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불수능' 의대준비생 눈물…수시 최저 못맞춰 탈락 속출
“의대 면접까지 다 보고 왔는데, 수능 최저 못 맞춰 수시 탈락입니다. 저보다 내신 낮은 친구들도 좋은 곳에 합격했다는데, 잠이 안 오네요.”
15일 2004학년도 대학 수시 최초 합격자 발표가 마감됐다. 온라인 커뮤니티엔 ‘합격통지서’를 인증하며 기쁨을 만끽하는 수험생들의 환호와 축하만큼이나, 불합격 통보를 받은 수험생의 푸념과 한숨이 이어졌다.
특히 올해는 수능 최저학력기준(수능 최저)을 충족하지 못해 수시에서 탈락한 학생들의 사연이 자주 눈에 띄었다. 한 수험생은 “2년 반 동안 수시만 바라보며 내신 등급을 1등급대로 유지하려고 노력했는데 수능 최저 때문에 떨어질 줄은 몰랐다. 재수를 해야 할 것 같아 우울하다”고 했다.
“수능 최저 충족 학생 대폭 감소”
교육·입시업계에선 ‘올해 수시가 정시가 돼 버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원래 수시모집은 내신 성적이나 학생부·면접 등이 주요 요소인데, 올해는 어려운 수능 탓에 수능 최저를 충족하는 게 당락의 핵심이 됐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수시에 집중하는 상위권 학생들은 주로 내신 성적, 학생부 관리에 치중하고 수능은 최저 요건을 맞출 정도로 공부를 하는 편”이라며 “근데 이번 수능이 생각보다 너무 어렵다 보니 수시를 열심히 준비했던 것을 후회하는 학생들도 있다”고 했다.
입시업계는 올해 수능 최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수시에 탈락한 학생 수가 많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특히 절대평가로 치르는 영어가 예년보다 어려워 1등급(원점수 90점 이상) 학생 수가 급감한 것이 변수다. 올해 영어 1등급 비율은 4.71%(2만843명)으로 전년(7.83%)보다 1만3987명 줄었다. 상위권 학생 대부분은 영어에서 1등급 받을 것을 예상하고 수시에 지원하는데, 계획이 틀어진 학생이 많아진 것이다.
상대평가인 국어·수학 영역도 1등급(응시자 상위 4%) 학생 수가 전년 대비 줄었다. 국어는 1843명, 수학은 4661명 감소했다. 특히 올해 수능은 고3 학생은 줄었지만 재수생 등 N수생이 크게 늘었기 때문에 고3 학생이 1등급을 받기 더 어려웠을 것으로 예상된다.
“의예과 마저도…정시 이월 인원 증가할 가능성”
최상위권인 의예과 수시에서도 수능 최저를 맞추지 못해 탈락하는 인원이 전년 대비 많아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메가스터디교육은 자사 서비스 사용자 중 상위 성적 수험생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의예과 수시에서 수능 최저를 충족하는 수험생이 전년 대비 약 20% 감소했다고 했다.
의대는 수시에서 매우 높은 수준의 수능 최저 기준을 요구한다. 국어·수학·영어·탐구에서 등급 합계가 5를 넘지 않아야 하거나 '3개 과목 1등급' 기준을 적용하는 곳이 많다. 메가스터디는 '4개 등급합 5 이하' 기준을 충족한 수험생이 지난해보다 24.6% 줄어든 것으로 예측했다.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의예과는 합격을 포기하는 학생이 거의 없지만, 올해는 수능 최저 미충족자가 늘어나 예년에 비해 정시모집으로 이월되는 정원이 증가할 수 있다”며 “치대, 한의대, 수의대, 약대 등도 최소 10% 이상 수능 최저를 맞추지 못한 수험생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수시 합격자 등록은 18일부터 21일까지다. 이후 미달 정원을 채우기 위한 추가 합격자 발표가 27~28일 이틀간 진행된 뒤 수시모집은 마무리된다. 수시에서 채우지 못한 정원은 정시로 이월해 선발한다. 정시모집은 내년 1월 3일부터 시작된다. 입시업계에선 정시 이월과 이과 학생의 ‘문과침공’ 등으로 인해 올해 정시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수시에서 수능 고득점자가 얼마나 합격했는지가 정시의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수시 합격자 발표 이후 상황 변화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서울대 수시 합격자 발표…일반고 출신 절반 미만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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