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쪽지] 잔소리는 철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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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말을 안 들을 때 "귓등으로도 안 듣는다"는 한탄을 하는 경우가 있다.
잔소리가 듣기 싫은 이유는 그 말이 현재의 나의 경향성에 어긋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느 남자분이 방송에서 마이크를 잡자마자 "여러분 마누라 잔소리를 잘 들으십시오"라고 말씀하셔서 방청객이 많이 웃었다.
그분 말씀인즉슨 상처한 지 2년 됐는데 2년 동안 아내 잔소리를 벗어나 자기 살고 싶은 대로 살았는데 그렇게 맘대로 사니까 병이 오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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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말을 안 들을 때 “귓등으로도 안 듣는다”는 한탄을 하는 경우가 있다. 잔소리는 하는 사람에게는 필요한 소리인데 듣는 사람에게는 듣기 싫은 소리다. 그러나 듣기 싫은 말에는 나에게 도움이 되는 진실이 들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것은 바로 ‘듣기 싫다’는 그 사실이 말해준다. 듣기 싫은 모든 소리를 잔소리라 하지는 않는다. 듣기 싫은 소리인데 들으면 좋은 소리라는 것을 알 때 잔소리라고 한다. 잔소리가 듣기 싫은 이유는 그 말이 현재의 나의 경향성에 어긋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래서 그 듣기 싫은 말들이 나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나의 경향성과는 다르니 나의 경향성의 약점을 보완해줄 수 있다. 모든 경향성에는 약점이 있으니 약점을 보완하면 나에게 도움이 된다. 그래서 세 명이 똑같은 조언을 하면 들으라는 말이 있는 듯하다. 한 명이 하는 소리면 그 사람의 편견일 가능성이 있지만 세 명이나 하는 말이라면 진실이라는 뜻일 테다. 남들도 나와의 관계가 나빠질 가능성을 감수하면서까지 나에게 진실이 아닌 소리를 하고 싶지는 않을 테니 수긍이 가는 얘기다.
사람들은 자기가 듣고 싶은 부분에만 집중한다. ‘11월 둘째 주 수업 휴강’이라는 공지가 붙어 있으면 학생들은 휴강이라는 말에만 집중하지 이번 주 수업이 아니라는 사실에는 제대로 집중하지 않는다. 이렇게 인간은 원하지 않는 가능성에는 집중하지 못한다. 같은 말을 듣고도 사람마다 기억이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각자가 자신에게 유리한 부분만 기억하는 것이다. 원하는 가능성에 집착하는 마음은 문제를 제대로 조망하지 못하게 한다. 결과에 대한 집착이 있으면 사안에 대해 거리를 확보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훈수 두는 사람이 세 배 본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백 돌에도 흑 돌에도 마음을 두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남자분이 방송에서 마이크를 잡자마자 “여러분 마누라 잔소리를 잘 들으십시오”라고 말씀하셔서 방청객이 많이 웃었다. 그분 말씀인즉슨 상처한 지 2년 됐는데 2년 동안 아내 잔소리를 벗어나 자기 살고 싶은 대로 살았는데 그렇게 맘대로 사니까 병이 오더라는 것이다. 자신이 사실은 아내 잔소리 덕분에 건강을 유지하고 살았다는 것을 몸으로 확인하게 됐다고 했다.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태도는 비철학적이다. 철학적 성찰의 기본은 그 주장이 타당할 가능성과 타당하지 않을 가능성을 균형적으로 고려하는 것이다. 인식의 균형을 잡으려면 일단 혼자서 차분히 생각해본 후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입장을 설명해보는 것이 좋다. 설명하는 과정에서 자기 생각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보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생각을 잘하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확인해보려면 나의 반대 입장을 설명할 수 있는지를 점검해보면 된다. 반대 입장을 설명할 수 없다면 나는 그 사안에 대해 충분히 생각해보지 않은 것이다. 자신과 반대 입장에 있는 사람의 말을 주의 깊게 들어보는 것은 나의 존재의 폭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된다. 잔소리를 들으려는 노력은 철학적이다.
박은미 철학커뮤니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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