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일만 친구부터 어부 아들까지…바다를 사랑하는 ‘해설사’ 이야기
우수 바다해설사 선정해 시상
손지현·김종운·장문석 해설사
바다 아끼는 마음 하나로 봉사
“거제 다대어촌체험휴양마을 해설할 때였어요. 동해와 달리 물때를 맞춰 수백 명이 넓은 갯벌에 들어가 체험했어요. 사람들이 흩어지다 보니 저도 이리저리 오가면서 1대1 해설을 해야만 했죠. 솔직히 갯벌을 뛰어다니느라 고생을 좀 했습니다. 그땐 ‘다이어트를 하려면 갯벌 해설을 하면 되겠구나’ 싶었어요.” - 손지현 바다해설사.
바다는 그 넓이와 깊이만큼이나 많은 이야기를 품은 곳이다. 바다 품에서 사는 어촌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다. 수산 자원 하나하나, 마을 사람 개개인이 모두 이야깃거리 하나씩은 품에 넣고 산다.
‘바다해설사’는 어촌과 바다로 놀러 온 사람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이다. 수산 자원과 어촌·어항 역사, 마을 문화, 자연환경 등에 관해 해설해 바다 여행을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 어촌 일자리를 창출을 목적으로 해양수산부가 지난 2010년부터 한국어촌어항공단에 위탁해 운영 중이다.
현재 전국에는 총 277명의 바다해설사가 활동 중이다. 이들은 어촌체험휴양마을을 중심으로 관광객들에게 바다 가치와 어촌·어항 고유 생태를 알린다. 지역의 자연과 문화재 등을 안내함으로써 어촌관광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일조하고 있다.
지난 5일과 6일 강원도 쏠비치 양양에서 열린 ‘제16회 어촌마을 전진대회’에서는 우수 바다해설사를 선정해 포상했다. 대상을 받은 손지현(부산) 씨와 최우수상을 탄 김종운(인천) 씨, 그리고 신인상의 장문석(전남) 씨가 주인공이다.
“제가 더 신나요. 사람과 소통·공감할 수 있으니까요”
[대상] 손지현 바다해설사
1970년생인 손지현 씨는 본래 바다가 고향이다. 경북 포항 영일만 바다를 보고 자란 그는 어릴 때부터 낚시를 즐겼고, 커서는 스킨스쿠버를 통해 바다와 더욱 가까워졌다.
2013년 3기 바다해설사로 선발된 그는 경북(동해)과 부산 인근 어촌체험휴양마을을 무대로 활동 중이다. 참고로 손 씨는 등대문화해설사, 동화연구가이기도 하다.
본인이 우수 바다해설사로 뽑힌 것에 대해 “바다를 사랑하고, 많은 관심으로 찾아준 관광객 덕분”이라고 말한 그는 “영일만 바다를 보고 성장하면서 자연스레 바다와 연관한 배움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손 씨는 바다해설사를 ‘바다 스토리텔러(storyteller)’라 표현했다. 그는 “해양생태와 환경, 자원의 소중함을 전하고 어촌문화에 대한 이해, 홍보, 즐거운 경험 등 다양한 정보를 체험객에게 전하기 위해선 사실적 자료를 바탕으로 하되 흥미롭고, 상상할 수 있도록 재미까지 입혀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는 올해 유치원생을 대상으로 한 ‘바다가 보이는 어촌교실’ 수업을 꼽았다. 손 씨는 “아이들을 인솔해 온 선생님이 ‘혹시 저희랑 같은 전공이세요?’, ‘예전엔 무슨 일 하셨어요?’라고 물어오는 데 수업에 대한 만족하셨던 것 같다”고 했다.
출신(?)을 의심받을 정도로 재밌게 해설하는 손 씨는 그 비결을 “내가 먼저 즐겁고 신이 난다. 바다해설사 활동을 하며 현장에서 다양한 계층의 사람을 만나 소통·공감하고, 즐거운 경험 순간을 공유하니 즐겁고 신이 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어촌에서 태어나 바다의 소중함을 많은 사람과 함께 나누고픈 손 씨는 어촌체험휴양마을을 찾는 관광객에게 다음과 같이 당부했다.
“직접 체험하고 즐길 거리를 찾는 체험형 관광 수요가 늘면서 체험 마을을 개별 관광을 오시는 분들과 마을 주민들이 주차, 쓰레기 문제로 가끔 갈등을 겪는다고 들었다. 삶의 터전인 바다가 전부인 마을 주민 마음을 조금이나마 헤아려 이런 문제들이 줄어들길 바란다.”
“아버지 삶의 터전, 바다를 아끼는 마음 하나로 시작”
[최우수상] 김종운 바다해설사
최우수상의 주인공 김종운 씨는 1957년 어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부친은) 한국전쟁 이후 황해도 등에서 내려온 조기 잡이 중선배 선주들이 만든 화수부두의 흥망성쇠를 지켜온 산 증인”이라며 “화수부두에서 자라며 이 모습을 그대로 지켜본 저로서는 바다와 정겨운 어촌마을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에 (바다해설사를) 지원하게 됐다”고 했다.
