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연봉 1억…사무실 박차고 '킹산직' 노린다[청춘보고서]

허미담 2023. 12. 16. 08: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킹산직' 채용 소식에 구직자들 관심 높아
직업 가치관 변화·AI 등장에 생산직 인기 ↑
도배사·타일공 도전하는 청년들도

올해 상반기 취업시장에서 '킹산직(킹+생산직)' 열풍으로 화제를 모았던 현대차 기술직(생산직군) 채용이 추가로 진행될 예정이다. 평균 연봉이 1억원에 육박하는 현대차 생산직은 업계 최고 임금과 각종 복지 혜택으로 2030세대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이에 이번 채용에도 지원자가 대거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대졸 구직자들 사이에서 생산직은 기피 대상이었다. 그러나 젊은 층의 직업 가치관이 변화하고, 챗 GPT를 비롯한 생성형 인공지능(AI) 등이 사무직을 위협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생산직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1년 만에 '킹산직' 400명 또 채용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2024년 기술직 채용 서류접수를 오는 18일부터 28일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이는 올해 임단협에서 퇴직자가 다수 발생하면서 800명의 신규 인원을 충원하기로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채용 규모는 울산공장에 올해 미입사한 12명을 포함해 392명, 남양연구소에 20명 등 총 412명이다. 서류 전형 후 인·적성 검사와 면접을 거쳐 내년 4월 최종 합격자를 발표한다. 입사와 배치는 내년 5~7월 두 차례 진행된다.

구직자들은 이번 채용에 수십만명의 지원자가 몰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서 현대차가 지난 3월 진행한 생산직 채용에서도 400명 모집에 18만여명이 지원해 경쟁률이 450대 1에 달한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다만 현대차는 정확한 지원자 수는 공개하지 않았다.

현대차 생산직에 관심이 쏠린 배경은 높은 연봉 수준과 각종 복지 혜택 때문이다. 현대차 1인 평균 연봉은 지난해 기준 1억500만원이다. 여기에 만 60세 정년이 보장되는 것은 물론 정년 후에도 계약직으로 1년 더 근무할 수 있다. 또 재직 땐 현대차를 최고 30% 싸게 살 수 있고, 퇴직 후(25년 이상 장기 근속자)에도 평생 25%까지 차량을 할인받을 수 있어 구직자들 사이에선 '신의 직장'으로 불린다.

"개인 발전보다는 소득"…MZ세대 직업가치 변화

최근 목수 등 다양한 '블루칼라' 직군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미지출처=픽사베이]

통상 생산직은 '블루칼라'라는 인식으로 인해 대졸 구직자 사이에서 선호되는 직렬은 아니었다. '블루칼라'는 생산직에 종사하는 육체노동자를 뜻하며, 그들이 푸른 작업복을 입은 데서 유래한 단어다.

그러나 MZ세대의 직업 가치관이 변화하면서 생산직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당초 젊은 층은 직업 선택 시 '개인의 발전 가능성'을 중시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근로소득'과 '워라밸' 등에 대한 가치가 부각되면서 직업 선호도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산업연구원이 대졸자 직업 이동 경로 조사(GOMS)를 활용해 2008~2019년 누적 10만4511명의 대졸자를 대상으로 16개 직업가치 요인의 중요도를 분석한 결과, '근로시간'과 '업무량'이 12년간 직업 가치 판단에서 중요도가 가장 크게 상승한 요인인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2008년 기준 대졸자 대상 직업 가치 선호도 조사에서는 개인 발전 가능성이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직장(고용) 안정성, 근로소득, 적성·흥미, 근무환경 및 복리후생, 근로시간, 업무량 순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번 조사 결과, 12년간 직업 가치 판단시 중요도가 가장 크게 상승한 요인은 근로시간과 근로소득이었다. 근로시간은 6위에서 2위로 올랐으며 근로소득도 3위에서 1위로 상승했다. 반면 개인 발전 가능성은 1위에서 6위로 대폭 하락했다.

즉 과거에는 박봉이어도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일자리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그러나 이제는 소득과 워라밸이 함께 충족되는 일자리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 것이다.

AI 매칭 채용 콘텐츠 플랫폼 캐치가 Z세대 취준생 2446명을 대상으로 '연봉 3000만원 사무직 vs 연봉 5000만원 기술직'을 주제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72%가 '연봉 5000만원 기술직'을 선택하기도 했다.

설 자리 잃는 화이트칼라…AI 확산에 일자리 소멸 위기

[이미지출처=픽사베이]

또 노력한 만큼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기술직에 매력을 느끼는 이들도 있다. 이에 최근에는 나이와 성별 등을 불문하고 목수, 중장비 기사 등 육체적 강도가 높은 직업에도 도전하는 추세다.

유튜브는 물론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기술직에 도전 중인 청년들의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제약회사를 입사 6개월 만에 관두고 신입 타일공의 길을 걷고 있는 유택근씨가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그는 타일공이 된 이유에 대해 "제 자리는 다른 사람으로 쉽게 대체되더라. 그런 걸 보면서 내 가치를 키워서 대체될 수 없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때부터 오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섰다"고 했다.

이어 "현장직을 대부분 막노동자, 막일이라고 얘기를 많이 하신다. 저는 타일 같은 경우에는 1mm의 오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다.

한편 AI의 발달로 블루칼라 직종의 인기는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화이트칼라에 속했던 사무직 근로자들의 일자리가 AI로 인해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5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비영리단체 '임플로이 아메리카' 통계를 인용해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AI 보급 등의 영향으로 미국 화이트칼라 노동자 약 15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고 보도했다.

반면 각종 현장에서 일하는 '블루칼라' 노동자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미 노동부가 예측한 '2031년까지 늘어날 20개의 직업'은 대부분 블루칼라에 돌아갔다. 식당 요리사, 음식점·식료품점 종업원, 화물 운송업자 등이 상위권에 올랐고, 화이트칼라 직군은 소프트웨어 개발자 정도만 언급됐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