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 눈 뿌려봐야 녹아"…역대급 따뜻한 겨울, 애타는 강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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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송어축제장 얼음 모두 녹아 비상
최근 따뜻한 날씨에 겨울비까지 강원도 전역에 내리면서 겨울축제장과 스키장에 비상이 걸렸다. 이에 축제를 연기하고 스키장은 빨리 추워지기만 기다리고 있다.
지난 14일 평창송어축제를 앞둔 평창 오대천은 얼음이 모두 녹은 상태였다. 당초 평창송어축제위원는 오는 22일까지 축제장인 오대천을 4개 구역으로 나눠 얼음 낚시터를 조성할 계획이었다. 평창송어축제장 규모는 9만여㎡로 5000명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다.
특히 올해 축제는 2024 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 기간에 맞춰 진행하는 만큼 송어를 지난해보다 20t가량 더 방류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겨울답지 않은 영상 기온과 계속된 비에 물이 불어나면서 축제를 위해 만든 둑까지 무너졌다. 축제위원회는 메인 행사장인 오대천 결빙이 늦어지자 개막일을 애초 22일에서 29일로 일주일 연기했다.
최기성 평창송어축제위원장은 “얼음이 최소 20㎝ 이상 돼야 안전하게 축제를 즐길 수 있다”며 “안전과 즐거움을 위해 축제 개막일을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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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빙어축제는 소양강댐 수위 높아 걱정
2007년에 시작한 평창송어축제는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이바지하는 효자 축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한동안 중단됐다가 지난해 다시 축제가 열리자 40만명이 넘는 방문객이 찾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이상 기온 탓에 축제가 늦어지자 인근 상인들은 아쉬워하고 있다.
내년 1월 19일부터 열릴 예정인 인제빙어축제는 소양강댐 수위가 걱정이다. 소양강댐 상류에서 열리는 축제 특성상 수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인제군은 댐 수위가 최소 183m 이하로 낮아져야 축제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한강홍수통제소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댐 수위는 187.7m다. 한강홍수통제소측은 "겨울철에 댐 수위가 이렇게 높은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했다. 지금 같은 수위가 유지된다면 이번 겨울 빙어축제는 축소나 취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안전한 얼음낚시를 위해선 결빙시간이 필요하고 축제를 개최하려면 기반시설도 조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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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프 눈 녹아 바닥 드러내
또 얼음 두께가 최소 20~30㎝는 유지돼야 축제 개최가 가능하다. 17일부터 본격적인 추위가 예보돼 있지만, 이달 들어 역대급 따뜻한 날씨가 지속해 축제 관계자들은 애를 태우고 있다. 인제군 관계자는 “다음 달 7일까지 댐수위와 결빙을 지켜본 뒤 취소나 축소 또는 다른 방법으로 축제를 열 것인지를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원지역 스키장도 따뜻한 날씨에 애를 먹고 있다. 계속된 비에 슬로프에 뿌려놓은 눈이 녹으면서 바닥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더욱이 영상의 기온이 이어지면서 인공눈을 만드는데도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대부분의 스키장이 일부 슬로프만 개장해 운영하고 있다.
스키 캠프를 운영하는 업체 관계자 신모(42)씨는 “스키장 개장 후 비로 인해 취소된 인원만 600명이 넘는다”며 “계속되는 비에 스키 캠프 문의 전화도 뚝 끊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스키장 관계자는 “인공 눈을 뿌려봐야 비와 함께 곧바로 녹는다”며 “주말부터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것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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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 17일엔 영하 18도까지 떨어져
한편 강원기상청에 따르면 16일 강원지역 최저기온은 영하 4도에서 영상 4도를, 17일엔 영하 18도에서 영하 8도가 예상된다. 16일 예상 적설은 강원북부산지 5~10㎝, 중부산지 3~8㎝, 남부 산지는 1~5㎝다.
박수진 강원기상청 예보관은 “많은 눈으로 인해 자동차가 고립될 가능성이 있겠으니 사전에 교통 상황을 확인하고 차량 이용 시 월동장비 준비를 철저히 해달라”고 당부했다.
평창=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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