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협박" 주장 반박당하자…이재명이 꺼내든 신종 법리
“국회증언감정법에 따라 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로 처벌받을 수 없다.”
지난 6일 서울중앙지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 강규태) 심리로 열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 이 대표 측 변호인이 이 대표의 ‘국토부 협박’ 발언에 대해 새로운 논리를 꺼내들었다. 이 대표가 2021년 9월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국토부의 협박을 받아 어쩔 수 없이 백현동 부지 용도변경(자연녹지→준주거)을 했다’는 취지로 말했다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재판에서다.
“부담감 느꼈잖아요”라던 李…“처벌 안 돼” 돌변
이 대표 측 변호인은 그동안 이 대표의 국정감사 발언에 대해 “국토부의 공문 자체가 성남시 입장에서는 압박이었다”라며 이 대표의 발언이 사실이라고 주장해왔다. 이 대표는 지난달 24일 성남시 주거환경과장 전모씨를 상대로 한 증인신문에 직접 나서 “국토부가 용도변경 관련해서 매번 공문을 따로 보냈잖아요. 부담감 느끼지 않았다는 겁니까?”라며 국토부의 압력이 실존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했다. 하지만 전씨는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라며 이 대표의 주장과 배치되는 답을 했다.
그러자 이 대표 측 변호인은 지난 6일 열린 재판에서 이 대표의 발언은 사실여부를 떠나 법적으로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국회증언감정법 제9조 제3항에 따르면 국회에서 증인·감정인·참고인으로 조사받은 사람은 이 법에서 정한 처벌을 받는 외에 그 증언·감정·진술로 인하여 어떠한 불이익 처분도 받지 않는다. 이 대표 측은 국회증언감정법이 규정한 ‘불이익한 처분’에는 형사처벌이 포함돼 허위사실 공표죄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고 해석한 것이다. 이 대표 측은 “‘불이익 처분’에 형법은 왜 빠져있는지 이해를 할 수 없다”라며 “국회에서 진술을 강요하고, 증언 내용으로 처벌하는 것은 국회증언감정법 취지에 맞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檢, “국정감사 증언, 명예훼손죄 성립” 반박 판례 제출
검찰은 “국회증언감정법상 위증 혐의가 성립하더라도 공직선거법 적용이 배제될 이유가 없고 양립할 수 있다”며 “허위사실을 적시해 유죄를 인정한 대법원 판례에도 반한다”고 반박 중이다. 대법원은 2012년 10월 국정감사 발언에 대해 명예훼손죄가 성립함을 인정하면서 “국회에 출석한 증인의 허위 진술을 처벌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2017년 10월 국정감사장에서 한 허위 주장 때문에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직 교수에 대해 법원은 “국감 발언이라고 해도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가치를 충분히 저하할 가능성이 있는 사실의 적시에 해당한다”라며 벌금 300만원의 유죄를 확정한 적도 있다.
검찰은 ‘형사상 책임까지 면책되지 않는다’는 국회사무처의 국회법해설 내용도 재판부에 제출했다. 국회사무처는 국회증언감정법 제9조 제3항에 대해 “‘불이익 처분’은 행정기관 등 국가공권력에 의한 행정처분의 불이익이나 사적 기관에 의한 인사상 조치 등 불이익한 대우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증인 등의 진술 내용에 형사상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죄를 포함하고 있을 경우 형사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 대표측이 새로운 법리를 꺼내든 건 그동안 주장하던 ‘국토부 협박’ 발언이 성남시 직원들의 증언으로 반박당하자 변론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가 있음에도 의견을 제시해 다퉈보려는 것은 변론 쟁점을 최대한 많이 제기하면서 심리를 최대한 끌고 가려는 의도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대표 측은 “‘청구 자체가 부당하다’와 ‘청구 자체가 법적으로 성립되지 않는다’라는 주장을 다 쓰는 것”이라며 “10개의 카드가 있는데 2개만 쓰는 변호사는 없다. 처음부터 ‘처벌 불가능하다’라고 이야기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창훈·김정민 기자 lee.changh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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