신기했다”고 전했다.

홍창현은 북미에서의 활동에 꽤 만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는 ‘최근 4년간 느낀 행복 중 가장 크다’는 표현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2024 시즌 한국을 선택했다. 홍창현은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월즈를 우승했을 때는 누구든 다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런데 리그에서 잘하는 모습을 못 보여줬다. 북미에 있는 시간이 행복했어도 증명하지 못했다는 미련 때문에 한국에 돌아오게 됐다”고 밝혔다.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표식’ 홍창현. 사진=차종관 기자

증명하고 싶은 마음. 그 마음으로 홍창현은 한국으로 돌아왔다. ‘나를 원하는 팀으로 가겠다’는 발언도 그런 각오에서 비롯된 것이었으리라.

고심 끝에 홍창현은 KT 롤스터를 선택했다. 그는 “여러 LCK 선수들이 저를 좋게 봐주더라. 그래서 많이 감사했다. 팀 리퀴드에 있을 떼 KT 롤스터와 스크림을 했는데 오전에만 3판을 이겼다. 저녁에는 다 졌지만, 그때 느낌상 ‘히라이’ 강동훈 감독이 저를 좋게 봐준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KT 롤스터에 오게 됐다”고 전했다.

프랜차이즈 스타를 꿈꾸기까지 했던 친정팀 DRX는 고려 대상에 없었을까. 홍창현은 “DRX도 고려 대상에 있었지만 잘 이야기가 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현재 KT 롤스터는 스토브리그를 끝냈다. ‘퍼펙트’ 이승민, ‘비디디’ 곽보성, ‘데프트’ 김혁규, ‘베릴’ 조건희가 홍창현과 함께한다. 이 중 김혁규, 조건희와는 2022 월즈 우승을 함께했었다. 홍창현은 “조건희는 여전히 시끄럽고 김혁규는 여전히 조용하다”며 웃어보였다.

김혁규는 2024 시즌에도 현역 활동을 한다. 커뮤니티에서는 그의 ‘리얼 찐막 라스트댄스’를 기대하고 있다. 홍창현은 “김혁규와 같이 하고 싶은 욕망이 컸는데 아쉽게 그걸 김건부에게 뺏겼었다. 올해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의 마지막을 후회 없게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홍창현은 이승민과 곽보성의 첫 인상도 전했다. 홍창현은 “이승민이 처음 보자마자 말을 놨다. 4살 차이가 나는데 말이다. 어이가 없어서 ‘너 뭐하냐’고 했는데 저를 보고 ‘블랭크’ 강선구가 떠오른다며 편하다고 했다. 동생이 편하게 대해주니까 그냥 편하게 해주고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곽보성 역시 카카오톡으로 ‘지금 아니면 말을 못 놓을 거 같다’며 먼저 용기를 내줘서 불편함 없이 잘 놀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날은 팀합을 맞춘지 3일째 되는 날. 홍창현은 “메타가 너무 바뀌었다. 아는 게 없어 서로가 여태까지 해왔던 것을 기반으로 해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김혁규와 조건희는 여전히 잘한다. 곽보성은 알아서 플레이를 잘해줘서 감동받았다. 이승민 역시 신인치고 잘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동료들을 칭찬했다.

홍창현은 “2024 시즌 전망은 잘 모르겠다. 재밌게 연습하고 열심히 성적 잘 내면 좋을 것 같다”며 “게임이 재밌다. LoL은 바뀔 때마다 어지러운데 이번 패치는 설렌다. 진짜 많이 달라졌지만 이질감이 없고 더 잘할 여지도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2024 시즌, 홍창현은 또다시 우승컵을 들어올릴 준비가 됐다. 그는 “(우승 할 수 있다고) 말하면 부두술이어서 안될 것 같다. 다만 2022 DRX 시절과 비교해봤을때 전력에 차이가 없다. 충분히 해볼만하다. 하지만 어떻게 될지는 모르니 일단 열심히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홍창현은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모습도 밝혔다. 그는 “KT 롤스터 경기를 볼 때마다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게 하고 싶다”며 “다 같이 잘해서 정규 시즌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싶다”고 말했다.

홍창현은 “‘코어장전’ 조용인에게 ‘원래 댓글이 이렇게 안 달린다. 너가 오고 나서 한국 팬들이 LCS에 관심이 많아졌다’는 말을 듣고 팬들에게 너무 감사했다.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항상 응원해주셔서 감사했다. 한국에 돌아온 지금도 많은 응원 해주길 바란다”고 말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차종관 기자 alonein@kukinews.com

Copyright © 쿠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