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입단' 이정후 "발목 100% 회복…이기기 위해 자이언츠 왔다"
(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손을 잡은 '바람의 손자' 이정후의 도전이 시작됐다.
샌프란시스코는 15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홈구장 오라클파크에서 이정후의 입단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앞서 샌프란시스코와 이정후는 지난 13일 계약에 합의했다. 세부 계약 내용은 6년 총액 1억 1300만 달러(약 1472억원)였고, 2027시즌 종료 후 옵트 아웃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빅리그로 향한 한국인 선수 중에서 역대 최고의 대우를 받은 이정후다.
이정후는 메이저리그의 까다로운 신체검사 과정을 통과했고, 검사 결과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한 샌프란시스코 구단은 이정후의 입단을 공식 발표했다. 이후 연봉 및 계약금 등에 대한 내용이 공개됐다. 샌프란시스코에 따르면, 이정후는 2024년 700만 달러, 2025년 1600만 달러, 2026년과 2027년에 2200만 달러, 2028년과 2029년에 2050만 달러의 연봉을 받는다. 계약금은 500만 달러다.
또한 선수와 구단은 이번 계약에 자선 기부와 관련한 부분도 포함시켰다. 이정후는 '자이언츠 커뮤니티 펀드'를 통해 2024년 6만 달러, 2025년 8만 달러, 2026년과 2027년에 11만 달러, 2028년과 2029년에 10만 2500달러를 기부할 예정이다.
지난 5일 오후 10시(미국 동부시간 오전 8시) 포스팅을 시작한 이정후는 2024년 1월 4일 오전 7시(미국 동부시간 1월 3일 오후 5시)까지 결정을 내려야 했다. 예상과 달리 포스팅이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빠르게 도장을 찍었고, 해가 지나기 전에 입단 기자회견까지 갖게 됐다.
기자회견에 나선 파르한 자이디 샌프란시스코 야구운영부문 사장은 "이정후와 그의 가족들을 환영한다. 이정후가 수년간 KBO리그에서 슈퍼스타로 성장하는 걸 지켜봐왔다. (이번 영입에 있어서) 공격력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자신의 소감을 영어로 준비해온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 구단과 (계약을 도와준) 보라스코퍼레이션에 감사하다. 이기기 위해 샌프란시스코에 왔다. Let's go Giants!"라고 말하면서 현지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신인 시절부터 뛰어난 잠재력으로 주목을 받은 이정후는 키움 히어로즈 입단 이후 데뷔 첫해인 2017년부터 빼어난 활약을 선보였다. 올해까지 매년 3할 이상의 고타율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데뷔 첫 20홈런을 쏘아 올리며 장타력까지 뽐냈다.
국제대회에서도 이정후의 존재감이 빛났다. 그는 2017년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을 시작으로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까지 모든 국제대회에 참가했다. 그렇게 이정후는 더 이상 '이종범(LG) 코치의 아들', 혹은 '바람의 손자'가 아닌 '제1의 이정후'로 거듭날 수 있었다.
KBO리그에서 검증을 마친 이정후는 더 큰 무대를 바라봤다. 지난해 12월 키움 구단에 2023시즌 종료 후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서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고, 내부 논의를 거친 키움은 올해 1월 초 선수의 의지와 뜻을 존중하고 응원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또 구단 차원에서 도울 수 있는 부분은 돕고 지원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WBC에 이어 정규시즌까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듯했던 이정후는 후반기가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예상치 못한 부상을 당했다. 7월 22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원정경기에 3번타자 겸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경기를 뛰던 이정후는 8회말 수비 과정에서 몸 상태에 이상을 느꼈고, 곧바로 구단 트레이너가 외야로 뛰어갔다. 혼자서 걷는 게 쉽지 않았던 이정후는 부축을 받으면서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이정후는 병원 두 곳에서 정밀검진을 받은 결과 왼쪽 발목 신전지대(발목 힘줄을 감싸는 막) 손상 진단을 받았다. 원활한 치료를 위해 봉합 수술을 받아야 했고, 재활 기간에만 약 3개월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였다. 잔여경기 출전은 물론이고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출전도 어려워졌다.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친 이후 재활에 전념한 이정후는 순조로운 회복세를 보였다. 반드시 미국 진출 전 홈 팬들 앞에 서겠다는 의지가 강력했다. 9월 말부터 1군 선수단과 동행한 이정후는 지난 3일 엔트리에 등록됐고, 10월 10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진행된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 최종전에서 경기 후반 타격 및 수비를 소화할 수 있었다.
