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마이니치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관련 일본군 기록 발견"
100년 전 간토(関東)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을 기록한 일본군의 문서가 새롭게 드러났다. 마이니치신문은 14일 일본 방위성 사료실에서 보관하던 대지진 당시 일본군 지역 사령부의 보고서에서 학살 관련 기록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그간 조선인 학살에 대해 “사실 관계를 파악할 기록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반복해왔다.
매체에 따르면 해당 기록은 1923년 11월 일본 육군성(省)이 실시한 실태조사의 일부다. 사이타마현(埼玉) 구마가야(熊谷) 연대구 사령부가 작성한 '간토지방 지진 관계업무 상보'에 실렸다. 구마가야 연대구 사령부는 징병과 재향군인 업무를 담당하는 일종의 지역 사령부다.
해당 보고서는 표지를 포함해 총 102쪽 분량으로, 아사히신문 기자 출신 저널리스트 와타나베 노부유키(渡辺延志)에 의해 발굴됐다. 이 기록은 일본 국립공문서관 아시아역사자료센터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확인 가능하다.
이송 중이던 조선인 40명의 학살 기록
문서는 대지진이 발생한 뒤 두달만인 11월 2일, 모든 부대에 활동 내용을 보고하는 육군성의 지시에 따라 작성됐다. 애초 보고 기한은 같은 달 25일까지였지만 구마가야 사령부는 기한을 맞추지 못하고 그해 12월15일 제출했다.
구마가야 사령부 측은 이 기록에 ‘참고 소견’으로 보호한 조선인 이송은 "야간을 피할 것을 요한다"며 야간에 늦어지는 경우 "전부 죽임을 당하는 참상을 겪게 된다"고 기재했다고 마이니치는 전했다. 또한 이 보고서가 당시 상황을 "선인(조선인) 학살", "불법행위"로 표현했다는 설명도 보탰다.
보고서엔 당시 떠돌던 유언비어를 부인하듯 "조선인 습격은 끝내 한명도 없었다. 방화도 없었다. 독을(우물에) 던졌다는 것도 듣지 못했다"고 기록됐다.
해당 기록에는 조선인에 대한 습격을 막거나, 조선인으로 오인받아 위험에 몰렸던 일본인을 보호했다는 내용도 있다. ‘업무 수행상 공적이 있는 자의 성명과 사적’ 항목에 기록됐는데, 이들은 재향군인들로 습격을 막은 이들의 이름과 행동이 이곳에 기록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구마가야 재향군인회 지부장은 대지진 직후 자중할 것을 호소했는데, 유언비어에 휩싸인 사람들에 대해 “사리를 모르는 몽매(蒙昧)한 무리”라고 비난했다는 것이다. 마이니치는 “지진 직후 재향군인회가 조선인 폭동 소문은 유언비어로 경거망동하지 말라고 당부한 점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정부 “사실 관계 파악할 기록 없다”
일본 정부는 간토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에 대해 공식 인정하지 않는다. 지난 8월 간토대지진 100주년을 앞두고 정부 입장을 묻는 질문에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당시 관방장관은 “정부 내에서 사실 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기록이 없다”고만 답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도 지난 11월 참의원(상원) 예산위원회에서 조선인학살 관련 문서가 외무성에 남아있냐는 야당 의원의 질문에 “특정 민족이나 국적의 사람들을 배척하는 부당한 차별적 언동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언급만 했다.
이 기록을 발굴한 언론인 와타나베 노부유키(渡辺延志)는 기록물에 대한 해설을 재일한인역사자료관 홈페이지에도 올렸다. 와타나베는 마이니치에 “일본인은 왜, 어떻게 조선인 학살을 저질렀나는 기존 견해로는 100년이 지나도 설명할 수 없을 것”이라며 “시점을 해외 및 전후 역사와 연결해 자료에 기반해 전모를 해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도쿄=김현예 특파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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