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교회의 밤 따뜻한 나눔 속으로

양민경 2023. 12. 16.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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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 시즌 가볼 만한 ‘교회 핫플’
기부 아이디어 빛나는 나눔 실천
게티이미지뱅크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끼려면 백화점에 가라.” 최근 몇 년간 서울 주요 백화점 내·외관에 설치된 화려한 미디어 파사드와 대형 트리, 유럽풍 크리스마스 마켓이 세간의 주목을 받으며 나온 말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이들 백화점이 ‘크리스마스 인증샷 성지’로 불린다. 이곳에서의 인증샷을 위해 ‘오픈런’(개점 전부터 달려가 대기)을 불사하는 이들도 있을 정도다.

인증샷 성지 방문도 좋지만 올해는 성탄을 기념하고 나눔을 실천하는 교회를 방문해 본령(本領)에 충실한 크리스마스를 보내보는 건 어떨까. 더미션 토요판 팀이 ‘슬기로운 성탄 생활’을 위한 ‘교회 핫플(명소) 순례’와 소외 이웃의 ‘몰래 산타’가 될 수 있는 연말 교회 나눔을 소개한다. 아름다운 성탄 장식 구경은 물론이고 국내 크리스마스 역사를 돌아보며 의미 있는 나눔에도 동참할 수 있다. 교회 핫플은 인증샷 성지 인근에 있어 함께 둘러보기에도 좋다.

‘핫플 옆 핫플’ 새문안교회·구세군역사박물관
올해 마무리는 교회 핫플도 둘러보고 나눔도 실천하면서 보내면 어떨까. 서울 종로구 새문안교회의 야경. 앞마당 조명 위 교회 벽면에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적힌 미디어 파사드가 보인다. 새문안교회 제공

유려한 곡선형 건물 전면에 은하수처럼 흩뿌려진 조명이 인상적인 서울 종로구 새문안교회(이상학 목사)는 아는 사람만 아는 숨은 ‘야경 맛집’이다. 지난 7일 찾은 교회엔 ‘메리 크리스마스 투 유 올’(Merry Christmas to you all·모두 즐거운 성탄절 보내세요)이라고 적힌 조명이 건물 정면에 장식돼 있었다. 교회 앞마당 나무와 난간도 성탄절을 맞아 밝은 빛을 내는 장식 전구로 옷을 갈아입었다. 어둠이 내려앉으면 ‘양팔을 벌린 어머니 형상’의 교회 건물 한편에서 예수 탄생을 기념하는 미디어 파사드가 펼쳐진다.

교회 내부에선 빵 장미 사과 촛불 등으로 꾸며진 이색 성탄 트리를 만날 수 있다. 인류의 타락과 예수 탄생, 십자가 구원의 의미를 담은 ‘성경적 성탄목’이다. 이 성탄목 장식은 6세기 유럽 교회가 성탄 전야에 에덴동산의 생명 나무와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를 다룬 연극 무대를 올린 데서 유래했다. 사과와 장미, 빵과 촛불은 각각 죄와 부활 소망의 예수, 생명의 양식이자 이 세상의 빛인 예수를 상징한다.

한국 최초 장로교회인 이곳에선 국내 크리스마스의 역사도 발견할 수 있다. 교회 역사관에서는 ‘고향의 봄’으로 유명한 홍난파가 작곡하고 시인 주요한이 작사한 ‘크리쓰마쓰종’ 악보와 1950~60년대 새벽송 및 교회학교 성탄절 공연 풍경이 전시돼 있다.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개관하며 전시 해설은 홈페이지 사전 예약제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한다.

서울 중구 구세군역사박물관 야경. 근대 건축물의 중후한 아름다움이 돋보인다. 구세군역사박물관 제공


새문안교회에서 도보로 300여m를 걸으면 한국구세군(사령관 장만희)을 대표하는 근대건축물인 ‘구세군역사박물관’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1928년 완공된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신학대학 건물로 서울특별시 기념물 제20호다. 고풍스러운 건물이 선사하는 빼어난 야경은 박물관의 자랑거리 중 하나다.

세월의 흔적이 담긴 박물관의 적갈색 문을 밀고 들어가면 ‘자선냄비’로 널리 알려진 구세군의 115년 사회선교 역사가 한눈에 펼쳐진다. 국내 최초의 자선활동으로 1928년 서울 명동에서 이뤄진 구세군 자선냄비의 모금 활동사진도 확인할 수 있다. 박물관에는 초창기 자선냄비와 최근의 자선냄비를 비교 체험해 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방하며 일요일과 공휴일은 휴관이다. 도슨트 해설과 영상미디어관 입실은 사전 예약이 필요하다.

