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호정 “최대의 모욕, 결코 타격 못 줘…탈당 없어”
“의원실 보좌진 모두 당 텔레그램 단체방서 쫓겨나”
“정치도 일, 성과 못 내면 책임져야”
정의당 비례대표 1번으로 국회에 입성한 류호정 의원이 ‘새로운 선택’ 신당 창당 합류를 선언하면서 ‘탈당’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21대 국회가 막바지를 향해 가고 5개월 남짓 남은 가운데 혼탁한 현재 정치권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
15일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쿠키뉴스와 인터뷰를 진행한 류호정 의원은 “결코 탈당은 없을 것”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개인 정치인이 아닌 당내 노선 경쟁의 역할을 일임받아 당원들을 설득하겠다면서 정의당은 선택의 기로에 있다고 연신 강조했다.
과거 운동권 연대를 통한 신당에서 새로운 개념의 신당으로 나갈지 말지의 기로에 있다는 설명인데 나와 다르면 혐오하거나 적의를 드러내는 정치를 지양해야 한다고 그는 특별히 말했다.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눈물을 왜 흘린 것이냐 묻는 질의에는 “울고 싶지 않았지만, 바뀌지 않는 현실에 안타까웠다”고 설명했으며 이 답변 과정에서 산재 유가족들의 이야기를 전하면서도 약간의 눈물을 짓는 모습도 보였다.
다음은 류 의원과 일문일답.
-최근 신당 합류 선언과 함께 탈당 논란이 빚고 있다
▷탈당은 없다. 탈당할 이유가 없다. 김준우 비대위원장은 신당 합류 선언 당론을 어긴 것이라고 한다. 최근 실시한 당원 인식 설문조사를 근거로 든다. 하지만 4분의 1이 절대 무시할 수 있는 수치는 아니다. 김 위원장도 응답률이 30%를 넘었을 때야 당론으로 보겠다고 말했다. 응답률이 30%에도 미치지 못한다. 당원 총투표가 남아 있다. 정의당 선거 방침이 녹색당과의 선거 연합 정당으로 결론 난 게 아직 아니다. 1월 당원 대회가 남았다.
-당 지도부에게 전할 말이 있나
▷감정 대신 차분히 대응해달라고 당 지도부에 당부드린다. 최대치의 조롱을 담아서 하는 공격은 제게 영향을 못 준다. 우리 보좌진들을 텔레그램 방에서 다 추방한다든지 페이스북에 반 욕설을 담아서 비난하고 술을 마시고 밤늦게 비아냥거리는 메시지를 보내는 모습을 당 지도부였던 분들이 하고 있다. 저도 차분하고 겸손하게 당원들에게 저희가 생각하는 진로를 설명하겠다. 기존대로 운동권 연합 신당으로 가느냐 아니면 전혀 다른 새로운 종류의 신당으로 가느냐의 기로다.
-당은 16일까지 탈당하지 않으면 패스트트랙 징계위 회부를 공언하던데
▷개인 정치인의 일탈로 보고 싶어 하는 것 같다. 하지만 당내에는 분명히 유의미한 수의 당원들이 저와 같은 고민을 한다. 일종의 노선 경쟁이다. 보통 소수가 되는 쪽이 해당 행위자로 몰리곤 한다. 당의 진로를 두고 주류와 반대 목소리를 낸다고 해서 적의를 품는 그런 문화는 정의당의 것은 아니어야 한다.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눈물을 흘렸다. 무슨 의미인가
▷울고 싶지 않았다. 근데 몸·머리가 따로 놀더라. 당황스러웠다. 21대 국회가 계속 갈등만 했다. 그 싸움 끝에 뭔가 한보 전진이라도 해야 하는데 남는 게 없다. 의석수로 밀어붙여도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를 한다. 기후 위기 등 장기적 안목으로 봐야 하는 것들도 해결 없이 세월만 보냈다. 그런 상황들이 좀 답답했다. 그래서 울컥했다.
-구체적으로 기억 남는 게 있나
▷의원실을 가장 많이 찾는 시민들이 산재 유가족들이다. 이들을 만나 얘기를 들으면 (사망) 보고서에 적힌 ‘사망자 1’은 그냥 숫자 1이 아니다. 정치가 더 분주하게 일했다면 이들을 유가족으로 불리지 않게 했을 수도 있다. 약속한 만큼 성과를 내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다.
-김준우 비대위원장에게 신당 창당 행사 초청장을 보내 논란도 됐는데
▷오해다. 전 창당 작업 실무에 개입하고 있지 않다. 잘은 모르는데 아마 모두에게 의례적으로 보낸 것 같다.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과거와 다르게 여성 징병제 얘기도 했다. 달라진 건가
▷성평등 위에 여성 징병이 있을 수 있어도 여성 징병 자체가 성평등은 절대 아니라는 생각이다. 여성 징병을 말한 것은 병력 공백이란 현실의 문제 때문이다. 국방부 보고에 따르면 2035년에 국방 전력이 급감한다. 정치권이 쌈박질하느라 정작 필요한 논의를 못 하고 있는데 이제 토론을 시작해야 한다는 의미로 화두를 던진 것이다. 여성 징병제라도 건드리지 못할 성역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21대 국회에서 기억 남는 의정활동은
▷저는 게임업계 출신이다. 게임업계 노동자가 과로사하는 일이 있었고, 당시 이정미 의원이 관심을 기울여 특별 근로감독을 했다. 그때 장시간 노동에도 받지 못한 체불임금을 받았다. 좀 더 시간이 흘러 국회에 들어왔고 비슷하게 게임업계 노동자분이 부당 체불임금 당한 민원을 줬다. 이때 진보정당의 노동 정치가 선순환한다는 기분을 좀 느꼈다.
-류호정에게 ‘정치’란
▷임기 초에는 ‘정치는 사회적 약자의 무기’라고 답했다. 그래서 필요할 때 곁에 있는 정치인이 되겠다고 했는데 지금은 하나 더 생겼다. ‘정치도 일’이라는 것이다. 일이기에 결과물이 있어야 하고 책임도 져야 한다. 그것을 잘하고 있지 못한 게 문제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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