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지연' 당부한 조희대, 김명수 '법원장 추천제' 테이블 올렸다

김정연, 윤지원 2023. 12. 15.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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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법원장회의 모두에 인사말을 하는 조희대 대법원장. 사진공동취재단


조희대 대법원장이 취임 일주일만에 전국 법원장들을 만났다.

15일 오후 2시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서다. 법원장회의는 매년 12월 있는 연례행사지만, 8일 임명장을 받은 조 대법원장이 공식 임기를 시작한 지 일주일만, 11일 취임식 이후 5일만의 행사인만큼 ‘조희대 코트’의 방향성을 짐작해볼 첫 가늠자다.

조 대법원장은 회의 인사말에서 사법부의 최대 난제로 ‘재판지연’을 꼽았다. 그러면서 “법원 구성원 모두가 자신의 업무에서 개선할 부분은 없는지 함께 고민해야한다”며 “특히 법원장님들이 솔선수범해서 신속한 재판을 구현하기 위한 사법부의 노력에 앞장서 달라”고 당부했다.

조 대법원장이 꺼낸 재판지연 문제는 법원 내 진보·보수 세력이 맞붙는 주요 전선이다. 이전 김명수 대법원장 시절 도입한 ‘법원장 후보 추천제’로 법원장들의 사법행정 지도력이 약화하면서 재판지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법원 내 보수성향 판사들은 진단하고 있어서다. 이날 모인 37명의 법원장 가운데 18명이 법원장 추천제를 통해 원장이 된 사람들이어서 신구 세력의 미묘한 긴장감이 형성됐다.


김명수 마지막 작품‧조희대 첫 작품 나란히 테이블에


조희대 대법원장이 1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3.12.15 사진공동취재단
김상환 법원행정처장 주재로 진행된 회의는 4시간 넘게 이어졌다. 테이블에 오른 첫 안건은 ‘안전한 법원 구현’이었다. 청주지방법원 직원이 민원인에게 폭행당한 사건을 기화로 시작된 논의로, 법원공무원 보호 대책을 강화하는 방안이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퇴임을 한 달 앞둔 지난 8월 직접 청주지법을 찾아가고, 특별 TF를 만들며 신경을 썼던 사안이기도 하다.

이어서 회의는 조 대법원장이 제기한 ‘신속한 재판’을 위해 각급 법원들의 장기미제사건 적체 현황 공유, 법원장의 장기미제 처리 등에 대한 논의로 이어졌다. 조 대법원장은 이미 “법원장도 재판을 하도록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법원장들은 판결서 적정화, 사무분담 등도 제안했다. 신속한 재판에 대한 논의는 자연스럽게 ‘법원장 후보 추천제’로 흘렀다고 한다.


親김명수 판사들 “재판지연, 추천제 때문만은 아냐”

이날 전국법원장회의를 앞두고 친김명수 인사로 분류되는 일부 판사들은 법원장 추천제 폐지 내지는 제고 움직임에 반대 의견을 꺼내며 지원사격을 했다. A 부장판사는 연이틀 법원 내부망 코트넷에 게시글을 올리며 “법원장 추천제가 재판지연의 원인이라는 주장은 통계와 맞지 않아 보인다”며 “필요하다면 추천제 법원장도 민주적 리더십을 발휘해 사건처리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옹호론을 폈다. 그는 또 다른 게시글에서 “법관 인사 투명화‧객관화‧공정화를 목표로 5년간 추진해온 주요 정책을, 성과 보고서도 없이 변경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역시 또 다른 진보파로 분류되는 B 판사도 “법원장 보임이 또 하나의 선발 제도가 되어선 안된다”며 “재판지연의 원인이 진짜 법원장 추천제인지 짚고 넘어가야한다”고 주장하는 글을 썼다.

다만 추천제를 둘러싼 일선 판사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추천제를 다듬어서 적용할 수 있다. 나름의 순기능이 있는 제도”(32기, 지방법원 부장), “추천제라고 해서 ‘인기투표로 이상한 사람이 원장 된다’는 논리가 이해되지 않는다. 다 될만한 사람이 되는 것”(38기, 지방법원)이라는 게 찬성론의 주요 근거다.
반면 “지금의 재판지연은 일차적으로는 법원장들이 방치해서 생긴 것이다. 추천제는 보완해서 쓸 수 없고 원점회귀해야 한다. 존치할 명분이 없다”(26기, 지방법원 부장) “법원장 단위의 지휘·관리가 사라지면서 신임 판사들에게 누구도 적극적으로 뭘 가르쳐주지 않는 분위기가 돼버렸다. 이대로 두면 장기적으로는 법관의 능력치에도 악영향을 주고, 연차가 높아지면서 업무 난이도가 올라가면 못 버티고 나가면서 법원에 더 악영향을 끼칠 것”(25기, 고등법원)이라는 추천제 반대론의 목소리가 최근 들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다만 추천제를 기존 모습대로 더 이상 운영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법원 내부의 대체적 관측이다. 한 지방법원 판사는 “다수 법관들이 현행 추천제를 유지해선 안 된다는 게 공통 인식”이라며 “다만 방향성에 대해선 조 대법원장이 여러 의견을 모두 들어본 뒤 신중하게 결정할 듯하다”고 전망했다.

김정연‧윤지원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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