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작업실부터 워케이션 숙소까지! 4년차 프리워커 정혜윤의 #취향일지도

전혜윰 2023. 12. 1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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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스 마케터와 〈독립은 여행〉, 〈퇴사는 여행〉 등을 쓴 작가, 그리고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사이드 콜렉티브’의 대표까지. 좋아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이 많은 ‘다능인’ 정혜윤을 만났습니다.

Q : 엘르 독자들에게 인사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2020년 주 5일 출근하는 삶으로부터 독립한 마케터이자 작가인 정혜윤입니다. 현재는하고 싶은 게 많은 다능인을 위한 커뮤니티 ‘사이드’를 운영하고, 프리랜서로 일하는 동료 작업자들과 ‘콜렉티브'라는 이름으로 연대하며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첫 번째 작업실, 융지트
첫 번째 작업실, 융지트
첫 번째 작업실, 융지트
두 번째 작업실, 아날로그의 방
두 번째 작업실, 아날로그의 방

Q : ‘정혜윤’ 하면 다능인, 음악, 요가 등 여러 키워드가 저절로 떠오릅니다. 여기에 작가님의 취향이 묻어난 작업실도 빼놓을 수 없죠. 첫 번째 작업실 융지트와 달리 아날로그의 방에는 전자기기가 없는 점이 눈에 띄는데요. 두 공간은 어떻게 만들게 되었나요.

첫 번째 작업실인 ‘융지트’는 저의 별명인 ‘융’과 ‘아지트’를 합쳐서 만든 주거 공간 겸 작업실인데요. 같은 건물에 ‘아날로그의 방'이자 ‘융지투’라고 부르는 작업실을 하나 더 얻은 지도 벌써 2년이 넘었네요. 엄마 생신에 그림을 선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가 직접 그림을 그릴 작업실이 있으면 좋겠더라고요. 이 생각의 흐름을 행동으로 옮긴 곳이 바로 아날로그의 방이에요. 융지트에서는 마케터이자 프리워커로서 클라이언트 업무를 진행하고 있고, 아날로그의 방에서는 작가로서 창작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Q : 3년째 음악 커뮤니티 ‘융플리’를 이끌 만큼 음악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신데요. 커뮤니티를 만들거나 음악을 주제로 책을 쓰고, 뮤직 페스티벌에 마케터로 참여하기도 했어요. 취미를 일로써 마주하다 보면 애정이 식는 경우도 있다고 하던데, 혜윤님에게도 그런 순간이 있었나요.

운이 좋게도 덕업일치를 이룬 편이에요. 에이전시에서 일할 때는 매주 홍대 공연을 보러 다닌 덕분에 회사에서 ‘공연 좋아하는 아이’로 알려져 페스티벌 마케팅을 맡게 됐죠. 음악 스타트업 스페이스오디티에서는 20세기 음악을 재발견하는 프로젝트 ‘디깅클럽서울'이나 디뮤지엄과 전시 OST를 만드는 작업들을 진행했고요. 작년부터는 제 최애 페스티벌인 ‘DMZ 피스 트레인 뮤직 페스티벌’의 마케팅을 함께 하고 있는데요. 관객의 한 사람으로 공연을 즐기기는 어려워졌지만, 기획부터 마무리까지 과정을 함께하는 데서 오는 그 이상의 뿌듯함이 있습니다. 저의 시간과 에너지가 제가 아끼는 사람과 공간에 쓰이고 있다는 것이 기쁘고 감사해요.

Q : 작가님의 SNS에서 자주 보이는 도시 발리 우붓, 얼마 전에도 다녀오셨죠. 어떠한 계기로 우붓과 사랑에 빠지게 되었나요.