생필품을 사며 소외이웃의 자립을 도울 수 있는 서울 서대문구 구세군기빙트리 전경. 한국구세군 제공


박물관에서 2㎞ 떨어진 서울 서대문구의 ‘구세군기빙트리’는 생활필수품을 싸게 구입하고 기부도 할 수 있는 ‘착한 가게’다. 판매 수익금은 알코올 및 약물 중독인의 치료와 자활에 쓰인다. 충정로 구세군빌딩 1층에 자리한 기빙트리는 인근 주민과 직장인이 주로 찾는 숨겨진 핫플이기도 하다. 심영재 한국구세군 간사는 “빌딩 근무 직장인이나 식당가를 찾은 손님이 입소문을 잘 내준 덕에 인근 주민도 즐겨 찾는다”며 “기업에서 기부받은 새 제품을 주로 판매하는 만큼 좋은 물건도 사고 나눔도 할 수 있어 일거양득”이라고 설명했다.

일면식 없는 누군가를 축복하며
서울 용산구 온누리교회에 설치된 ‘엔젤트리’. 엔젤트리 앞에서 한 성도가 ‘이웃의 천사가 되어주세요’란 팻말을 들고 있다. 온누리교회 제공

나눔으로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는 교회를 찾아 기부에 참여하는 것도 성탄을 슬기롭게 보내는 또 다른 방법이다. 서울 온누리교회(이재훈 목사)는 기부자가 소외이웃의 소원을 직접 들어주는 ‘엔젤트리’ 사역을 2015년부터 진행 중이다. 지금껏 3만명이 참여해 선물 4만개가 전달됐다. 지난 10월부터 오는 25일까지 2달간 진행하는 이 사역에 7400여건의 사연이 답지했다. 지난해보다 2000건이 더 많은 수치다.

익명 기부가 원칙인 엔젤트리의 참여 방법은 다음과 같다. 크리스마스의 기적이 필요한 이웃의 사연과 필요 품목을 교회에 전달하면 교회 전담 봉사팀이 사연을 종이에 옮겨 사연지를 만든다. 사연지를 뽑은 뒤 교회에 설치된 엔젤트리에 참여 의사와 개인정보를 적은 종이를 걸면 얼마 뒤 선물을 보낼 주소가 전달된다. 올해는 홈페이지를 운영해 현장 접수뿐 아니라 온라인으로도 동참할 수 있다.

사연 중 소년원이나 교도소,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등 기관에서 보내온 건 1000여건 정도다. 나머지는 성도 개개인이 주변의 어려움을 파악해 접수한 것이다.

지난 7일 만난 온누리교회 사회선교부장 이기훈 목사는 “엔젤트리 참여 성도가 하나같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이 있다. ‘무심코 지나쳤던 일상 속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선물을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내게 선물이더라’는 것”이라며 “일면식 없는 이웃을 도우며 아름다운 글로 축복하는 것, 이건 해본 사람만이 아는 기쁨”이라고 말했다.

그 역시 엔젤트리에 참가하며 받은 감동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패딩점퍼가 필요한 이웃이 있어 아웃렛에서 구매 후 포장 상자를 사러 우체국에 들렀는데 직원이 아버지에게 보내느냐고 묻더라. 어려운 이웃의 선물이라고 하니 ‘좋은 일 한다’며 손수 포장해줬다”며 “이 사역은 받는 사람도, 주는 사람도 온정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5500여건의 선물이 소외이웃에게 전달됐다. 나머지 사연 속 주인공은 성탄절 전까지 선물을 받을 수 있다.

인천 연수구 옥련중앙교회가 지난해 성탄절 이웃돕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관내 사회복지관에 고려인 아동을 위한 간식과 학용품을 전하는 모습. 옥련중앙교회 제공


요즘엔 일방적 나눔이 아닌 소외이웃의 필요에 맞춘 도움을 제공하는 교회가 느는 추세다. 인천 연수구 옥련중앙교회(한종근 목사)는 매해 연수구 등 지역자치단체와 협력해 성탄 헌금 전액을 관내 소외이웃을 후원하는 데 사용한다. 성탄절뿐 아니라 명절이나 추수감사절에도 6·25 참전용사 등 주변 이웃에게 온정을 전한다. 후원 물품은 지자체 요청에 따라 지원하기에 세탁기 정수기 온누리상품권 이불 쌀 김치 등 품목이 다양하다.

한종근 목사는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고려인 아동에게 간식과 학용품을 지원한 게 기억에 남는다”며 “올해도 성탄 헌금이 모이는 대로 지자체에 문의해 소외이웃의 필요를 파악하려 한다”고 말했다. 산타는 멀리 있는 게 아니다. 올해는 내가 누군가의 산타이자 하나님의 심부름꾼이 돼 보는 건 어떨까.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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