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날땐 김기현 돌아오니 윤재옥…尹, 아껴둔 한동훈 개각 꺼내나
지난 11일 서울공항 환송 행사장. 네덜란드 국빈방문길에 오른 윤석열 대통령과 가장 먼저 악수한 사람은 김기현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다. 의전 서열상 여당 대표는 대통령 환송행사 도열 가장 앞줄에 선다. 하지만 불과 나흘 뒤인 15일 윤 대통령의 귀국 행사장에서 윤 대통령을 기다린 건 김 전 대표의 사퇴로 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게 된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였다. 윤 대통령은 윤 원내대표에게 “수고가 많았습니다”라고 짧은 격려 인사를 건넸다. 정가에선 “순방 기간 급변한 당내 상황을 보여주는 장면”이란 평가가 나왔다.
윤 대통령은 이날 귀국 후 관저로 돌아가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으로부터 개각 및 정책현안과 당내 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다른 수석들은 배석하지 않았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오후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접견 외엔 모든 일정을 비워두고 정국 구상에만 집중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돌아와야 결정될 수 있는 사안이 산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당 비상대책위원장 인선을 두고 설전이 벌어진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내주 초 개각을 검토 중인 상황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비대위원장 차출 여부에 따라 그 규모가 유동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애초 한 장관을 1월 초에나 내보낸다는 방침이었다. 윤석열 정부 내 대표적 ‘스타장관’을 아껴 써야 한다는 의견이 상당했다.
하지만 김 전 대표의 사퇴 이후 당내 상황이 급변하며 내부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당의 논의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며 “다음주 한 장관이 개각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 장관의 조기 차출설을 부인하지 않은 것이다. 한 장관의 후임으론 박성재ㆍ길태기 전 고검장과 이노공 법무부 차관이 거론되고 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아직 유력한 후보는 없는 상태”라며 “여러 법조인이 검증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내주 초 개각엔 3주째 공석 상태인 국정원장 임명과 함께 산업통상자원부·고용노동부·외교부 장관 교체도 함께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장에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이 이동할 가능성이 유력하다. 조 실장이 이동할 경우 이뤄질 외교안보 라인 연쇄 인사는 여러 경우의 수가 검토 중이다.
박진 외교부 장관의 총선 출마에 따른 후임자론 조태열 전 유엔대사가 유력한 가운데, 장호진 외교부 1차관도 부상하고 있다. 장 차관이 외교장관 적격자로 판단될 경우, 기존 외교장관 후보로 검토됐던 조 전 대사가 안보실장에 임명될 수 있다. 반면 조 전 대사가 장관으로 가게 된다면 이용준 세종연구소 이사장이 안보실장 후보군에 포함된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후보군이 모두 외교관 출신이라 외무고시 기수 등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수원 출마 가능성이 제기되는 방문규 산자부 장관의 후임자론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 신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론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가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안 본부장이 이동할 경우 신임 통상교섭본부장으론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검토 중이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의 경우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 신설 계획과 맞물려 유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신임 과기수석엔 유지상 전 광운대 총장이 검토 중이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오영주 외교부 2차관의 후임으론 CNN 서울 지국장을 지낸 손지애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가 검토 중이다. 총선 출마설이 제기된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의 경우 장 차관이 총선 출마를 고사해 당이 계속 설득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대통령실은 공개적인 당무 언급은 삼가고 있지만, 당의 혁신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을 표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당을 중심으로 국민의 기대에 걸맞은 희생과 혁신을 통해 총선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것이 윤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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