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성공에도…돈 못 버는 제작사들 [K-콘텐츠 위기의 실태②]
2019년 영화 ‘기생충’으로 세계 3대 영화제인 칸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 종려상을 수상한 데 이어, 2021년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를 강타했다. 국내 콘텐츠가 세계 시장의 중심에 진입했다며 기뻐하던 것도 잠시, ‘오징어 게임’ 성과의 후광효과를 제대로 맛보기도 전에 불안감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오징어 게임’은 물론, ‘킹덤’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 ‘택배기사’, ‘정이’ 등 좀비물과 SF를 넘나들던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넷플릭스가 이 과정에서 제작비 규모를 키운 것이 주요 요인으로 지목됐다.
‘오징어 게임’은 회당 28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제작 중인 시즌2의 제작비 규모는 더욱 커진 것으로 알려졌으며, ‘오징어 게임’의 글로벌 이후 배우 이정재의 몸값이 회당 10억원으로 대폭 상승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시청자들의 눈높이는 높아지고, 스타 캐스팅을 통해 국내외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기 위해 벌어지는 치열한 경쟁은 곧 톱배우들의 몸값 상승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스태프들의 주52시간 근무제 적용까지. 드라마 제작비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높아지고 있다는 호소가 나오고 있다. 최근 드라마 회당 제작비는 15억원 안팎을 자랑한다. ‘규모가 크다’는 이야기를 듣는 작품은 회당 30억원에 이르기도 한다. 16부작 미니시리즈를 만들기 위해 200억원의 제작비가 필요한 것이다. 코로나19 전까지만 해도 회당 5~7억원 수준이었던 제작비가 최근 들어 두 배 이상 상승한 것이다.
그러나 제작비 상승은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이보다는 콘텐츠 산업의 체질 개선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최근 일부 톱배우들의 몸값이 크게 뛴 것은 사실이지만, 스태프들의 인건비, 높은 완성도를 위한 투자는 결국 언젠가는 이뤄져야 할 목표였다는 것이다.
한 콘텐츠 제작사 관계자는 “콘텐츠가 대박이 나면 제작사가 큰돈을 벌 것 같지만 그렇지 않는 경우들이 많다”고 짚었다. 대다수의 제작사들이 방송사 또는 OTT 플랫폼의 외주를 통해 콘텐츠를 제작하는데, 이때 일부 또는 콘텐츠 전체의 제작비를 투자받는 대신 추가 수익은 한정적인 구조가 정착돼 있다고 꼬집었다.
그렇게 되면 PPL(간접광고)을 통해 수익을 얻거나, 글로벌 OTT의 경우 제작비에 얹어서 지급되는 1~20%의 추가 비용이 곧 수익이 된다. 그나마 방송사 외주의 경우 가능성이 열려있지만, 글로벌 OTT의 경우 최소한의 수익을 보장받는 것에 만족을 해야 한다.
앞서 제작사들이 현실을 꼬집은 관계자는 “일부 큰 제작사들을 제외하면, 대다수의 제작사들의 현실은 보이는 것과 다르다. IP(지식재산권)를 확보해 가능성을 스스로 키워나갈 때나 K-콘텐츠 붐을 실감할 텐데, 많은 제작사들이 실제로는 ‘기회’가 아닌 ‘위기’를 더 체감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러한 흐름이 더욱 가속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제작사들은 우선 1차적으로는 방송사, OTT 등에 방영권을 판매해 수익의 절반 이상을 충당한다. 이후 재방송 및 VOD를 통한 2차 방영권 판매가 이뤄지고, 부가적으로 해외 판권매출, PPL, 협찬 수익을 도모할 수 있다.
다만 해외 판권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스타 캐스팅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결국 이 제작비를 모두 감당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최근 광고를 통한 수익이 전 같지 않아지자 방송사들이 드라마 편성을 축소 중이며, 이에 결국에는 글로벌 OTT를 통해 수익을 보장받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식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콘텐츠 제작사 관계자는 “무게추가 너무 기울었다. 글로벌 OTT의 오리지널 콘텐츠가 아니면, 큰 수익을 낼 구멍이 없어지면서 국내 제작사들의 오리지널 콘텐츠가 성장하지 못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미 제작 역량은 확인이 된 만큼 지원 등을 통해 가능성의 문을 여는 식의 다른 접근이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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