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관극' 논란 부른 기자의 노트 필기, 대체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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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크'라는 말이 있다.
관객과 크리티컬의 합성어로 영화나 연극, 뮤지컬 공연 등의 관람을 방해하는 비매너 행위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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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도 기자]
▲ 관람 도중 비매너 행위를 하는 '관크'와 시체처럼 가만히 봐야 한다는 '시체관극'. |
ⓒ 임병도 |
'관크'라는 말이 있다. 관객과 크리티컬의 합성어로 영화나 연극, 뮤지컬 공연 등의 관람을 방해하는 비매너 행위를 말한다. 일반적인 공연 관람 예절에서 벗어난 '휴대폰 사용'이나 '잡담', '음식물 섭취'(연극, 뮤지컬 공연), '과도한 소음' 등이 해당한다.
예전과 달리 '관크'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관람자의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대신 '시체관극'이라는 말이 나왔다. 공연을 관람할 때는 시체처럼 가만히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시체관극' 논란을 불러 일으킨 노트 필기
지난 9일 <디컬처> 이경헌 기자는 "뮤지컬 '리진'을 볼 필요가 없는 이유"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올렸다. 공연 리뷰 기사를 쓰기 위해 충무아트센터를 찾은 기자가 필기를 위해 작은 노트를 꺼내자 옆에 앉은 여성이 "메모하실 거냐?"고 묻고 시끄러우니 하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기자는 이 여성이 제작사 직원까지 불렀고 메모를 하면 시끄러우니 자리를 옮기라는 요청을 받았다면서 "공연장이 좁아서 노트 필기가 시끄러울 정도의 후진 공연장이라면 비싼 돈 내고 공연을 볼 이유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 기사는 X(구 트위터)에서 엄청난 설전을 불러일으켰다. "기자가 벼슬이냐, 공연 중에는 노트 필기를 하지 말아야 한다"라며 기자가 잘못했다는 비판부터 "노트 필기가 공연 관람을 방해할 정도의 소음인가"라며 너무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 배우 손석구. |
ⓒ 넷플릭스 |
배우 손석구도 이와 비슷한 논란에 휘말린 적이 있다. 2019년 손석구는 연극 '프라이드'에 초대됐다가 '관크'라는 비난을 받았다.
당시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손석구가 동료 배우들과 연극을 관람하며 "계속 입소리를 내고 기침하고 웃기지도 않은데 조금 큰 소리로 웃더라. 중간부터는 아예 무릎에 팔꿈치를 올려놓고 몸을 숙이고 봤다. 미쳐버리는 줄 알았다"라는 내용과 함께 "수준이 떨어진다", "민폐다", "돈 주고 시간 내서 본 공연이고 정말 좋았는데 관크로 망쳤다. 너무 화난다" 등의 글들이 쏟아졌다.
논란이 계속되자 손석구는 자신의 SNS에 "저와 제 친구들이 몰상식한 공연 관람 자세로 공연을 망쳤으니 사과를 하라는 요구가 있었고 그로 인해 기사까지 났다. 연극을 즐기고 아끼는 사람으로써 부끄러운 관람을 하지 않았다"면서 "조용히 웃고 조용히 울었다"면서 공식 입장문을 게재했다.
이어 "몇몇 관객분들의 그릇된 주인의식과 편협하고 강압적이며 폭력적이기까지한 변질된 공연관람 문화가 오해를 넘어 거짓 양산까지 만드는 상황이 당황스럽지만 이 이상의 반박도 사과도 하지 않겠다. 자잘하고 소모적이 될 수밖에 없는 논쟁은 서로에게 좋지 않다고 느껴서"라고 덧붙였다.
과도한 '시체관극 문화', 공연 관람 위축시킬 수도
"무대 연출 때문에 스모그 나왔을 때 기침 했다가 아프면 집에 박혀 있지 왜 나오냐는 험담을 들었다"
"혈당 재려고 중간 쉬는 시간에 혈당기 삐삐삐 3초 소리 냈다가 녹음기 켰다는 신고를 받았다"
"인공와우 착용하고 공연 봤다가 그런 거 끼고 공연 보려면 뮤지컬 보러 오지 마세요라는 말을 들었다"
일각에서는 비싼 돈을 주고 공연을 보러 온 관객들이 방해받지 않으려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극단적일 정도로 예민하고 타인에게 강요하는 관객들이 늘어날 수록 공연 관람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뮤지컬 콘텐츠를 다루는 유튜버 채널 '홍악가'는 "극장은 구조상 등받이에 등을 딱 붙이고 봐야 한다. 공연장은 바람막이 소리도 크게 들릴 수 있다"면서 "최소한의 관람 예절은 지켜야 한다"고 했다.
다만 "공연 관람 문화에 익숙하지 않는다고 너무 공격적으로 대하지는 말자. 공연 보는 것은 행복하자는 것인데 서로 배려하면서 상식선에서 행동하면 된다"면서 과도한 '시체관극 문화'에 우려의 뜻을 나타냈다.
덧붙이는 글 |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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