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빠졌다!” 망설임 없는 ‘영웅의 본능’ [아살세]
기부 계획을 세우기 위해 모인 휴무일 밤이었습니다. 근처의 깊이 5m 하천으로 한 남성이 떨어졌다는 외침이 다급하게 들려왔습니다. 모임에 있던 남성 중 하나는 강원소방본부 특수대응단 소속 김보현 소방장(36)이었습니다. 김 소방장은 일행과 망설임없이 자리를 박차고 하천으로 향했습니다. 그렇게 신속한 구조로 하천에 빠진 남성을 살려냈습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사건은 2022년 11월 26일 오후 9시20분쯤 강원도 춘천 공지천에서 발생했습니다. 김 소방장은 늦은 시간에 일행과 식사하던 중 ‘첨벙’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합니다. 때마침 가게의 주인은 다급한 목소리로 “사람이 떨어졌다”고 외쳤습니다.
김 소방장은 본능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긴박한 상황에도 침착하게 일행과 역할을 나눴습니다. 김 소방장과 함께 있던 일행도 소방관 동기들이었습니다. 이들은 곧바로 구조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동기 한 명은 119 응급센터에 신고했습니다. 김 소방장과 다른 동기 한 명은 식당 주인의 모터보트를 빌려 하천으로 향했습니다. 어쩌면 소방관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보통 사람이 모터보트를 빌려 구조 계획을 순간적으로 세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김 소방장은 “물에 사람이 빠졌을 때 가장 좋지 않은 것은 직접 입수해 접근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구조자도 위험에 처하면 소방대원들의 구조량을 가중할 수 잇는 탓입니다. 김 소방장은 모터보트로 하천에 빠진 남성에게 다가갔고 구명환을 던졌습니다.
그 순간 남성은 앞으로 고꾸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김 소방장은 거침없이 물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그렇게 남성을 끌어올린 김 소방장은 상태를 살폈습니다. 김 소방장은 당시를 이렇게 기억했습니다.
“구조 직후 당시에는 의식이 있는 줄 알았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얼굴이 시퍼렇고 혀가 나와 있는 심정지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기도를 먼저 확보했습니다.”
김 소방장 말고도 특별구급대원 출신 소방장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구조된 남성에게 심폐소생술을 진행했습니다. 남성은 중간에 호흡이 자발적으로 돌아왔다가 쳐지기를 반복했습니다. 김 소방장과 구조대원들은 선상에서 서로 교대하며 5사이클 정도의 심폐소생술을 진행했습니다.
결국 남성의 호흡은 돌아왔습니다. 구조대원들도 그제야 안도했습니다. 김 소방장은 “평소 훈련받은 대로 본능을 따랐습니다. 나중에 건강을 잘 회복하셨다는 얘기를 듣고 나서야 마음이 놓였습니다”라고 회상했습니다.
가장 적극적으로 생명을 구한 김 소방장은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의 ‘2023 생명존중대상’을 수상했습니다. 김 소방장은 “과분한 상을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했습니다.
그는 “어떤 대원이 거기 있더라도 다 그랬을 겁니다. 항상 무의식중에 (행동할 수 있도록) 훈련을 해왔다”고 말했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지켜보며 생명을 구하는 일이 보람된 일이라는 것을 깨닫고 소방관이 된 김 소방장은 지금도 생명을 구하고 있습니다.
김 소방장은 강원대병원 어린이 병동에 매년 기부도 하고 있습니다. 그는 “어린이 환자들은 제대로 된 빛을 보기도 전인 어린 나이에 아픔을 경험하는 것이기에 제 도움으로 어린이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부를 시작했다”며 세상을 향한 온정을 보여줬습니다.
“위험한 일이 있을 때는 저희를 믿고 맡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동정보다는 응원을 바라고 있습니다.”
투철한 직업정신으로 생명을 지켜낸 김 소방장. 덕분에 시민의 삶은 더 안전해지고 있습니다.
임소윤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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