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핵전략 가이드라인 내년 중 완성…한·미훈련에 핵작전 시나리오 포함
한ㆍ미 양국은 내년 중반까지 핵전략 기획ㆍ운용에 관한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이를 통해 내년 6월 일체형 확장억제(핵우산) 체제의 실질적 기반을 구축하기로 했다. 또 내년 한ㆍ미 연합훈련에 핵작전 시나리오를 포함한 훈련이 실시될 계획이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15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인근 미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제2차 핵협의그룹(NCG) 회의 뒤 특파원 간담회를 갖고 “(한ㆍ미 간에) 북한의 핵 위협을 어떻게 억제하고 대응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총체적 지침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내년 중 완성하기로 합의했다”며 이같은 논의 결과를 밝혔다. 김 차장은 핵전략 가이드라인에 담길 내용과 관련해 “핵 관련 민감 정보를 양국이 어떻게 공유하고 보안 체계를 구축할 것인지를 비롯해 핵 위기시 협의 절차ㆍ체계, 양국 정상 간 보안 인프라 구축 및 실시간 커뮤니케이션 채널 가동 방안 등이 망라될 것”이라고 했다.
“한ㆍ미 정상 핫라인 통화장비 전달된 상태”
김 차장은 이와 관련해 위기 발생시 한ㆍ미 양국 정상이 즉각 통화를 하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며 “문제 발생 상황에 대비해 수시로 통화할 수 있는 휴대장비가 전달된 상태다. 위기 상황시 전자파 공격 등에 대비해 보완을 해가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김 차장은 특히 ‘확장억제 체제’ 개념에 대해 “한국이 독자적으로 핵 보유를 하지 않으면서도 미국이 가진 막강한 핵 능력과 자산을 언제든지 함께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며 “내년도 자유의방패(UFS) 훈련 등 한ㆍ미 연합훈련에 핵작전 시나리오를 포함해서 함께 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전에는 북한의 핵 공격 시 미국이 알아서 보복을 해줄 테니 안심하라는 게 미국 핵우산이었다면 지금은 한ㆍ미가 처음부터 같이 생각하고 준비하고 연습하고 같이 핵 대응을 실행한다는 점에서 믿을 만하고 제도적으로 보장되는 확장억제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차장은 미국의 핵 자산 및 한국의 비핵 자산의 결합 문제에 대해 “공동작전 수행이 가능할 정도로 한반도에 적용 가능한 핵전력과 비핵 전력의 합치 및 운용 개념에 대해 계속 구체화해 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향후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배치는 숫자만 증가하는 게 아니라 구체화가 진행중인 확장억제 강화와 맞물려 좀 더 체계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美 심화교육으로 韓 ‘핵 IQ’ 높아질 것”
김 차장은 또 한국 정부 인사에 대한 미국의 핵 정책ㆍ전략ㆍ기획 집중 교육과 관련해 “지난해 11월 한국의 외교ㆍ국방 실무자 15명이 미국에서 평문ㆍ비문 내용을 포함한 심화 교육을 받았고 내년에도 미국은 심화 핵 교육 프로그램을 가동하기로 했다”며 “이렇게 되면 우리 핵정책 관련 담당자들의 핵 관련 지식과 실전 능력이 배양된다. 간단히 말해 우리의 핵 IQ가 계속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 전략폭격기가 동원되면 우리 전투기가 호위 역할을 수행하는 연습이 ‘확장억제수단 운용 연습(TTXㆍTable Top Exercise)’에서 실시되고 있는데 그러려면 비핵 국가인 우리나라 군 당국자들이 핵에 대해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며 “이것들을 상세하게 교육받고 또 공유하면서 실전 훈련에 임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차장은 이날 NCG 회의에서 향후 6개월 동안의 작업계획을 승인했다며 “내년 6월 정도를 목표로 하는 다음 NCG(3차 회의)까지 한ㆍ미 확장억제 체제의 실질적 기반을 공고히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ㆍ미 간 핵작전 가이드라인을 완성하기 위해 필요한 NCG가 지금까지 두 번 열렸고 세 번째 NCG를 내년 6월쯤 열 수 있다면 기존의 ‘준비형’ 임무를 띤 NCG는 끝나고 한ㆍ미 간에 일체형 확장억제 체제가 구비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을 포함한 호주나 인도태평양 지역 내 다른 국가도 북한발 위협을 비롯한 역내 핵 위협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다”며 “한ㆍ미 양자 차원의 확장억제 체제 운영과 별개로 일본을 포함한 역내 다른 국가들과 함께 다수가 별도의 확장억제 대화를 갖는 것도 가능하다”고 했다. 전날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이달 중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던 김 차장은 NCG 2차 회의에서 이와 관련된 대응 방안도 논의했다고 전했다.
“북의 핵공격시 김정은 정권 종말”
한ㆍ미 양측은 NCG 2차 회의 뒤 공동 언론성명을 발표하고 “미 측은 핵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역량으로 뒷받침되는 대한민국에 대한 확장억제 공약이 확고함을 재확인했다”며 “미국 및 동맹국에 대한 북한의 어떠한 핵 공격도 용납될 수 없으며 김(정은) 정권의 종말로 귀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 측은 한국에 대한 북한의 어떠한 핵 공격도 즉각적ㆍ압도적ㆍ결정적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차장과 마허 비타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정보ㆍ국방정책조정관이 각각 한ㆍ미 수석대표로 참석한 이날 회의에는 양국 NSC와 외교부ㆍ국무부, 국방부, 정보기관 외에 합참, 주한미군, 미 인도태평양사령부 등에서 모두 60여 명이 참석해 7시간 남짓 진행됐다.
NCG는 지난 4월 한ㆍ미 정상의 워싱턴선언에 따라 구체적인 대북 핵억제 강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출범했다. 지난 7월 김 차장과 커트 캠벨 백악관 NSC 인도태평양조정관을 양국 수석대표로 하는 1차 회의가 서울에서 열렸고, 5개월 만에 이번 2차 회의가 워싱턴 DC에서 열렸다. 제3차 회의는 한국에서 내년 여름 개최하기로 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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