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가치를 공유했다"…오타니 마음을 움직인 다저스의 '진심'

유준상 기자 2023. 12. 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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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선수도, 팀도 승리에 대한 열망을 숨기지 않았다.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의 '명문구단' LA 다저스가 손을 잡았다.

다저스 구단은 15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오타니의 입단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300명이 넘는 취재진이 다저스타디움을 찾았고, 앤드류 프리드먼 다저스 야구운영 부문 사장을 비롯해 구단 고위급 인사들이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도 모습을 드러냈다.

앞서 오타니는 10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서 "제가 결정을 내리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 것에 대해 모든 팬들과 관계자분들께 사과드린다. 다음 팀으로 다저스를 선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오타니는 "지난 6년간 에인절스 구단 관계자 여러분과 응원해주신 팬 여러분, 협상 과정에 함께한 각 팀 관계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특히 에인절스와 함께했던 6년의 시간을 영원히 가슴에 새길 것이다"라고 전한 뒤 "모든 다저스 팬들께 항상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하고, 나 자신이 최고의 모습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선수 생활의 마지막 날까지 다저스뿐만 아니라 야구계를 위해 계속 노력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미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오타니의 세부 계약 내용은 10년 총액 7억 달러(약 9076억원)였다. 프로 스포츠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계약이었다. 종전 기록은 2017~2021년 스페인 라리가 FC 바르셀로나와 계약한 리오넬 메시의 6억 7400만 달러(약 8897억원)였다. 

북미 프로스포츠로 범위를 좁혔을 땐 10억 4억 5000만 달러(약 5940억원) 계약을 성사시킨 미국프로풋볼(NFL) 쿼터백 패트릭 머홈스(캔자스시티 치프스)가 그 주인공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2019년 LA 에인절스와 12년 총액 4억 2650만 달러(약 5630억원)에 연장 계약을 체결한 마이크 트라웃이 가장 많은 금액을 받은 선수였다.

물론 양 측이 연봉 7000만 달러 중에서 6800만 달러를 '지급 유예(unprecedented deferrals)'하기로 하면서 2024~2033년 오타니의 실질적인 연봉은 200만 달러에 불과하다. 하지만 오타니가 먼저 구단에 해당 조항을 제안할 정도로 돈보다 우승에 대한 열망이 더 컸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오타니는 "빨리 팀에 합류하기만을 고대하고 있다. 지난 10년을 돌아봤을 때 매년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으나 월드시리즈에서 한 차례 우승했고, 그들은 실패했다고 했다. 승리에 대한 비전과 역사를 가진 다저스는 나와 같은 가치를 공유했고, 내가 느끼는 감정이었다"고 전했다.


오타니는 계약에 대한 세부 내용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다저스의 '진심'이 그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다저스는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명문구단' 중 하나로, 2021년을 제외하면 2013년부터 11년 동안 매 시즌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정상에 오르며 강팀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와일드카드로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은 2021년까지 포함하면 11년 동안 꾸준히 가을야구에 초대받았다.

문제는 포스트시즌 진출 이후였다. 다저스는 단기전에서 기대 이하의 결과를 남겼다. 해당 기간 동안 월드시리즈 정상에 오른 건 2020년이 유일하다. 2017년과 2018년의 경우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은 뒤 각각 휴스턴 애스트로스, 보스턴 레드삭스에 패배하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올핸 더 처참했다. 다저스는 정규시즌 100승을 돌파하면서 지구 우승을 확정했고, 다른 팀들에 비해 여유롭게 포스트시즌을 준비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에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 3연패를 당하면서 허무하게 가을야구를 마감했다. 예년에 비해 전력이 떨어진 건 사실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저스가 3연패로 시리즈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다저스로선 확실한 전력 보강을 원했고, 올겨울 그 어느 팀 못지않게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중이다. 특히 선발진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올 시즌 다저스의 선발진 성적은 62승 37패 801⅔이닝 평균자책점 4.57이었다. 메이저리그 전체 30개 팀 중에서 이닝 부문은 22위, 평균자책점 부문은 20위였다. 지구 우승 팀이라고 하기엔 어딘가 모르게 아쉬운 성적이다.

다저스의 일원이 된 오타니는 올 시즌 도중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존 수술)을 받았기 때문에 2024시즌 투수로 경기를 소화할 수 없다. 탄탄한 선발진을 구축하려면 추가 보강이 필요하다는 게 다저스의 생각이었다.