더그아웃에서 장비를 착용한 이정후가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내자 관중석에서는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부상 이후 두 달 넘게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던 그는 헬멧을 벗은 뒤 1루쪽 키움 팬들과 3루쪽 삼성 팬들에게 차례로 인사를 건넸다.
공교롭게도 이정후는 키움에서 한솥밥을 먹은 투수 김태훈과 마주했고, 끈질긴 승부를 벌이며 안타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풀카운트가 된 이후에도 공 6개를 커트할 정도로 집중력을 발휘했다. 결과는 유격수 땅볼이었지만, 팬들은 아낌없는 박수로 이정후의 도전을 응원했다. 일부 팬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긴 공백기를 가지는 사이 해외 스카우트들, 또 구단들의 관심은 점점 높아지고 있었다. 특히 올해 초부터 이정후를 예의주시하고 있던 샌프란시스코의 경우 가장 적극적으로 관심을 나타내면서 '이정후 영입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키움의 홈 최종전에 맞춰 피트 푸틸라 단장이 직접 고척스카이돔을 방문해 이정후의 2023시즌 마지막 타석을 지켜봤고, 팬들과 함께 기립박수를 치는 모습이 중계화면에 포착되기도 했다.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이 막을 내린 지난달 초부터 미국 현지 언론에서는 연일 이정후의 이름이 언급됐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지난달 7일 'FA 외야수 이정후에 대해 알아보자(Get to know free agent outfielder Jung Hoo Lee)'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하면서 그의 기록과 타격 스타일 등을 분석했다.
매체는 "국내에서 뛰어난 기량을 선보이며 메이저리그 도전을 바라보고 있다. 2017년 데뷔 이후 올해까지 통산 타율 0.340, 출루율 0.407, 장타율 0.491을 기록 중이다.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오는 공 이외에도 타격하기 어려운 공에도 콘택트를 하는 스타일"이라며 "이정후는 지난해 자신의 한 시즌 최다 홈런(23개)을 기록했다. 올여름 (부상 때문에) 많은 홈런을 생산하지 못했지만, 적어도 스카우트들에게 밀어서 담장 밖으로 공을 보낼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줬다"고 높이 평가했다.
이튿날인 8일에는 '올겨울 가장 매력적인 9명의 FA 선수'에 이정후를 포함시키기도 했다. MLB.com은 "KBO리그에서 뛰던 선수가 메이저리그 무대에 어떻게 적응할지 예측하는 건 늘 쉽지 않은 일이다. 이정후의 경우 올해 7월 발목 부상으로 86경기밖에 뛰지 못했지만, 메이저리그에 데뷔하게 될 시점에는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리그의 선수들의 평균 연령보다 11.2세 어린 18세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프로 무대에 데뷔했다. 그의 나이와 재능을 고려했을 때 큰 규모의 계약을 맺을 가능성이 높은데, MLB 구단들의 기대치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겨울 오프시즌에 일어날 수 있는 일 10가지를 예상한 미국 매체 'CBS스포츠'는 샌프란시스코가 결국 스타를 품게 된다는 것(The Giants finally get their star)이라고 전했는데, 그 주인공이 바로 이정후였다. 매체는 "일본인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와 마찬가지로 이정후의 나이는 25세에 불과한 만큼 구단들 입장에서는 그의 전성기를 살 것이다. 이정후는 재능 있는 수비수로, 스타들과 계약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자이언츠에 필요한 선수다. 또한 그의 뛰어난 콘택트 능력이 샌프란시스코 홈구장인 오라클파크와 잘 어울릴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CBS스포츠는 "이정후가 6년 총액 9000만 달러(약 1180억원)의 규모와 더불어 4년 차 이후 옵트아웃을 행사할 권리를 갖게 될 것"이라고 구체적인 조건까지 언급했다. 옵트아웃 권리 포함은 어느 정도 적중한 셈이다.
또 다른 미국 매체 'ESPN'은 "대부분 빅리그 구단이 이정후를 주전급 선수로 보고 있다. 중간 정도의 파워를 갖췄다. 우익수와 중견수로 뛸 수 있다"며 "젊은 나이, 중심타선에 속할 수 있는 유연함 등을 고려해 비교적 높은 14위로 예상했다. 이정후의 나이를 봤을 때 6년의 장기 계약을 제시하는 팀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정후는 FA 재자격 획득을 위해 단기 계약을 선호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FA(자유계약) 시장에 나온 외야수들 중에서 코디 벨린저 정도를 제외하면 최정상급 외야수라고 할 만한 선수가 없었다. 호르헤 솔레어 등 나름 쏠쏠한 자원이 있긴 하지만, 구단들 입장에서는 큰 돈을 투자하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디애슬레틱'은 "빅리그가 아닌 타 리그에서 오는 선수들에 대한 전망을 내놓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이정후에 대한 보도에 따르면, 그는 평균 이상의 중견수다. 또한 삼진을 거의 당하지 않고, 콘택트 능력이 훌륭하다"고 이정후의 행보를 주목했다.
