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골 쏜 '용광로 스트라이커' 양동현, 지도자로 제2의 인생

피주영 2023. 12. 1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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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은퇴를 선언한 '용광로 스트라이커' 양동현. 사진 프로축구연맹

프로축구 K리그1(1부) 수원FC의 '용광로 스트라이커' 양동현(37)이 정든 그라운드를 떠난다.

수원FC는 지난 9일 부산 아이파크(2부)와의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 홈경기를 끝으로 올 시즌 일정을 마쳤다. 1차전에서 1-2로 졌던 수원FC는 이날 연장 승부 끝에 5-2로 이겨 1부 잔류에 성공했다. 2005년 울산 현대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입문해 양동현은 이 경기를 끝으로 19년간의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그는 굵직한 성과를 남겼다. 통산 100골(353경기)을 터뜨렸다.

양동현은 통산 100골을 터뜨렸다. 사진 프로축구연맹
K리그를 대표하는 정통 스트라이커로 활약한 양동현. 사진 프로축구연맹

이동국(228골)과 정조국(123골·이상 은퇴)의 계보를 잇는 정통 스트라이커로 불릴 만하다. 100골은 올해로 40주년을 맞은 K리그에서 단 12명만이 달성한 기록이다. 양동현은 "은퇴를 결심하고 시원섭섭한 기분이 들었다. 단 한 번의 찬스를 골로 연결하기 위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고된 훈련을 했는데, 더는 하지 않아도 생각하니 좋다. 하지만 다신 팬들 앞에서 뛸 수 없다고 생각하니 아쉽다"고 밝혔다.

양동현은 어린 시절부터 실력이 돋보였다. 16세 때인 2002년 대한축구협회 차세대 유망주 육성 프로젝트 1기에 뽑혀 FC메스(프랑스·당시 1부)로 유학 갔다. 유럽 선수 못지 않은 체격(1m86㎝, 80㎏)에 골 결정력까지 뛰어난 그는 유럽 현지 스카우트의 시선도 사로잡았다. 덕분에 이듬해 레알 바야돌리드(스페인·당시 1부)에 스카우트됐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바야돌리드 1군 프로 계약 직전 허벅지를 다친 탓에 무산됐다. 그는 국내로 돌아와 2005년 울산 현대에서 K리그에 데뷔했다.

양동현은 더 이상 팬들 앞에서 뛸 수 없다는 게 아쉽다고 했다. 사진 프로축구연맹
양동현은 토종 득점왕에 오른 포항 시절이 전성기였다. [사진 프로축구연맹]

이후 꾸준한 활약을 펼치며 K리그 정상급 공격수로 올라섰다. 태극마크도 달고 A매치 2경기를 뛰었다. 포항 스틸러스에서 뛰던 2017년엔 19골을 몰아치며 전성기를 활짝 열어 젖혔다. 당시 보기 드문 토종 득점왕을 차지했다. 전체 순위로는 타가트(22골·당시 수원 삼성)에 이어 득점 2위였다. '발끝에서 쉴 새 없이 불(골)을 뿜어내는 선수'라는 의미의 '용광로 스트라이커'라는 별명도 이때 생겼다.

이후 세레소 오사카, 아비스파 후쿠오카(이상 일본), 성남FC를 거쳐 2021년부터 수원FC서 뛰었다. 수원FC 입단 첫 시즌 100골을 달성했다. 양동현에게 '영광의 순간을 꼽아달라'고 물었다. 그는 "100번째 골을 터뜨리던 순간이 잊히지 않는다. K리그 40년 역사에 단 12명만 보유한 기록에 내 이름을 올렸다는 건 내 축구 인생에 훈장과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모님과 아내의 응원이 없었다면 해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도자로 제2의 축구인생을 시작하는 양동현. 사진 프로축구연맹
신인 시절 울산에서 뛴 양동현. 사진 프로축구연맹

그는 지도자로 제2의 축구 인생을 이어가기로 했다. 양동현은 올 시즌 플레잉코치로 뛰며 선수단과 감독, 코치진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했다. 그는 "지도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올 시즌 플레잉코치로 뛰며 느꼈다. 신경 쓸 것도 많고 스트레스도 많은 직업이 지도자인데, 묘한 매력이 있다. 본격적으로 도전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고 털어놨다.

양동현은 "19년 전부터 올해까지 '선수' 양동현을 응원해주고 아껴준 팬들이 많다. 여러분들이 사랑해주셔서 가진 능력에 비해 과분한 사람을 받았다. 감사하다. 난 행복한 선수다. 지도자로도 여러분의 마음을 끌어 오르게 할 '용광로 축구'를 선보일 것"이라며 웃었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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