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입성한 이정후 “헬로, 난 한국서 온 바람의 손자”

권남영 2023. 12. 16.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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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단식서 父 이종범도 화제…“아버지가 나보다 빠르다”
김하성과의 맞대결에 대해선 “신기하고 설레”
이정후가 15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입단식을 마친 후 경기장을 배경으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그는 키움 히어로즈 시절 쓰던 등번호 '51'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었다. AP뉴시스


이정후(25)가 마침내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일원이 됐다. 입단 기자회견에서는 아버지인 이종범(53) 전 LG 트윈스 코치에게 덩달아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이정후는 1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입단식에서 “헬로 자이언츠, 마이 네임 이즈 이정후(안녕하십니까, 이정후입니다)”라고 인사했다. 그는 계속해서 영어로 “나를 영입해준 샌프란시스코 구단주 가족과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에 고맙다. 아버지와 어머니께도 감사하다.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꿈을 이뤄 기쁘다. 나는 이곳에 이기기 위해 왔다. 레츠 고 자이언츠”라고 말했다.

한국 프로야구 ‘전설’이자 이정후의 아버지인 이종범 전 코치와 어머니 정연희씨도 입단식에 참석했다. 이종범 전 코치 부부는 기자회견장 맨 앞 열에 앉아 아들의 MLB 첫 공식 행사 모습을 두 눈에 담았다. 이 전 코치는 직접 휴대전화로 아들의 답변 모습을 영상으로 찍기도 했다.

이정후(가운데)가 15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입단 기자회견 중 아버지 이종범 전 LG 코치, 어머니 정연희 씨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기자회견에서 아버지에 관한 질문은 무려 세 차례나 나왔다. ‘아버지로부터 무엇을 배웠나’ ‘바람의 손자라는 별명을 미국에서도 쓸 것인가’ ‘아버지보다 더 빠른 주력을 갖고 있나’ 등이었다.

이정후는 “아버지에게 직접적으로 배운 건 없지만”이라고 운을 떼며 웃음을 끌어낸 뒤 “인성 문제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 잘할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지 등을 배웠다”고 답했다. 이어 “(바람의 손자라는) 별명은 태어나니까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한국에선 이 별명이 조금 오글거렸는데 영어로 말하니까 멋지더라”고 웃었다.

이종범 전 코치보다 더 빠르냐는 질문엔 “현역 시절 아버지는 정말 빨랐다. 나보다 빠르다”며 “지금은 아버지를 이기지만 같은 나이로 비교하면 이기지 못할 것”이라고 얘기했다.

이종범·이정후 부자의 스토리는 이정후가 미국 진출을 선언했을 때부터 현지에서 화제를 모았다. 현지 매체들은 이정후가 ‘바람의 손자(grandson of wind)’라고 불리는 배경을 설명하면서 KBO리그의 한 시대를 풍미한 ‘바람의 아들’ 이종범 코치에 대해 자세히 소개했다. MLB 사무국은 이정후의 계약이 확정된 현지시간 14일 공식 SNS에 이정후와 이종범 코치의 선수 시절 모습을 나란히 올리기도 했다.

이정후가 15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입단식에서 유니폼과 모자를 쓰고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후는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와 관련된 질문을 수없이 받았다. 주변에선 늘 이정후를 아버지와 비교했고, 이는 어린시절부터 적지 않은 부담과 스트레스로 남았다. 그는 지난해 KBO리그 시상식에서 최우수선수상(MVP)을 받은 뒤 “어떻게 하면 아버지의 이름을 지울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프로에 입단한 뒤 이정후는 차츰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났다. 이종범 전 코치가 현역 시절 세웠던 수많은 기록을 하나둘 갈아치웠다. 그리고 포스팅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한국 선수 중 역대 최고 대우인 6년 총액 1억1300만 달러(약 1462억원)를 받으며 샌프란시스코 유니폼을 입게 됐다. 아버지가 실패했던 해외 무대에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이정후는 1년 전부터 다양한 준비를 해 왔다. MLB의 빠른 공에 대처하기 위해 스윙 스피드를 올리는 ‘강속구 맞춤형 타격폼’을 개발해 KBO리그 마지막 시즌을 치르기도 했다. 2023시즌 초반에는 이 타격자세에 적응하지 못해 부진에 시달리기도 했다. 이정후는 그러나 “성공하기 위해선 변화를 두려워하면 안 된다. 그런 시각으로 스윙에 변화를 줬던 것이다. 처음 겪는 시간이었지만 좋은 경험이었다. 더 성숙해졌고, 나에 관한 믿음이 확고해졌다”고 했다.

이정후가 15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입단식에서 유니폼과 모자를 쓰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뉴시스


이정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첫 시즌 목표’를 묻는 말에 “목표를 잡는 것도 좋지만, 내가 빨리 적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최우선으로 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아울러 “가장 힘든 것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한국에선 항상 버스로 이동했지만, 이곳에선 항공편을 이용하고 시차 문제도 있다. 다 적응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MLB에서 큰 활약을 펼친 일본인 외야수 스즈키 이치로의 등번호 51을 단 그는 절친한 선배인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과 맞대결에 대해 “신기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한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LA 다저스에 입단한 일본의 오타니 쇼헤이에 대한 질문에는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웃으면서 “열심히 하겠다”라고만 반복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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