'빅리그 선배들'도 이정후의 도전에 힘을 실어줬다. 키움에서 한솥밥을 먹기도 했던 '어썸킴'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은 지난 10월 귀국 당시 이정후와 관련한 질문에 "사실 (이)정후한테는 조언할 게 딱히 없다. 워낙 완성형에 가까운 타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직접 본인이 스프링캠프부터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공을 많이 보고 적응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정후는 타격도 되고 수비도 되고 주루도 되는 선수다. 그런 부분이 정후의 강점이고, 충분히 해외 선수들과 경쟁하더라도 밀리지 않을 것이다. 잘하는 곳에 가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또 다른 빅리거인 최지만은 지난달 2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진행된 양준혁야구재단 2023 희망더하기 자선야구대회를 앞두고 "워낙 좋은 선수다. 솔직히 말하면 실제로 본 적은 별로 없어서 성공 여부를 말하는 건 조심스럽고, 또 선수들에게도 부담이 될 것이다. (김)하성이도 1~2년차 때 많이 힘들었는데, 길게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보면 무조건 성공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첫 해 좋은 성적을 내는 것보다도 빠르게 리그에 적응한다면 자연스럽게 성적은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달 초 포스팅 개시 이후 이정후가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가면서 그에 관심을 갖는 팀들이 구체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대부분 외야진 보강이 필요한 팀들로, 샌프란시스코와 뉴욕 메츠 그리고 샌디에이고의 3파전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이정후 영입전에서 앞서는 팀은 샌프란시스코였다. MLB.com은 6일 "샌프란시스코가 중견수 업그레이드를 위해 '한국의 스타' 이정후를 눈여겨보고 있다"며 "일본인 스타 오타니 쇼헤이와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올해 윈터미팅의 화제의 중심에 섰지만, 샌프란시스코처럼 외야수가 필요한 구단들의 인기 타깃이 될 수 있는 또 다른 FA 선수가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매체는 "KBO 골든글러브를 5차례나 수상한 이정후는 상위급 수비력을 갖춘 중견수로 평가되는데, 이 포지션은 샌프란시스코가 이번 오프시즌 보강해야 하는 포지션이기도 하다"며 올 시즌 샌프란시스코 중견수의 평균 대비 아웃 기여도(OAA·Outs Above Average)가 리그 전체 28위(-13)에 그쳤던 점을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후안 소토와 트렌트 그리샴을 떠나보낸 양키스와 함께 오타니 영입전에서 LA 다저스에 밀린 토론토 블루제이스가 경쟁에 뛰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결국 마지막에 이정후를 품게 된 건 샌프란시스코였다.
월드시리즈 8회 우승(1905, 1921, 1922, 1933, 1954, 2010, 2012, 2014년)에 빛나는 샌프란시스코이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결국 9월 말 게이브 캐플러 샌프란시스코 감독이 성적 부진을 이유로 경질됐고, 2022~2023시즌 샌디에이고 지휘봉을 잡았던 밥 멜빈 감독이 2024시즌부터 샌프란시스코를 이끌게 됐다.
사령탑 교체와 함께 도약을 꿈꾸는 샌프란시스코로선 확실한 전력 보강을 원했고, 공격과 수비 양면에서 힘을 보탤 이정후에게 손을 내밀었다. 선수층이 탄탄하지 않은 만큼 현재의 상황이라면 이정후가 시즌 초반부터 리드오프 중책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정후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게 큰 숙제인 것 같다. 비행기로 이동하면서 시차가 달라지는 등 이런 것들에 빨리 적응하기 위해서 준비해야 할 것 같다"며 "이곳에서 기량을 더 발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 팀에 승리를 안겨줄 수 있는 선수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고, 승리를 위해서 모든 걸 쏟아부을 준비가 돼 있다"고 다짐했다.
한편 이정후의 원소속구단 키움은 이정후의 이적료로 1882만 5000달러(약 245억원)를 벌었다. 키움 소속으로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빅리그에 진출한 선수는 올해 전까지 세 명이었다. 2014시즌 이후 강정호가 피츠버그 파이리츠로 가면서 500만 2015달러(약 65억 2000만원)의 포스팅 비용을 키움에 안겼고, 2015시즌이 끝난 뒤에는 박병호가 미네소타 트윈스로 향하면서 키움은 1285만 달러(약 168억 6000만원)의 이적료를 수령했다.
