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 소리만 들어도 "이건 침수차"…중고차 시장 흔드는 AI [트랜D]
작년 차량용 반도체 품귀현상으로 신차를 구매하기 어려워지고 중고차 시세가 치솟았습니다. 올해는 반도체 품귀 현상도 해소되고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중고차 가격이 내려가고 거래도 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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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와 AI의 활용
중고차 시장은 대표적인 정보 비대칭 시장입니다. 중고차 판매 사이트에서 대략적인 시세와 시장 상황을 파악할 수 있지만, 차량마다 상태가 다양하기 때문에 자칫하면 시세보다 비싸게 구매할 수 있고 이후에도 고장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중고차 판매자는 차량이 침수 피해를 본 차인 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구매자는 그런 사실을 알기 어렵습니다. 만약 일반 중고차 시세가 1000만 원이고 침수 차 시세가 500만 원일 때, 판매자가 750만 원에 판매하면 구매자는 이 사실을 모르고 결국 비싼 값을 주고 사게 됩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고차 품질 검증과 적정한 중고차 시세 확인, 맞춤형 중고차 추천 등에 여러 기술이 활용됩니다. 가장 중요한 중고차 품질 검증에는 AI와 블록체인 등을 활용합니다.
대표적으로 AI 기반 이미지 인식 검사 방식이 있습니다. 영국 AI 기업 트렉터블은 차량 외부 상태를 사진으로 찍으면 차량 외부 이미지를 분석하는 독자적인 AI 알고리즘으로 자동차 손상을 식별합니다. 국내에서도 중고차 플랫폼 헤이딜러가 이미지 인식 기술로 차량의 일차적인 검수를 진행합니다. 자동차 이미지 분석 시스템은 외부 손상 여부 판단은 물론 차량 번호판, 색상 등을 빅데이터와 비교 검증해 실제 차량을 확인하고 차량 정보의 정합을 판단합니다. 중고차 플랫폼 엔카는 차량 내, 외부 사진을 찍으면 AI가 차량 관련 데이터를 자동으로 입력합니다.
더 나아가 차량의 엔진 소리를 AI가 분석해 차량 상태를 분석하기도 합니다. 정상 차량의 엔진 소리를 학습하고 차량 엔진 소리를 비교해 이상 유무를 판단하는 것입니다. 차량의 이미지와 사운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한 AI가 차량을 평가합니다. AI의 데이터와 분석 결과도 중요하지만, 정비사 등 전문가와 함께 맨눈으로 확인하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AI는 1차적인 판단으로 시간을 줄여주는 데 도움이 됩니다.
중고차 시세를 분석하는 일도 AI가 합니다. AI가 자동차의 사고 이력과 연식, 주행거리 등을 판단해 가격을 산정합니다. 체코의 중고차 플랫폼 카바고(Carvago)는 프라하 공과대학과 함께 중고차 가격 결정 AI를 개발했습니다. 차종, 연식 등 데이터를 기반으로 중고차의 가격을 결정하는데 실제 판매 가격과 약 2%의 차이를 나타냈습니다.
국내 중고차 플랫폼도 국내 중고차 데이터를 기반으로 중고차 시세를 예측하고 판매자와 구매자에게 적정한 가격을 제시합니다. 국내 대부분 중고차 플랫폼은 가격 산정의 객관성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지난 몇 년간의 국내 중고차 거래 데이터를 활용합니다.
최근 떠오른 생성형 AI, 챗GPT를 활용하기도 합니다. 챗GPT-4 기반으로 만들어진 서비스는 고객이 특정 가격대의 차량을 추천해달라고 하거나 원하는 딜러를 찾는 질문을 할 수 있습니다. 기존에 확보한 데이터와 함께 외부 API 연결로 인터넷상 정보를 더해 AI의 맞춤형 추천이 가능합니다. 해당 서비스를 만든 기업은 대부분의 중고차 구매자가 바로 매장에 찾아가기보다는 인터넷에서 정보를 확인하기 때문에 데이터를 확보하기 용이하고 정확도도 높다고 말합니다. 중고차 구매자의 95%가 온라인에서 먼저 정보를 찾고 매장에 간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블록체인으로 차량 정보의 위, 변조를 방지하고 허위 매물과 사기를 방지하는 시도도 있습니다. 블록체인을 사용하면 차량 정보를 모두가 공유하고 등록된 정보를 조작할 수 없으므로 정보의 신뢰성이 향상됩니다. 차량 정비 이력이나 보험 이력 등을 더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르노는 자동차 제조 단계에서 발급한 일련번호로 유지·보수가 발생할 때마다 데이터를 자동으로 갱신하는 블록체인 플랫폼을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BMW는 블록체인을 활용한 주행거리 조작 방지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AI 기반 중고차 플랫폼 유니콘
AI를 활용한 기술로 중고차 플랫폼이 유니콘 기업이 된 사례가 있습니다. 중고차 플랫폼 ‘카로’는 싱가포르에서 6번째, 중고차 거래 플랫폼으로는 동남아 최초로 유니콘 기업이 됐습니다.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으로부터 3억6000만 달러(우리돈 약 4300억원)를 투자 받았던 카로는 AI를 활용해 중고차 시장의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겠다는 목표로 시작했습니다.
카로는 AI가 여러 사진을 분석해 외관을 진단합니다. 엔진 소리로 AI가 차량 상태를 분석하고, 적정 가격을 산출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습니다. 과거 거래 데이터는 물론 실시간으로 매물로 나온 차량들을 분석해 수요에 따라 가격을 탄력적으로 제시합니다. 차량 판매도 무인 비대면으로 진행하는 데 QR코드를 사용해 문을 열고 차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구매를 결정하면 집으로 차량을 보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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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이 계속되는 중고차 시장
IT 기술은 현재 중고차 시장에 혁신을 가져오고 있으며, 특히 AI의 발전은 소비자와 업계 전문가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핵심 동력입니다. AI를 기반으로 한 가격 분석, 개인화된 차량 추천, AI 어시스턴트, 챗봇 등이 이에 속합니다. 이 외에도 VR을 활용한 쇼룸, 블록체인을 활용한 차량 인증서 등 다양한 기술들이 중고차 거래를 혁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적인 적용은 판매자에게 편리함과 비용 절감의 효과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구매자에게는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물론 여전히 사람의 판단과 전문성은 중고차 거래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지만, 앞으로는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가 AI와 다양한 기술을 더욱 능숙하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윤준탁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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