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소금] ‘서울의 봄’과 ‘평양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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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2023년 겨울.
영화 '서울의 봄'은 누적관객 1000만명 돌파를 예고하고 있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인 1979년 12월 12일 당시 서울은 엄혹한 겨울이었다.
'서울의 봄'과는 비교가 안 되는 공분을 불러일으키지만, 긍휼을 갖게 하는 작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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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2023년 겨울. 거리마다 분노가 들끓고 있다. 영화 ‘서울의 봄’은 누적관객 1000만명 돌파를 예고하고 있다. 영화관을 나오는 이들의 발걸음과 숨소리가 심상찮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인 1979년 12월 12일 당시 서울은 엄혹한 겨울이었다. 더군다나 박정희 대통령이 시해된 뒤라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정국은 혼미했다.
봄을 맞은 대학 캠퍼스를 중심으로 민주화의 열기가 고조되면서 ‘봄’이 시작됐다. 1980년 당시 서울대 총학생회장이었던 심재철 전 의원은 지난 12일 블로그를 통해 학생운동을 주도했던 당사자로 영화 제목에 이의를 제기했다.
그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12·12 성공 후 12월 13일 보안사령부에서 찍은 신군부 단체 사진의 오마주와 함께 ‘찬란했던 서울의 봄은 그렇게 끝났다’는 자막을 보며 잘못은 짚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곧, 영화 제목을 사실대로 표현하자면 ‘서울의 봄’이라기보다는 ‘서울의 겨울’ 내지는 ‘서울의 봄 전야’라고 해야 적확할 것이라고 말이다.
당시 시대 상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일부 젊은 세대가 실존 인물들의 모티브에 창작을 가미한 영화의 허구를 역사적 사실로 믿게 할 수 있다는 것이 심 전 의원의 지적이다.
영화를 본 관객을 대상으로 퍼포먼스도 눈길을 끈다. 이른바 심박수 챌린지다. 심박수 측정을 통해 혈압과 심박수와 스트레스지수를 체크해 사회적관계방(누리소통망)을 통해 공개하는 행사다. 영화를 보고 서로 공감을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특정한 목적으로 공분을 쌓고 연대하는 일에 젊은이들의 심장을 뛰게 하는 일은 좋아 보이지 않는다.
‘서울의 봄’과는 비교가 안 되는 공분을 불러일으키지만, 긍휼을 갖게 하는 작품이 있다. 내달 개봉 예정인 ‘비욘드 유토피아’(감독 매들린 캐빈)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이 영화는 실제 북한의 비참한 현실과 탈북자의 험난한 탈출기를 담았다. 미국에서 제작돼 올해 여러 국제 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다. 지난 10월에 우드스톡영화제에선 최우수 다큐상과 편집상을 받았다. 이외에 많은 상을 받은 비욘드 유토피아는 내년 3월 열리는 아카데미상 다큐멘터리 부문 수상 후보작으로 유력하다고 한다.
지난달 29일 대한민국기독교원로의회(대표 청지기 임다윗 목사) 주관으로 서울 종로3가 CGV 극장에서 시사회를 했다. 임다윗 목사는 “영화를 통해 긍휼의 마음을 갖게 됐다. 북한의 참혹한 현실과 탈북자의 목숨을 건 북한 탈출을 보면서 마음이 먹먹해짐을 느꼈다”면서 “복음 통일이 속히 오도록 더 강력한 기도를 드려야겠다는 각오를 다졌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비욘드 유토피아는 북한을 유토피아로 여기며 고난의 행군이 계속됨에도 북한 정권을 절대 신뢰하는 북한 동포들의 참혹한 모습이 담겨 있다.
또 죽음을 각오한 탈출 현장이 생생하게 촬영돼 보는 이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한다. 힘든 탈북 과정에서의 슬픔과 기쁨, 절망과 희망이 겹쳐지는 이 영화를 통해 북한 인권의 실상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임 목사가 담임하는 경기도 파주 충만한교회에서 17일 시사회가 열린다.
대학교수들이 ‘이로움을 보자 의로움을 잊는다’는 ‘견리망의(見利忘義)’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한 계묘년 한 해도 곧 종착역이다. 힘들게 버텨온 날들이었다.
이스라엘·하마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지구촌이 몸살을 앓고 있다. 한반도 상황도 이에 못지않다. 인권 사각지대 평양은 아직도 영구동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억압과 굴종, 굶주림과 추위에 떨고 있는 북한 동포들에게도 성탄절 복음이 전해졌으면 좋겠다. 내년 봄에는 남과 북이 복음으로 통일돼 저 평양에서 함께 덩실덩실 춤추는 유토피아 천국이 이루어지기를 꿈꿔본다. ‘평양의 봄’을 기대하면서 말이다.
윤중식 종교기획위원 yun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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