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4명 살해 혐의, 20년 옥살이 女 '무죄 판결'… 유전자가 원인이었다
호주에서 자녀 4명을 숨지게 했다는 이유로 20년간 수감됐던 여성이 유죄 판결이 뒤집히면서 명예를 회복했다. 이 여성은 자녀들이 자연사했다고 주장했는데, 실제 숨진 두 딸에게서 돌연사를 일으킬 수 있는 유전자 돌연변이가 발견되면서 판결이 뒤집힌 것이다.
15일(현지시간) 일간 디오스트레일리안 등에 따르면 전날 호주 뉴사우스웨일스(NSW)주 항소법원은 살인죄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캐슬린 폴비그에 대해 아이들이 자연사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원심 판결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캐슬린 폴비그는 1989년부터 10여년 동안 생후 19일∼18개월 된 자신의 두 아들과 두 딸 총 4명 중 3명을 살해하고 1명을 과실치사로 사망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폴비그는 자녀들이 자연사했다고 말했지만, 검찰은 그가 아이들을 질식시켜 죽게 했다고 주장했다. 2003년 재판에서 배심원단은 그에게 유죄 평결을 내렸고, 징역 30년 형을 선고했다. 당시 언론은 폴비그를 '호주 최악의 여성 연쇄 살인범'이라 불렀다.
1989년 첫아들 케일럽에 이어 1991년 패트릭, 1993년 사라, 1999년 로라가 각각 사망했다. 처음엔 아이들이 영아돌연사 증후군으로 사망한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법의학 병리학자가 로라의 사망 원인을 '미확인'이라고 판단하면서 경찰 조사가 시작됐다. 폴비그는 자녀들이 자연사했다고 말했지만, 검찰은 그가 아이들을 질식시켜 죽게 했다고 주장했다. 폴비그가 이들을 살해했다는 물리적인 증거는 제출되지 않았지만, 불안정한 심리 상태를 보여주는 그의 일기장이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됐다. 당시 배심원단은 자녀 4명이 모두 자연사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021년 과학자들은 숨진 두 딸에게서 돌연사를 일으킬 수 있는 유전자 돌연변이를 발견했고, 90명의 과학자와 의료 종사자, 전문가들은 재조사가 필요하다는 청원서를 내면서 사건이 반전을 맞았다. 카롤라 비누에사 호주국립대 교수는 2019년 연구에서 폴비그가 'CALM2 G114R'이라는 희귀한 돌연변이 유전자를 갖고 있으며, 사라와 로라 두 딸 역시 이 유전자를 물려받았음을 밝혀냈다. 비누에사 교수는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았던 전혀 새로운 돌연변이가 심장마비를 유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에 2021년 존 샤인 호주학술원장과 노벨상 수상자 2명을 비롯한 90여명의 과학자, 과학 동호인들은 NSW주 주지사에게 '폴비그의 자녀들이 모두 자연사했을지 모른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했다.
NSW주는 은퇴한 톰 배서스트 전 판사에게 재조사를 맡겼고, 그는 사망한 아이들에게서 설명할 수 없는 의학적 상태가 발견됐다며 아이들의 죽음이 자연사일 가능성이 있어 유죄 평결이 잘못일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NSW주는 지난 6월 폴비그를 사면했고, 풀려난 그는 항소법원에 재심을 청구해 결국 유죄 취소 판결을 받았다.
폴비그는 "내 아이들이 어떻게 죽었는지에 대한 답을 최신 과학과 유전학을 통해 알게 돼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과거에도 나의 무죄를 입증할 수 있었지만, 아이들이 예기치 않게 숨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보다는 나를 비난하기를 택했다. 내가 겪었던 일을 다른 누구도 겪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폴비그의 법률대리인은 실질적 배상을 청구할 계획이지만, 청구 금액은 밝히지 않았다. 호주 과학 아카데미의 안나마리아 아라비아 대표는 이번 사건이 '린디 체임벌린' 사건과 매우 유사하다고 했다. 체임벌린은 1980년 생후 9주 된 딸을 살해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았지만, 새로운 증거가 밝혀지면서 유죄 판결이 폐기됐다. 그는 감옥에서 4년을 보내 1992년에 연방정부로부터 130만 달러(약 16억8000만원)를 받았다. 한편, 호주 언론은 경찰 살해 혐의로 19년을 감옥에서 살다 2018년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 수도 준주(ACT) 정부로부터 702만 호주달러(약 61억원)를 받은 데이비드 이스트먼 사건이 호주 역사상 가장 큰 배상 사례였다며 폴비그의 배상금이 이를 뛰어넘을 것이라 전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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