최근 'MLB네트워크'의 존 헤이먼은 "다저스가 일본인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를 영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라. 오타니와 야마모토 두 명 다 영입할 수 있다"고 전망했고, '디애슬레틱'의 파비안 아르다야는 "타일러 글래스노우가 지난주 다저스의 트레이드 타깃으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결국 다저스는 오타니를 영입한 뒤에도 FA(자유계약) 및 트레이드 시장을 살피더니 15일 탬파베이 레이스와 트레이드를 단행하면서 선발진의 한 축을 책임질 타일러 글래스노우를 품었다.

다저스의 움직임은 끝나지 않았다. 오타니와 글래스노우를 차례로 영입한 다저스는 야마모토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 현지 언론은 14일 오타니가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티다움에서 진행된 다저스 구단과 야마모토의 면담에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무키 베츠를 비롯해 프레디 프리먼, 월 스미스 등 팀의 주축 선수들도 자리를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일본프로야구(NPB) 오릭스 버팔로스 유니폼을 입고 프로 무대에 데뷔한 야마모토는 강력한 직구와 낙차 큰 스플리터를 앞세워 자국 리그를 평정했고, 다양한 변화구로 타자들을 요리했다. 또 그는 2021년부터 3년 연속으로 일본프로야구 최고 투수에게 주어지는 '사와무라상'을 수상했다. 3년 연속 사와무라상 수상은 1958년 카네다 마사이치 이후 역대 2번째다.


우승의 꿈을 이루고 싶은 건 오타니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2018년 빅리그 데뷔 이후 6년간 자신만의 커리어를 쌓아왔고,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는 일본 대표팀의 우승을 이끌면서 대회 MVP까지 수상했다.

우승의 기쁨이 가시기도 전에 오타니는 곧바로 소속팀 에인절스로 합류, 2023시즌 준비에 돌입했다. 체력 소모에 대한 주위의 걱정이 컸지만,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한 오타니는 4월에만 4승-7홈런을 기록하는 등 활약을 이어갔다. 5월 타율 0.243 8홈런 20타점으로 페이스가 주춤하는 듯했지만, 꾸준히 홈런을 생산한 덕분에 메이저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두 시즌 연속 10승-10홈런, 단일시즌 10승-40홈런을 기록하는 선수가 됐다.

그런 오타니에게 딱 한 가지 아쉬운 게 있었다면, 빅리그 진출 이후 단 한 차례도 포스트시즌에 출전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국제대회에서 승리와 우승의 기쁨을 맛본 그는 소속팀에서도 자신의 꿈을 이뤘으면 하는 바람을 가졌다.

기자회견 도중 '연봉 지급 유예'에 대한 질문을 받은 오타니는 "이기고 싶어서 다저스에 왔다. 가능한 한 많은 돈을 받는 걸 미루는 게 팀에 도움이 될 것이고, 더 나은 선수를 영입하고 좋은 팀을 만들 수 있다면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꼈다. 그러한 팀의 방향성에 공감해 지급 유예를 결정했다. (계약에 있어서) '일종의 안전망'을 원했다"고 설명했다.

당장 오타니는 내년 정규시즌 개막전부터 뛰길 희망하고 있다. 다저스는 2024년 3월 20일부터 이틀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맞붙을 예정으로, 한·미·일 취재진의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오타니는 "(2018년) 처음 수술을 받았을 때와는 완전히 달랐다. 개막전에 타자로 출전할 수 있도록 스프링 트레이닝 기간 동안 준비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오타니 2018~2023년 연도별 정규시즌 투수 및 타자 성적

*2018년
-투수: 10경기 51⅔이닝 4승 2패 평균자책점 3.31
-타자: 114경기 326타수 93안타 타율 0.285 22홈런 61타점 OPS 0.925

*2019년
-타자: 106경기 384타수 110안타 타율 0.286 18홈런 62타점 OPS 0.848

*2020년
-투수: 2경기 1⅔이닝 1패 평균자책점 37.80
-타자: 46경기 153타수 29안타 타율 0.190 7홈런 24타점 OPS 0.657

*2021년
-투수: 23경기 130⅓이닝 9승 2패 평균자책점 3.18
-타자: 158경기 537타수 138안타 타율 0.257 46홈런 100타점 OPS 0.964

*2022년
-투수: 28경기 166이닝 15승 9패 평균자책점 2.33
-타자: 157경기 586타수 160안타 타율 0.273 34홈런 95타점 OPS 0.875

*2023년
-투수: 23경기 132이닝 10승 5패 평균자책점 3.14
-타자: 135경기 497타수 151안타 타율 0.304 44홈런 95타점 OPS 1.066

사진=로이터, AFP, USA투데이스포츠, AP/연합뉴스, 오타니 개인 SNS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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