2020시즌 종료 후에는 김하성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이적했다. 2018년 KBO와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포스팅 계약 협정 개정 이후 샌디에이고와 계약한 김하성의 경우 샌디에이고와 4년 총액 2800만 달러(약 363억 원)에 계약을 맺었고, 키움은 552만 달러(약 72억 원)의 포스팅 머니를 얻었다. 여기에 올해 이정후까지 포함하면 키움이 포스팅 시스템에 대해 받은 이적료가 500억원을 훌쩍 넘는다.
다음은 이정후와 취재진의 일문일답.
-왜 샌프란시스코를 택했나.
▲우선 어렸을 때부터 메이저리그를 시청한 팬으로서 샌프란시스코는 역사도 깊고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레전드도 많은 팀이다. 또 우승을 많이 했던 팀이기도 하다. 전통이 깊은 팀이라 좋아하는 팀이었는데 그런 팀에서 선택해 주셔서, 역사가 깊은 구단에서 뛰게 돼 영광이다.
-메이저리그로 오면서 준비해야 하는 부분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게 큰 숙제인 것 같다. 새로운 투수, 새로운 환경과 야구장, 한국에선 항상 버스로 이동했으나 (미국에선) 비행기로 이동하면서 시차가 달라지는 등 이런 것들을 적응해야 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할 것 같다.
-무엇이 가장 기대되는가.
▲올해 초 키움에서 스프링캠프를 치를 당시 미국에 있는 야구장으로 견학을 갔는데, 그때 이후 와본 게 오라클파크이고 (그곳에서) 뛰게 된 게 가장 기대된다.
-아버지 이종범에게 배운 것은 무엇인가.
▲야구 면에서 배운 건 없다(웃음). 인성이나 좋은 사람으로서 클 수 있는 것들, 항상 선수가 잘할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배운 것 같다.
-홈구장인 오라클파크에 왔을 때 어떤 점이 기대됐는지.
▲한국에선 돔구장에서 뛰었는데, 천연잔디의 홈구장에서 뛰게 돼 기대되고 특색 있는 야구장에서 가장 유명한 '스플래시 히트'(오라클파크 오른쪽 담장 밖 바다로 넘어가는 홈런 타구)가 기대된다.
-올해 발목 수술을 받았는데, 현재 몸 상태는 어떤가.
▲완전히 100% 회복했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 재활 기간 도와주셨던 분들이 많기 때문에 그분들을 위해서 내년에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하성이 같이 뛰길 원했는데, 적이 됐다. 계약 이후 서로 얘기 나눈 게 있나.
▲(김)하성이 형은 같은 팀메이트로 뛰었고 내게 있어서 정신적인 지주가 됐던 형이다. 하성이 형 덕분에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다. 함께 맞대결을 많이 하겠지만, 그렇게 붙게 돼 신기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다. 많이 물어봐야 할 것 같다.
-자신의 장점은 무엇인지, 또 공격과 수비에서 자신은 어떤 선수인가.
▲어리다. 어리기 때문에 내 전성기가 오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이곳에서 기량을 더 발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 팀에 승리를 안겨줄 수 있는 선수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고, 승리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모든 걸 쏟아부을 준비가 돼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 (공격과 수비 능력에 대해) 내 입으로 말하기는 좀 부끄러운데, 내년 개막전 때부터 보여드리면 그때 팬분들께서 평가해주셨으면 좋겠다.
-삼진이 적고 콘택트 능력이 좋은데.
▲신경을 쓰기보다는 남들보다 잘하는 게 무엇일지 생각했을 때 공을 잘 맞추는 것이었다. 공을 잘 맞추기만 하면 안되고, 풀스윙을 돌리면서 잘 맞춰야 한다고 생각했다. 삼진은 아무것도 해보지 못하고 물러나는 것이지만, 어떻게든 공을 그라운드에 넣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어렸을 때부터 그런 생각을 했고, 다른 선수들보다 콘택트가 좋아진 것 같다.
-'바람의 손자'라는 별명을 누가 지었고, 또 어떻게 쓸 것인지.
▲아버지가 현역 시절 '바람의 아들'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었는데, 나는 태어나보니 자연스럽게 '바람의 손자'가 돼 있었다(웃음).
-자신과 아버지를 비교했을 때 누가 더 빠른가.
▲아버지는 정말 빠르셨는데, 지금은 내가 이긴다. 같은 나이대라고 하면 아버지가 이길 것 같다.
-어렸을 때 샌프란시스코에 온 적이 있다고 들었는데.
