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포커스] 오라클파크…'왼손 지옥'에 입성하는 '왼손 천재'
배중현 2023. 12. 15. 18:02
KBO리그 최고 왼손 타자 이정후(25)가 메이저리그(MLB) '왼손 지옥'에 입성한다.
13일(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6년 계약 소식이 전해진 이정후는 내년 시즌부터 오라클파크를 홈구장으로 사용할 전망이다. 2000년 개장한 오라클파크는 2001년 10월 박찬호(당시 LA 다저스)가 배리 본즈(당시 샌프란시스코)에게 시즌 71호, 72호 홈런을 연거푸 내준 구장으로 국내 야구팬에게 익숙하다. 당시 퍼시픽벨파크로 불렸는데 SBC파크(2004~05) AT&T파크(2006~18)를 거쳐 2019년부터 다국적 컴퓨터 기술회사 오라클 코퍼레이션과 손을 잡았다.
구장 이름이 세 번 바뀌었지만 '투수 친화적'이라는 특성은 꾸준히 유지됐다. MLB 통계 사이트 베이스볼서번트에 따르면, 올해 오라클파크의 파크 팩터는 94로 리그 30개 구장 중 29위. 시애틀 매리너스 홈구장 T-모바일파크(93)에만 간신히 앞섰다. 왼손 타자로 범위를 좁히면 파크 팩터가 92로 리그 최하위다. 파크 팩터가 100(평균)보다 높으면 타자 친화적, 낮으면 투수 친화적 구장이다. 구장 특성은 팀 성적과 직결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올해 팀 평균자책점이 내셔널리그 15개 팀 중 3위(4.02)였지만 팀 타율(0.235)은 꼴찌였다. 투타 불균형 속에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비대칭 구장인 오라클파크는 홈플레이트에서 오른쪽 폴까지의 거리가 309피트(94.2m)로 짧다. 언뜻 왼손 타자에 유리해 보일 수 있지만 실상은 다르다. 우선 우중간이 415피트(126.5m)로 깊다. 더 큰 난관은 펜스. 왼쪽 외야의 펜스 높이는 8피트(2.44m)로 다소 낮은데 오른쪽 외야의 펜스 높이가 최대 24피트(7.32m)에 이른다. 오른쪽 관중석 뒤에 있는 매코비 만(灣·코브)에서 야구장으로 부는 해풍도 타자 입장에서 까다롭다. 매코비 만에 떨어지는 홈런을 '스플래시 히트'라고 부르는데 MLB닷컴은 스플래시 히트(통산 102개)를 따로 집계하기도 한다. 높은 펜스를 넘겨야 하는 만큼 개수가 많지 않다.
오라클파크의 어려움은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의 홈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베이스볼서번트에 따르면 올 시즌 홈런 44개(아메리칸리그 1위)를 때려낸 오타니의 기록을 오라클파크에 대입하면 34개(그레이트 아메리카 볼파크 49개)까지 줄어든다. MLB 30개 구장 중 가장 큰 감소폭이다. 지난달 뉴욕 포스트는 자유계약선수(FA) 오타니의 샌프란시스코 계약 가능성을 언급하며 '오타니를 아는 사람들은 자이언츠의 야구장이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본다'며 '오라클파크가 아름다운 곳 중 하나지만 왼손 파워 타자에게는 비우호적(unfriendly)'이라고 조명했다.
이정후는 자타공인 '타격 달인'이다. 3000타석 소화 기준 통산 타율이 0.340으로 KBO리그 역대 1위. 힘에 의존하지 않고 당겨치기와 밀어치기가 모두 가능한 스프레이 히터라는 점이 긍정적이다. MLB 전문가인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홈런을 의식하지 않고 정확도에 집중하면 파크 팩터의 영향을 크게 안 받을 수 있다"며 "넓은 우중간을 활용하면 2루타와 3루타를 기대할 수 있다. 욕심을 내면 안 된다. 수비와 출루에 신경 쓰는 게 도움이 될 거"라고 조언했다.
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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