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효진 기자의 사모 몰랐수다] 방언, 목회자 청빙 자격 중 하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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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 본인과 사모님 방언기도 되는 분. 방언 가능 유무를 적시하시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의 한 교회에서 올린 담임목사 청빙 지원 자격 중 일부다.
그런데 한국교회에서는 유독 여러 은사 중 하나인 방언을 마치 성령을 받은 특별한 표징인 것처럼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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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 본인과 사모님 방언기도 되는 분. 방언 가능 유무를 적시하시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의 한 교회에서 올린 담임목사 청빙 지원 자격 중 일부다. 방언이란 예수를 구주로 믿고 고백한 이들에게 주어지는 다양한 선물(은사) 중 하나다. 방언은 영적 언어, 영혼의 기도라 불린다. 다양한 은사 중 개인에게 주시는 선물이다. 방언의 은사를 받은 사람도 있지만 받지 못한 사람도 있다.
그런데 한국교회에서는 유독 여러 은사 중 하나인 방언을 마치 성령을 받은 특별한 표징인 것처럼 여긴다. 그러나 방언은 개인의 능력이 될 수도 평가의 기준이 될 수도 없다. 그저 각자에게 주신 은혜의 선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성경이 말하는 은사 주심의 목적을 다시 한번 기억해야 한다.
“각각 은사를 받은 대로 하나님의 여러 가지 은혜를 맡은 선한 청지기같이 서로 봉사하라.”(벧전 4:10)
물론 영적 사역을 중요시하는 교회 공동체의 상황은 존중받아야 한다. 그것은 각 교회가 가진 다양성의 요구일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공동체에 부합하는 영적인 은사가 있는 지도자가 요구된다면 그것 또한 큰 의미에서 납득될 만한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시대의 교회 청빙 모습을 보면 이것을 마치 스펙으로 여기는 것 같다. 앞서 언급한 방언이 청빙 기준이라면 나는 자격 조건이 되지 못한다. 방언을 하지 못하는 자격 미달 사모라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청빙 지원에 있어 방언뿐 아니라 사모의 다양한 능력도 요구된다. 사모들 사이에서는 피아노 반주와 상담사 자격증은 ‘국롤(보편적 규칙)’이라는 말이 있다. “손가락이 더 굳기 전에 피아노 반주법을 습득하기 위해 학원에 다닌다”는 사모의 웃픈(웃기고도 슬픈) 이야기가 들려온다.
어느 목회자가 소셜미디어에 “사모가 방언 기도를 할 줄 아느냐보다 다양한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역량 평가, 다양한 사회적 접근이 가능한가에 대한 능력을 요구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라고 지적한 글을 보면서 목회의 본질이 무엇인지 되돌아보게 된다.
물론 교회로서야 이왕이면 새로 온 담임목사와 사모가 교회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것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교회 공동체를 위해 지도자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이 방언 같은 것들일까.
우리는 언젠가부터 교회 지도자를 청빙할 때 어떤 학교를 졸업하고 어떤 교회, 어떤 목사 밑에서 경력을 쌓고 어떤 사역들을 할 수 있느냐는 것을 따지며 목회자를 평가한다. 흔히 세상에서 말하는 스펙을 교회에서도 중시한다.
오직 기도와 말씀으로 영혼 구원의 열정을 갖고 한국교회를 부흥시켰던 교회 지도자들이 오늘날처럼 스펙있는 분들이었던가. 그렇다면 더 좋은 스펙을 가진 지도자들이 세워진 뒤 한국교회는 더욱 건강하고 복음적으로 아름답게 세워지고 있는가를 고찰해 볼 필요가 있다.
메마른 우리 사회를 둘러본다. 가난과 소외로 고통받는 이웃, 화장실을 도피처 삼고 혼밥(혼자 밥을 먹는 것)을 즐기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마주할 때면 할 일이 참 많아 보인다. 주변에 소외된 한 사람의 손을 잡고 그들의 눈물을 닦아줄, 아픔과 필요를 함께해 줄 따뜻한 온기를 전하는 손길이 이 시대에 더 필요하지 않을까.
스펙과 상관없이 그 지역을 잘 알고 공동체를 가슴에 품고 그들의 연약함을 끌어안으며 기도와 말씀으로 회복시켜 세상에 온기를 전해주는 목회자들이 많아지길 기대한다.
연말이다. 교역자들의 이동, 청빙이 많은 시기에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삶이 따뜻한 하나님의 온기를 세상에 전하는 통로가 되길 기도하고 또 기도한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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