우붓은 영적인 기운이 남다른 곳이에요. 이곳의 주민들은 매일 신들에게 제사를 지내고 기도와 명상을 하죠. 자연을 소중히 하고, 영혼을 중요시하는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많이 아낍니다. 갭이어를 가졌던 해에 우붓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산타나 가족과 친해졌어요. 그때 보낸 시간이 제 영혼에 영감과 사랑의 흔적을 남긴 것 같아요. 올 6월에도 요가 지도자 자격증을 위해 한 달간 머물렀죠. 도시 생활은 신나고 재밌지만 때로는 허공에 붕 뜬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곤 하는데요. 우붓에 가면 마음을 다잡을 수 있어서 앞으로도 매년 찾아갈 예정이에요.

Q : 영화 〈마녀 배달부 키키〉 OST를 들으며 하루를 시작하는 작가님의 오랜 모닝 루틴, 소소하지만 반복적인 행동이 일상에 도움이 될 때가 있죠. 겨울이 되면서 몸과 마음이 움츠러든 사람들에게도 리추얼(나를 위한 의식적인 활동)은 좋은 극복 방법이 될 것 같은데요. ‘리추얼의 아이콘’으로서 추천의 말을 남긴다면.

저 역시 겨울이면 차분해지고 가라앉는 편이라 리추얼을 통해 의식적으로 현재에 집중하는 연습을 해요. 아침에 일어나면 물을 마시고 이불 정리를 한 뒤 〈마녀 배달부 키키〉의 '바다가 보이는 마을'을 듣죠. 워낙 즉흥적이라 계획 세우는 걸 선호하진 않지만, 독립 후 시간의 자유를 얻으면서 일상을 지탱해 주는 루틴과 리추얼의 힘을 느꼈어요. 하루에 단 5분이라도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진다면 마음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정혜윤의 취향지도

「 SNS 속 그곳 」
“너무 좋다”라는 말을 끊임없이 하게 되는 곳, 맹그로브 고성은 쉼과 일을 위한 최고의 워케이션 장소예요. 1년 사이에 4번이나 다녀왔는데요. 창밖으로 바다를 바라보고만 있어도 좋지만, 즐길 거리도 다양해요. 맛집, 카페부터 책 셀렉션이 훌륭한 서점까지 있어 며칠을 있어도 심심하지 않죠. 자전거를 빌려 주변을 돌아다니기도 좋고요. 그리고 방 안에서 이불을 두른 채로 바다 위 일출을 감상하는 경험도 절대 놓치지 마세요.
「 자주 가는 곳 」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한 달에 한 번 망우삼림에 찾아갑니다. 이곳은 나쁜 기억을 잊게 해주는 망각의 숲이라는 의미를 지닌 필름 현상소예요. 공간 자체도 워낙 아름다워서 갈 때마다 영감을 받습니다. 모든 것이 빠르게 진행되는 시대에 저만의 낭만을 사수하는 방법이에요.
「 좋아하는 곳 」
비밀 공간 중 하나를 공개할게요. 성균관대에 있는 명륜당을 사랑합니다. 이곳에는 500년이 넘은 은행나무가 있는데요, 매년 피고 지는 잎사귀와 굽이진 나뭇가지를 볼 때마다 경이로움을 느껴요. 그리고 가족들과의 추억이 깃든 특별한 장소이기도 해요. 할머니 댁에서 5분 거리에 있어서 어릴 적부터 명절이면 친척들과 산책을 했어요. 어느덧 모두 20대를 넘긴 사촌들과 아기 때 찍었던 사진을 재현한 적도 있죠. 최근에는 엄마, 동생, 조카와 함께 명륜당을 찾았답니다.
「 가보고 싶은 곳 」
요가의 발상지 인도 리시케시(Rishikesh)에 가고 싶어요. 1960년대 인도로 떠난 비틀스 멤버들이 이곳의 한 아쉬람(요가나 정신적 수행을 위한 장소)에 머물렀다고 알려져 더욱 유명해진 도시죠. 제가 오래 다닌 동네 요가원 원장님이 매년 찾아가는 요가원과 아쉬람이 있는 곳이기도 해요. 저도 여기서 요가를 해보고 싶어서 조만간 가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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