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人사이드]'아베 라이벌'…관방장관으로 돌아온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 퇴임 3개월 만에 관방장관으로 재등용
한 주간 일본은 정계 뉴스로 떠들썩했습니다. 정치 비자금 스캔들에 아베 신조 전 총리를 주축으로 했던 아베파가 휘말리게 되면서, 아베파에 속한 현직 장관 네 명이 대거 교체됐기 때문인데요.
아베파를 축출하기로 결정한 기시다 총리는 일본에서 '내각 2인자'로 불리는 관방장관도 교체 대상에 포함합니다.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의 자리에 들어온 사람은 하야시 요시마사 전 외무상인데요.
기시다 총리가 '반(反) 아베파'나 파벌 색깔이 옅은 인사를 등용한 가운데, 이 하야시 전 외무상이 일본에서는 크게 주목받았습니다. 하야시 전 외무상은 바로 '아베 라이벌'로 불리는데, 하야시 전 외무상의 가문과 아베 전 총리의 가문은 같은 지역구 내에서 서로 갈라져서 싸웠기 때문이죠. 말 그대로 '반 아베파'의 정수를 불러들인 셈입니다.
오늘은 하야시 전 외무상과 아베 전 총리의 라이벌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하야시 전 외무상은 1961년 도쿄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는 하야시 요시로 전 중의원으로, 세습 정치가 빈번한 일본에서는 한마디로 '정치 수저'를 물고 태어난 것이죠.
아버지가 당시 도쿄에서 관료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도쿄에서 태어난 것일 뿐, 하야시 전 외무상의 뿌리는 야마구치현에 있습니다. 원래 하야시 가문은 야마구치에서 간장 공장을 오래 한 집안입니다. 간장 공장에서 출발해 고조부부터 의원을 맡아오는 등 지역에서는 인지도가 높은 가문인데요. 아버지 요시로가 지역구를 물려받아야 하기 때문에 모든 가족이 야마구치로 이사했고, 아버지는 야마구치 1현에 출마, 당선됩니다.
야마구치현에는 또 다른 세습 정치인 가문이 있습니다. 바로 아베 전 총리의 아베 가문입니다. 한때는 아베가 요시로 전 중의원의 후원회장을 맡아 그를 적극 밀어주기도 했죠. 그러나 요시로가 본인 정치를 하겠다고 독자 노선을 선언하게 됩니다. 이때부터 하야시 가문과 아베 가문은 라이벌 대결을 하게 되죠.
이 가문의 경쟁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 곳은 야마구치현 시모노세키였다고 합니다. 하야시파냐 아베파냐, 선거 기간마다 시모노세키는 두쪽으로 나뉘었다고 하죠. 음식점, 다방, 이발소, 택시까지 하야시파와 아베파로 나뉘어있었다고 합니다. 역 앞 택시 승강장에서 아베 전 총리 선거 사무소 비서가 택시가 와도 타지 않고 있었는데, 기사가 하야시 가문과 친한 사람으로 분류됐기 때문이죠. 아베 사무소 비서가 꿋꿋하게 타지 않고 기다리자 하야시 선거 사무소 사람이 바로 와서 타고 가더라는 이야기가 유명하죠.
또 아베 전 총리의 파티가 있던 날에는 역 근처 이발소 두 곳 중 한 이발소에만 줄을 서서 이용하는 진풍경이 벌어진 적도 있다고 합니다. 파티에 나가는 사람들이 머리 손질을 해야하는데, 아베 가문 쪽 이발소 한 곳만 가야 하니 사람이 몰려 줄을 서면서까지 기다렸다고 하네요.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데, 관계자들은 혹시나 정치 이야기를 하다 정보가 서로에게 새어나가면 곤란하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이렇게 두 가문이 대립해 온 것이 50년 가까이 됐다고 합니다.
하야시 전 외무상도 이 구도 속에서 정치인의 길을 걷게 되는데요. 도쿄대 법대를 나와 미국 하버드 대학원에 들어가는 등 엘리트 코스를 밟게 됩니다. 이후 아버지 비서관을 맡으며 본격적으로 정계에 진출합니다. 1995년 초선을 이루고 연속 3선에 성공하죠. 점차 인지도를 쌓은 그는 자민당 안에서는 '기시다파'에 속해 활동을 이어가게 됩니다.
그래도 아베 전 총리는 라이벌 가문이지만 하야시 전 외무상을 적극 등용했는데요. 2012년 제2차 아베 내각에서 농림수산상을 맡고, 3차 내각에서는 문부과학상으로 일합니다.
기시다 총리가 취임하면서 기시다파 대표 인물인 그는 외무상에 취임하게 되는데요. 그래서 올해 7월에도 우리나라 박진 외교부 장관과 만나 회동하고 강제징용 문제를 논의했었죠. 기시다 총리가 개각을 통해 가미카와 요코 외무상을 기용하게 되면서 하야시 전 외무상은 퇴임하게 됩니다.
그러다 아베파의 정치 비자금 의혹이 일파만파로 커지면서, 기시다 총리는 아베파에 속한 마쓰노 관방장관을 해임하겠다는 결단을 내립니다. 그리고 퇴임한 지 3개월 된 하야시 전 외무상을 관방장관으로 부르게 되죠. 어떻게 보면 화려한 복귀같지만, 일본 언론에서는 다른 사람들이 전부 관방장관 자리를 고사했고, 하야시 전 외무상이 받아줬다는 뒷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결국 지역구에서부터 라이벌이었던 아베와 하야시 가문은 이렇게 또 한 번 웃지 못할 관계로 남게 됐습니다.
일본 정치권에서도 이번 인사 교체에 대해서는 별다른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한데요.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정권 2인자'의 역할을 하야시 전 외무상이 잘 수행할 수 있을지 일본 언론의 관심도 쏠리고 있습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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