▲중학교 3학년 때 국제경기를 하러 샌프란시스코에 온 적이 있다.
-야구를 안 할 땐 주로 무엇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가.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보는 걸 좋아한다. 주로 집에서 자거나 맛있는 걸 먹는 것 같다.
-지난 10월 피트 푸틸라 단장이 한국에 왔는데, 본인의 생각은 어땠나.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어떻게 보면 큰 선물을 하나 받은 느낌이었다. 플레이를 지켜봐주신 것만으로도 지금까지 행복한 기억으로 남았다. 감사하다.
-적응 문제가 가장 클 것 같은데, 첫 시즌 목표는 무엇인가.
▲일단 부딪혀봐야 할 것 같다. 목표를 잡는 것도 좋지만, 우선 적응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그걸 최우선으로 삼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할 것이다. 팀이 이기는 게 가장 중요한 만큼 팀 승리를 위해 뛸 것이다.
-타격폼 변화 시도를 통해 배운 게 있다면.
▲잘하기 위해선 변화를 두려워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내 매커니즘이나 스윙에 있어서 좋은 걸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겨우내 도와주신 분이 많기 때문에 성적을 내지 못한 것에 대해 미안함이 있다. 하지만 그런 걸 처음 겪어봤기 때문에 때문에 성숙해지는 계기가 됐고, 믿음이 확고해지는 계기가 됐다.
-김하성과 함께하던 밥 멜빈 감독이 샌프란시스코로 오게 됐는데.
▲하성이 형이 안 그래도 (샌프란시스코행) 소식을 듣고 나서 정말 축하한다고 해주셨고, 좋은 감독님 아래서 야구를 할 수 있게 됐다고 말씀해주셨다.
-샌프란시스코 구단 역사에 대해 아는 것은.
▲윌리 메이스 등 너무 유명한 선수가 많다. 또 옛날 야구는 잘 모르지만, 2010, 2012, 2014년 팀이 우승했을 때 그 중심에 있었던 버스터 포지 선수가 떠오른다.
-등번호는 왜 51번인가.
▲야구를 처음 시작했을 때 본 선수가 스즈키 이치로였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등번호를 달고 계속 경기에 나섰던 것 같다.
-샌프란시스코에 오게 됐을 때 가장 좋은 선수는 누구였나.
▲오전에 잠깐 운동했는데, 오스틴 슬레이터와 얘길 나눴다. 또 어렸을 땐 유격수였기 때문에 브랜든 크로포드 선수도 좋아했다.
-LA 다저스 오타니와 같은 지구에서 만나게 된 소감은.
▲열심히 하겠습니다(웃음).
◆이정후 2017~2023년 연도별 KBO 정규시즌 성적
-2017년: 144경기 552타수 179안타 타율 0.324 2홈런 47타점 12도루
-2018년: 109경기 459타수 163안타 타율 0.355 6홈런 57타점 11도루
-2019년: 140경기 574타수 193안타 타율 0.336 6홈런 68타점 13도루
-2020년: 140경기 544타수 181안타 타율 0.333 15홈런 101타점 12도루
-2021년: 123경기 464타수 167안타 타율 0.360 7홈런 84타점 10도루
-2022년: 142경기 553타수 193안타 타율 0.349 23홈런 113타점 5도루
-2023년: 86경기 330타수 105안타 타율 0.318 6홈런 45타점 6도루
◆이정후 국제대회 성적(2017년 APBC~올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
-APBC 2017: 3경기 13타수 2안타 타율 0.154 3타점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6경기 24타수 10안타 타율 0.417 2홈런 7타점
-2019 프리미어12: 8경기 26타수 10안타 타율 0.385 4타점
-2020 도쿄올림픽(2021년 개최): 7경기 29타수 7안타 타율 0.242 1홈런 3타점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경기 14타수 6안타 타율 0.429 5타점
◆MLB닷컴 2024시즌 샌프란시스코 선발 라인업 예상
-1번타자: 이정후(중견수)
-2번타자: 라몬테 웨이드 주니어 또는 윌머 플로레스(1루수)
-3번타자: 마이크 야스트렘스키(지명타자)
-4번타자: 마이클 콘포토(좌익수)
-5번타자: J.D. 데이비스(3루수)
-6번타자: 미치 해니거(우익수)
-7번타자: 타이로 에스트라다(2루수)
-8번타자: 패트릭 베일리(포수)
-9번타자: 마르고 루시아노(유격수)
사진=연합뉴스, 샌프란시스코 및 메이저리그 공식 SNS, 엑스포츠뉴스 DB, MLB.com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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