바다해설사를 ‘바다 지킴이’라 표현할 정도로 애정이 많은 최 씨는 해설사 교육 수료 당시를 또렷이 기억했다.
“2010년 11월 24일 남문항 어촌체험마을에서 1기로 수료했다. 당시 나는 바다인문학에 초점을 맞춰 바다의 물리적 현상과 갯벌 생태, 바닷물고기 제철 음식, 물고기 관련 속담 등으로 해설했던 기억이 난다.”
기억에 남는 체험객으로는 바다 건너 네덜란드 노인들을 꼽았다. 네덜란드 방송사에서 우리나라 ‘1박 2일’과 같은 여행 프로그램으로 인천시 마시안 어촌체험휴양마을을 찾아온 것이다.
김 씨에 따르면 네덜란드 바덴해(Wadden Sea)는 갯벌이 있어도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함부로 들어갈 수 없다고 한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갯벌을 누비며 ‘원더풀’을 외치던 네덜란드 노인들의 모습이 정말 좋았다고 했다.
김 씨는 “공항에서 가까운 곳에 갯벌을 이용한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만들어 환승객을 유치하면 그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해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아직 더 많은 것을 채워가야 하는데 큰 상을 받게 돼 영광”이라고 말한 김 씨는 “바다를 사랑하며 바다 생태 환경과 우리 고유 어촌문화를 지켜가는 진정한 바다해설사로 성장하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때론 활동 범위가 너무 넓어 이동에만 몇 시간씩 허비해야 하고, 바다해설사 활동비도 들쭉날쭉해 힘들 때도 있지만 ‘아버지의 흔적’이 남아 있는 바다기에 이 일에 진심이다.
김 씨는 “삼면이 바다인 한국은 전국 어느 곳을 가더라도 어촌체험마을의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다”며 “바다를 통해 힐링하고, 바다해설사를 만나면 그 힐링을 더욱 크게 미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다가 좋아 귀촌…살기 좋은 어촌 만드는 데 보탬 될 것”
[신인상] 장문석 바다해설사
신인상을 받은 장문석 씨는 전라남도 영광군으로 귀어한 지 4년 차다. 1976년생으로 아직 도시에서 왕성하게 활동할 나이지만, 바다와 어촌이 좋아 귀촌을 결정했다.
장 씨는 고령화한 어촌이 여전히 1차산업에만 의존하는 모습이 안타까워 바다해설사를 시작했다.
“첫 해설은 지역 중학교 학생들이 대상이었는데, 사정상 아이들이 현장으로 직접 오지 못해서 ‘찾아가는 어촌체험교실’로 진행했다. 풍어등(豊漁燈)과 부채 만들기를 하면서 제가 준비한 바다와 어촌이야기를 들려줬는데 아이들이 정말 좋아했다. 그 모습에 보람과 긍지를 느껴 지금까지 일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 같다.”
도시에서 귀촌한 자기 경험 탓일까? 장 씨는 바다해설사를 도시와 어촌의 가교 구실을 하는 사람으로 정의했다.
“천혜의 자연과 관광지가 주변에 많은데도 1차산업에만 의존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인구소멸 위기 속에 기존 주민이 하지 못하는 것을 귀어·귀촌인이 하고, 그들은 다시 기존 주민으로부터 어촌생활 노하우를 배우면서 서로 상생하는 어촌마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는 이웃 동네에서 모범 사례를 찾아 방문했을 때다. 전남 보성군과 진도군의회 의원들이 방문했는데, 장 씨는 주변 관광지와 함께 6차 산업을 준비하는 마을 모습을 소개했다.
그는 “다른 지역 군의원들에게 우리 지역을 소개하면서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을 설명한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덧붙였다.
관광객들에게 바다와 어촌에 관해 이야기하고, 관광객들과 함께 호흡하는 게 바다해설사의 장점이라고 말했지만 개선해야 할 대목도 존재한다.
장 씨는 바다해설사 제도를 단순히 활동비로 지원하는 형태보다는 어촌체험휴양마을과 연동해 함께 성장하는 모습으로 이끌기를 원했다.
그는 “체험키트 제작이나 스토리텔링, 지역 내 학교 방문 등을 통해 어촌체험휴양마을과 바다해설사의 자생력을 키우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
늘 바다로부터 받기만 했다는 장 씨는 “다음 세대에게 풍요로운 바다, 건강한 바다, 깨끗한 바다를 물려주기 위해 바다 환경의 중요성을 더욱 알리고 싶다”며 “바다해설사가 돼 우리 바다와 어촌을 알릴 수 있어 영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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